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염전 | |
염부들은 지난 30여년 세월동안 단 한 번도 염전 위로 물이 넘친 적이 없다지만 올해에는 황톳물로 염전이 온통 붉게 변해버렸다. |
소금이 빨갛다? | |
붉은 소금은 식염으로 절대 팔 수 없다. 살균을 위한 양업용으로 팔리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
배수구 | |
염전 옆에 건설 중인 골프장은 염전보다 3m 정도 높게 형성돼 있다. 이에 골프장 배수구를 통해 흘러나오는 농약 등으로 인한 폐해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
기존 배수구 | |
염전 자체 배수구로는 이젠 집중 호우 등을 견딜 수 없다. |
해안사구 | |
모래사장의 모래 선순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해안사구. |
해안도로 | |
두터운 아스팔트 껍질은 대부분 해안사구를 덮어버리고, 모래사장의 침식 현상은 이때부터 가속화된다. |
군용 폐기물 | |
냉전의 유물인 듯 군용폐기물은 해안선에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
이처럼 생소하면서도 심각한 피해는 염전과 10미터 정도밖에 안 떨어진 곳에 곧 완공될 21홀 자리 골프장 때문이다. 지난해 삼양염업사에서는 전체 염전 83만평 중에 23만평을 골프장 부지로 팔았다. 이를 위한 공사는 작년 8월부터 시작됐다. 공사를 위해 쌓아둔 흙 매립용 모래 더미는 바람에 실려 염전으로 날아들었고 염전의 피해는 이 때부터 시작됐다.
“소금물 식혀주는 바람도 막히고, 황톳물에 빨갛게 변해버린 소금”
“소금은 태양이 물을 끓여주고, 바람이 물을 식혀서 증발을 시켜줘야 잘 만들어 집니다. 그런데
골프장 언덕이 3미터가량 더 높아지면서 염전에 부는 바람은 줄었고 소금 생산량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제가 바람측정기까지 동원해 확인한
결과입니다.” 라고 김동선(38)씨는 말했다. 그는 그 동안 골프장으로 인한 피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진 자료집을 취재진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전에는 비가와도 물이 여기까지 차오르지 않았습니다. 골프장 매립으로 배수량은 늘었는데 기존 배수구가 이를 견디지 못해
염전이 잠겨버리는 것이죠. 이렇게 염전에 물이 차면 황톳물 때문에 소금도 붉은 소금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식염으로 쓸 수 없는 폐염이 돼
버리죠. 폐염은 운이 좋아야 양업장의 소독용 등으로 헐값에 겨우 팔수 있을 뿐이죠.”
이밖에도 주민들은 골프장 잔디에 뿌리는 농약
분진이 날아와 소금에 농약이 잔류하는 피해, 황토로 인한 황사 피해 등 골프장 건설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들 때문에 의견서를 작성해 골프장 건설
업체에 시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난 3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다. 펌프장을 조만간 설치하겠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도 골프장으로 인한
피해가 객관적으로 입증될 때마다 가능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었던 것. 하지만 웬걸, 펌프장은 커녕 결국 오늘처럼 염전이 황톳물에 잠기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업체는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순리이고 그에 따른 자연재해일 뿐, 책임질 수
없다고 뒷짐지고만 있다.
“어쩌다 협상을 해도 그 쪽에서는 학술적인 이유를 대라고 합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염전이 입는
피해가 뻔히 눈에 보이는데 그걸 다시 학술적으로 따져보자니... 돈 없고 빽 없는 저희들이 당 할 수밖에요. 문제 해결을 위해 시청이나 구청을
찾아가 봐도 거기 직원들도 어쩔 수 없다고만 얘기해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죠.” 옆에 있던 아낙도 한마디 거들었다.
염전을
둘러싼 문제 해결에 있어서 복병은 또 있었다. 이런 소문들이 외부로 돌게 되면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판매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일부 우려
때문에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쉬쉬 해왔던 것. 또 주민들 모두 삼양염업사로부터 임대해 염전을 운영하는 처지인지라 오히려 그들이 역으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씨는 “1년에 한번 씩 계약을 갱신하는데 잡음이 생기면 밥줄이 끊길 수 있죠. 그래서 어떤 결단을 하고
행동하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사실 오늘 아침에도 회사 측에서 이 일에 제 3자를 끌어들일 경우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해서 걱정은 많이
됩니다.” 라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평생 동안 염전일 말고 다른 일은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이들은 그렇게 자꾸만 궁지로 내몰리고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북 옥구의 수 만평 염전이 새만금 사업으로 폐업했고, 경기도 일대의 염전들과 전남 신안군의 염전들도
소금 수입 자유화와 관광 산업에 밀려 문을 닫았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몇 남지 않은 염전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 까닭이
인간의 위락시설, 특히 골프장이라면 재산적 가치를 뛰어넘는 자연생태의 가치를 무자비하게 포기하는 결과가 아닐까. 정부와 지자체 등 관계 당국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해안 생태계의 분계선 '해안도로'
아름다운 모래가 십리 넘게 펼쳐진다는 전북 고창 상하면
명사십리(明沙十里) 해수욕장. 4km가 넘는 백사장 때문에 명사십리라 불렸던 해수욕장 바로 위에 사구 대신 해안도로가 길게 펼쳐진다면 어떨까.
고운 모래를 자랑하던 해수욕장은 유실되고 해안선을 따라 무성했던 해안림도 괴사에 빠져들 수 있다.
이 같은 일들이 현재 일어나고
있다. 명사십리 해수욕장 사구 위 둔덕에는 해안도로 공사가 벌써 2차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 공사까지 끝나면 총 5km의 해안도로가 길어서 더
아름다웠던 모래사장과 해안림 사이에 공고한 분계선이 그어진다. 사구와 해안림을 관통하는 이 해안도로 때문에 서해안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다던
원형에 가까운 해안생태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
해안도로는 주택 및 편의시설, 산업시설의 접근성을 높이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건설된다. 그 위치는 대부분 해안림의 사이거나 해안림 앞의 사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해안도로는 생태계의 단절을 일으킨다. 정상적인
해안의 모습은 바다-갯벌-사구-해안림의 순서대로 원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해안도로가 이를 중간에서 막기 때문이다. 식물, 동물 등 각종 생태
종들의 이동 또한 해안도로로 인해 차단된다. 그것 외 해안도로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외에도 해안도로의
문제점은 많다. 우선 그 안전성이 염려된다. 2004년 10월에 주문진 해수욕장의 해안도로가 높은 파도로 인해 수백kg의 콘크리트난간이 붕괴됐고
도로의 아스팔트까지 다 무너져 내렸다. 해안 쪽 도로 1차선도 잘려나갔다. 또 2002년8월 집중호우로 인해 송지면 사구리의 해안도로 40m
가량도 유실됐다. 해안도로의 위치 특성 상 사구 등 연약지반 위에 건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재해에 가까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해안도로는 또 해안 사구를 파괴시킨다. 사구는 단순한 모래언덕이 아니다. 모래사장에 모래를 공급하는 저장소일 뿐만 아니라
육지에 적절하게 지하수를 공급하는 정수기 역할도 한다. 그러나 해안도로의 무분별한 건설은 사구의 역할과 더불어 모래의 순환을 막는다. 이에
해안침식이 가속화되고 사구는 훼손된다. 충남 태안군의 안면도 해안을 따라 해안도로가 건설된 이후 꽂지 해수욕장의 해안사구가 일부 황폐화 된 것도
그 한 사례다.
이를 막기 위해 최위환 녹색연합 간사는 “이런 피해가 동해나 서해에 비해 남해가 적은 이유를 되새겨봐야 한다”며
“남해는 해안 근처에 도로를 낼 때 해안과 수직이 되도록 내도록 방사형의 구조로 건설한 경우가 많다”고 충고했다.
해안도로 건설을
위해서는 육지와 바다의 완충지대인 점을 고려해 계획단계부터 내륙도로와는 다른 기준의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 또 해안도로는 사고위험이 상존하고
해안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별도의 해안 도로법으로 관리하는 정부의 노력도 요구된다.
'바다와 태양, 바람 사이의 염전' 그 새하얀 결정을 빚어내는 염부
거칠게 탄 얼굴에서도 자연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김동선씨.ⓒ녹색연합 |
전북 고창군 심원면 고전리의 삼양염전. 갯벌의 천국인 서해에서 바닷물을 가둬 바람과 태양의 힘을 빌고 기다림의 인고를 이겨낼 때 만날 수 있는 소금. 염전 귀퉁이에서 만난 염부에게서 그의 일상을 들어봤다.
얼마 전 집중호우로 인해 자신이 목숨처럼 여기는 염전에 큰 피해를 입은 김동선씨(39세) 는 염전에 손도 대지 못하고 망연자실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염전은 그해에 비가 자주 오면 소금 값이 오르고, 가뭄이 들면 소금 값이 내립니다. 1970년대만 해도 소금 수입이 없어 국내산으로만 공급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수입이 많아져서 국산 천일염이 수입염에 비해 밀리는 추세입니다. 게다가 골프장 건설로 인해 이런 피해까지 입게 되다니...” 그의 상한 마음이 그의 말끝을 잡아버렸다.
중국산 소금 30kg의 가격은 2700원. 국내산 소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이 싸다. 게다가 간혹 공업용으로 들어오는 소금마저 식용으로 둔갑한다. 국내 천일제염이 수입산 소금 때문에 그 숨줄기가 죄이고 있는 실정인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골프장 건설 등 염전환경을 파괴한다는 건축물까지 들이닥친다니 염부들의 속은 더욱 타들어갈 수밖에. 이 쯤이면 우리나라 천일제염이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염전에서 쉬운 일이 없습니다. 이 일도 하려면 1년 정도 기술 습득을 해야하고 막상 일을 시작해도 육체적으로 매우 고된 일이지요. 요즘 젊은이들이야 일이 힘들고 수입이 얼마 되지 않아 아예 이 일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김동선씨 마을만 봐도 그의 말은 쉽게 증명된다. 동네 20여명의 염부 가운데 최연소자가 바로 김씨인 것. 그를 제외한 평균연령은 55세였다.
그런 그에게도 일을 하면서 느끼는 소박한 보람은 있었다. “염전 체험을 온 사람들이 소금을 만들어내면서 소금의 신기함을 몸소 느낄 때 가장 뿌듯합니다. 소금의 탄생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우리 염부들의 수고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힘이 불쑥 솟는 것이죠”
사실 그도 예전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부모님 일손을 도우러 몇 번 염전에서 일한 것이 계기가 돼 어느 순간 도시생활을 접고 완전 귀농했다. 이후 그는 누구보다도 자연의 소중함과 가치를 마음으로 느낀다고. 도시의 삭막함보다는 염전에서 바다와 태양, 바람과 나누는 대화가 고된 염부일을 행복함으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수산업과 농업 사이에 있는 염전은 바다와 태양, 그리고 바람 사이에 있다. 소금은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바다와 바람과 태양의 선물이다. 기다림의 시간에는 골프장 건설, 국지성 집중호우 등 예상치 못한 훼방꾼도 많다. 하지만 반짝이는 소금 안에 숨겨진 자연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 하지 않을까.
'have a feel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기상천외/중국 5 (0) | 2006.01.17 |
---|---|
[스크랩] 우즈백 고려인 (0) | 2006.01.17 |
[스크랩] 젖물리는 엄마 (0) | 2006.01.17 |
[스크랩] 세계 여군 (0) | 2006.01.17 |
[스크랩] 모텔 (0) | 2006.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