제 1 일 : 샤모니 (Chamonix )
- 레후세 (Les Houches,1007m)
- 미아지산장 (Ref Miage,1559m)
- 트룩산장 (Auberge du Truc,1720m)
오늘도 밤새 오던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아침까지 계속되고 있다. 어제부터 계속되고 있는 비를 탓하며 때를 기다리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막상 선선한 샤모니에 도착하자 짐을 줄이느라 마지막에 꺼내놓고 온 파일 셔츠 에 대한 미련때문에 보온자켓도 하나 사야할 것 같고 그래서 어제도 핑계삼아 출발을 하루더 미루었는데...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비가 그치기를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암튼 출발이다.
이렇게 비가 올 줄이야 당해봐야 안다더니 여름에 설악산만 가도 배낭안을 비닐로 포장하고 방수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하였는데 미루다 그냥 왔는데 비가 며칠째 오는 것을 보고 있자니 후회막심이다. 물론 배낭 카바는 있지만 그래도 안전빵은 배낭안을 비닐로 싸는 것인데 샤모니에서 구해보려고 하지만 건축재료파는 곳에는 폭이 큰 것 말고는 찾을 수가 없을 뿐만아니라 대부분 지역 주민들은 영어소통이 어려우므로 내가 원하는 것을 설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묵었던 샤모니의 페를린지역가까이에 있는 Y.H까지도 시내에서 샤모니 버스가 운행되고 샤모니 Sud 터미널에서는 레후세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샤모니시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샤모니의 숙소를 이용하는 외지인들에게 샤모니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Carte Hote 라는 카드를 발행하는데 숙박한 날과 출발하는 그 다음 날까지 샤모니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TMB 의 시작은 레후세부터인데 레후세 다음 버스 정차지인 Bellevard 에 내리면 도로변에 Bellevue(전망대)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Telepherique)승차장이 보인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Bellevard에 내려 Col de vosa(1653m) 로 가면 된다. 매표소로 들어서니 비가 오는 와중에도 나이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 단체가 시끌벅적 수다를 떨고 있다. 편도 9.9 유로 10분 안되어 정상에 도착하지만 샤모니와 그 주변의 전망이 좋아 Bellevue(전망대) 라는데 보이는 것은 구름뿐이다. 아쉬운 마음에 기다리고 있으니 잠깐 샤모니가 구름속에 살짝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도 제법 빗줄기는 가늘어져 빗속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다. 여정이 길지 않다면 아름다운 서정을 느낄 수 있도 있겠지만 나는 열흘 이상을 걸어야하니........ Col de voza 를 지나도록 시야는 구름 속에 가려져 들길을 걷는 기분이다. Le Crozat(1420m) 에 도착하니 Tricot 고개를 넘어가는 안내판이 계속 이어진다. 이곳에서 champel 마을을 거쳐 콘타민으로 내려가는 경로와 고도를 높이는 트리코트 고개(Col de Tricot 2120m)로 가는 길 중 선택을 해야한다. 비도 오고 구름에 가려 시야는 보이지 않고 아랫길로 들어섰다.
Le Crozat에서 내려오는 길은 포장은 안되어 있지만 폭이 1m도 넘는 대로로 자동차 운행이 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Bionassay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버리고 왼쪽 산 길로 접어들었더니 Champel을 거쳐 Miage 산장으로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가벼운 차림으로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도 드문 드문 지나간다. 내가 온 길은 Le Champel을 거쳐 산길로 오다보니 바로 미아지로 향하는 입구가 나왔고 Chample 마을을 한 눈에 바라볼 수가 있었다. 이곳에서 쉬다 만난 독일인은 TMB의 원래 루터인 아래쪽 마을 거쳐 갈 것이라고 하였다.
미아지까지 1시간 30분이라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어디나 잘 정돈된 알프스의 마을들은 보기만 해도 평화롭다. 산능선을 돌면서 오르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구름 속에 같혀 아래쪽 풍광은 보이지 않고 길 옆의 야생화는 혼자 걷는 길의 적적함을 달래준다. 미아지 산장으로 오르는 길에는 그저 고요할 뿐.
미아지 산장에서 30분의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서니 목초지가 나타나고 소들이 있지만 주변 산세는 구름에 가려 높은 산임을 인식시키지 못한다. Truc 산장에는 3시 30분 도착 이미 도착해 있던 프랑스인 단체들은 레후세에서 케이블카를 탈때부터 만났던 사람들인데 동창부부모임이라고 한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한국에서 근무도 했다는 한 아저씨가 전 멤버들에게 한국에서 온 용감한 여행자라고 나를 소개하자 열렬한 환영의 박수를 받기도 햇다. 일반적 프랑스 사람들과는 달리 그들은 소탈하고 우호적이었다. 다만 그들은 영어가 부족하고 나는 영어도 별로인데가 불어는 전혀 할 수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저녁은 오믈렛, 파스타, 수제치즈, 푸딩, tea 순서로 나오며 와인도 작은 병으로 나왔다.
밤이 깊어지도록 비는 계속되고 옆집에는 사륜 구동차가 서 있는 것으로 보아 그리 속세와 떨어진 곳은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반과는 여건이 차이가 난다. 지나치는 곳곳에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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