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미스터리] 1. 강남 매미, 왜 강북보다 시끄럽나
사이렌처럼 우는 말매미 많은 탓
활엽수종 가로수 많아 말매미 몰려와
강북엔 조용한
참매미.쓰름매미 주류
환경이나
자연 현상을 깊이있게 짚어보는'환경 미스터리'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생태계 파괴나 기상 이변, 동식물 행태 등을 둘러싼
궁금증을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e-메일 제보도 받습니다. [편집자] "서울에 와서 내 귀가 이상해졌나. 매미 소리가 왜 크게 들리지." 지난해 가을, 자녀 교육을 위해 대구에서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아파트로 이사온 김모(41.주부)씨. 서울에서 처음 여름을 맞는 그에게 궁금증이 생긴 것이다. 분명히 그의 감(感)으로는 대구보다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데, 잠실에서 오래 살아온 그의 이웃들은 "다를 게 뭐 있겠어요"하는 반응을 보인다. 서울 노원구에서 강남구로 출근하는 30대 회사원 이진우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강남에만 가면 매미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이다. 두 사람의 감과 귀가 잘못된 건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과 본지 취재팀은 지난 3일 서울시내 다섯곳의 가로수 밑에서 매미 소리를 쟀다. 측정 장소는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도로변으로, 높이 10m 이상의 가로수가 10그루 이상 늘어선 곳을 골랐다. 주변에 큰 숲이 있는 장소는 제외했다. 그 결과 강남 지역인 잠실.반포와 여의도에서 소리가 크게, 강북인 마포.종로에선 작게 나왔다. 잠실에서 87.6dB이 나온 반면, 종로구 계동에선 66.8dB이 측정됐다. 데시벨(dB)이라는 소음 단위가 갖는 특성상 20.8dB이라는 차이는 단순히 몇십% 수준의 차이가 아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측은 "80dB이 매우 시끄러운 공사장의 소음이라면 60dB은 일반 사무실 수준"이라고 그 차이를 설명했다. 실제로 60dB의 소음을 내는 기계 옆에 같은 기계를 갖다놓고 작동시켜도 전체 소음은 3dB밖에 올라가지 않는다. 강북에 비해 강남에 매미가 많이 살아 그런 결과가 나온 걸까. 그렇지 않다. 해답은 매미 종류에서 찾을 수 있다. 극성스러운 매미가 강남지역 가로수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20여년간 매미를 연구해온 서울대 농생대 객원연구원 이영준(45)박사의 분석. "전체 조사를 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들이대며 말할 수는 없지만 잠실.반포 가로수에 사는 10마리 중 적어도 6, 7마리는 말매미다. 광화문.종묘.수유동 등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참매미.쓰름매미가 많이 관찰된다." 말매미는 다른 매미보다 몸집과 울음소리가 다소 크다. 하지만 한 마리가 울면 주변의 다른 놈들도 경쟁적으로 따라 우는 습성 때문에 극성스러운 매미로 통한다. 참매미는 "맴 맴 맴"하고 울지만 말매미는 사이렌 소리를 내 같은 소음이라도 거칠게 느껴진다. 그럼, 말매미가 강남에 많이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1970년대 강남이 한창 개발될 때는 어떤 매미도 살 수 없었다. 개발 이후 가로수를 심었는데 다른 종보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말매미가 먼저 도착한 것이다. 이 매미는 동남아에서 북한까지 분포할 만큼 생명력이 강한 종이다. 이들이 왕성하게 번식하면서 다른 종이 발을 붙이기 어려워진 것이다. 당시 강남에 심은 가로수가 대부분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였던 점도 작용했다. 말매미는 양버즘나무나 버드나무 같은 활엽수의 수액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강북에는 은행나무.소나무.벚나무 등도 섞여 있다. "반포 지역 가로수(양버즘나무) 한 그루에 100마리의 말매미가 붙어 있는 장면을 촬영한 적이 있다. 말매미는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같이 더운 저지대에서 잘 살아남는 것 같다." 자연 다큐멘터리 작가로 최근 단행본 '매미, 지난 여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낸 박성호씨의 증언이다. 매미 때문에 잠시 귀가 멍하고 잠을 못 이룬다고 해도 상당수 강남 주민은 "그 정도면 괜찮다"고 말한다."가뜩이나 삭막한 도시에서 매미 소리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진실 또는 거짓=많은 곤충이 사라지고 있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매미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환경오염 '덕분'이다. 수질.대기 오염으로 천적인 조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반면 매미는 일생의 대부분을 땅속에서 보내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잘 견딜 수 있다. 시골에선 살포된 농약이 매미를 위협하지만 대도시에선 농지가 거의 없어 그럴 염려도 없다. 도시 매미가 시골 매미보다 휠씬 더 우렁차게 운다는 속설도 있다. 차량 소음 등이 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울음소리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일종의 환경적응 이론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이영준 박사는 "수컷 매미들은 암컷을 끌기 위해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 운다"고 했다. 이규연 기자, 손희성 인턴기자<letter@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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