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 한모금을 들이킨다.정말 묘한 맛이다.마치 쓴 간장을 들이키는 것같다.그러나 뒷맛은 은은한다.황주는 이
지방의 명물이다.2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중국에서는 대표적인 술에 들어간다.눈보라가 날리는 추운 북쪽지방에선 독한
고량주를 마시지만,따뜻한 남쪽에선 돗수가 약한 이 황주를 마신다.
유작취 두부는 두부를 만들어 일주일쯤 발효시킨 후 그걸 기름에 튀긴 것이다.한입 베어 물으니 썩은 냄새가 역하다.그러나
입에 달라붙는 독특한 뒷맛이 있다. 황주와 썩힌 두부는 이 지방의 대표적인 명물이다.
한잔 마신후 내부의 정원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주점같다.2층 나무 난간에서
금방이라도 칼찬 무사가 뛰어내릴것만 같은 분위기이다.역시 중원(中原:양자강과 황하강의 사이의 땅으로 본래의 중국)에 오니
중국 전통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전통의 고장이어선가.작고한 중국의 대정치가 주은래의 고향도 바로 여기다. 그러나 내가 우중에
굳이 이 술집을 찾아온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바로 이곳은 중국의 대문호 루신의 고향이고,이 술집에서 불과 30미터 거리에 그의
생가가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술집을 시작한 사람이 소설가 루신(노신)의 아내였기 때문이다.루신이라면 <아큐
정전>,<광인일기>,<공을기>로 유명한 바로 그 소설가이다.
<혹한을 무릅쓰고,2천여리를 거쳐 20여년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한 고향으로 나는 돌아왔다. 계절은
한겨울,고향에 가까워 옴에 따라 날씨도 흐리고 차디찬 바람이 선창에 불어와 우우하고 소리를 냈다.배 사이로 바라보면
회황색의 하늘 아래 여기저기에 외로운 듯이 마을들이 누워있고 아무런 활기도 없다.끊임없이 내 마음에 비애가 일어난다.>
루신은(1881-1936)은 그의 소설 <고향>에서 그렇게 썼다. 루쉰이 이 소설을 발표한 건 그의 나이
42세때였다.그에게 고향은 어두운 그림자. 몰락한 사대부의 집안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유학,센다이 의대를 다녔으나 사람의 병을 고치는 것보다
중국의 병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귀국했다.그후 수많은 소설을 써서 20세기 중국이 낳은 최고의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그가 작고한 후 그의 가족들은 끼니를 잇기 어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