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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달, 사월...
만우절이면서 토요일,
봄비 속을 달려가 영화 한편을 보았다.
이연걸의 마지막 액션걸작 ‘武人 곽원갑’
우인태감독과 ‘매트릭스’무술감독인 원화평 감독이 만든
실존했던 중국 최고의 무인 곽원갑(1868~1910)을 주인공으로
1910년 중국을 침략한 서양강대국들을 상대로 싸우기 위해서는
영웅이 필요하였고 그 시대에 때를 맞추어 그가 등장한다.
그는 고수의 무술로 세계 최초 국제 무술 대전에서 세계에서 내 놓아라하는
선수들과 격투를 벌이며 중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도중,
마침 일본인 고수와 붙게 되었을 때 살해로 인한 독극물이 든 차를 마시고
죽어가면서도 정신을 놓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받아 들이고도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충분히 상대를 죽이고 승리할 수 있는 순간까지도 접고,
자신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고 마는 서로에게 죽임이 없는
싸움을 깨닫게 해준 진정한 영웅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영화이다.
작품성보다는 나라의 영웅담(英雄譚)적인 영화스타일로 그러나 무조건
무술의 힘으로 무력(武力)를 행세하여 승리로 이끄는 흔히
보편적인 영웅담소설이 아닌, 현시대에 벌어지는 사건과 맞물어서
해결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한 영화이기도하다.
‘눈에는 눈’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피는 피를 부르며...’
여전히 이런 것들이 지금도 난무(亂舞)하고 있는 시대에...
세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테러와 나라간의 싸움으로
잦은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아이러니 하게도 세계는 하나가 되어 가는데
감정적 문제는 극대화로 분리 되면서 점점 대립적으로 나가며
그런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태에 이 영화는 그나마 그런 면을
인간의 감정에 무게를 실어서 해결을 찾으려고 노력한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중국이 반일 감정으로 날카로워져 있는 시점에서 일본과의 관계가
기존하는 영화에서는 싸움이라는 전제로 상대를 쳐서 없애는 것만이 승리를 이끌었다면,
이 영화는 인간적인 이해만이 승리가 결정된다는 가치를 새겨주려고 한점과
친구간의 깊은 우정 역시 경쟁시대에 또한 인간적인 면의 강조의 한부분을 보여주며
이런 것들이 영화의 질을 향상시켰다고 본다.
그러나 크게 작품성에 미치지는 못한 영화이다.
하지만 이연걸의 마지막 액션영화라 그런지 무술과 연기가 예전에 비해
더 멋지고 훌륭하였고 또한 성룡의 얼굴에서 느꼈던 것처럼
지나온 세월을 그의 얼굴에서도 읽을 수가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그의 영화와 함께하였다는 말이기도 하다.
불행하게도 그는 ‘무인 곽원갑’을 끝으로
액션연기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하여 얼마나 서운한지 모른다.
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중, 고등학교 때 합기도를 배웠고 자연스레 무술영화를 좋아하면서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를 비롯하여 성룡, 이연걸, 홍콩액션영화 등등...
너무나 많은 무술영화를 보면서였다. ^^
특히 이연걸은,
영화 속 그의 연기에서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그의 진솔(眞率)함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고 냉철하면서도 내면은 따뜻하고 변덕스럽지 않은
그런 진솔한 연기와 얼굴을 가진 그를 나는 좋아한다.
얼굴에서 풍겨 나오는 인상은 곧 그 사람의 인품을 말해주기도 한다는 것을...
10년 전쯤, 영화 ‘이연걸의 보디가드’를 보기 위해 나흘을 연이어 매일
영화관으로 달려가 똑같은 영화를 돈을 내면서 4번이나 보았던 기억이 난다.
흔한 액션영화이지만 그 영화에서 그의 매력적인 모습을 찾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고
그 뒤로 그가 나오는 영화는 초기영화부터 최근 것까지
모두 찾아서 보는 열혈팬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94년 12월 25일 일요일,
그의 영화 ‘정무문’이 한국에 개봉 되었을 때 대전 모 극장에 그가 왔다.
그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극장무대에서 짧게 무술을 보여주었고
그때 나는 한 빌딩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
몇 명의 팬에게 사인을 해주었고 나도 드디어 그와 마주 앉게 되었으며
중국어로 서로 인사만 나누고 짧은 대화는 영어를 하면서
바로 코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그를 보게 된 것이다.
체구도 작고 얼굴도 작으며 가무잡잡하고 잔잔한 여드름이 난 그의 얼굴은
잘생겼기 보다는 귀여운 편이었다.
아... 저렇게 작은 체구에서 그런 멋진 액션을 연출해 내다니...
드디어 나도 그의 사인을 하나 받기로 하고 펜대신 나의 립스틱을 그에게 건넸다.
그런데 립스틱을 그에게 건네주는 도중에서 그만 서로의 손이 닿고 말았다.
순간 그가 깜짝 놀라며 나의 립스틱을 떨어뜨렸고 그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얼른 다시 주워서 종이에다가 나의 빨간 립스틱으로 자신의 이름을 쓰고는
돌려줄 때는 조심스럽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의 사인을 받고는 서로 웃으며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옆에 한국 메니저가 하는 말이 오늘 밤 그는 대전에서 잠을 잘 것이고
호텔 나이트클럽으로 놀러 갈 것이라며 이따가 밤에 놀러 오라고 했지만
물론 농담으로 말했지만 진담이라도 그곳까지는 갈 용기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막심하다.^^
그의 사인을 지금도 가지고 있어 올려보기로 한다.
그의 마지막 액션영화 ‘武人 곽원갑’를 보니 감회가 더욱 새롭다.
그가 액션배우를 그만 둔다는 생각을 하니 그동안 그의 팬인 한 사람으로써
다시 영화 속에서 그를 볼 수 있는 희망을 가져본다.^^
바로 이 시대 최고의 액션배우 이연걸이 나의 립스틱으로 직접 쓴 그의 이름... ㅎ~
너무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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