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특집

[창간특집/작지만 강한 대학]<5>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

[창간특집/작지만 강한 대학]<5>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의 아카데믹 클래스 룸에서 열린 리디아 프라이스 교수의 수업 중 학생들이 ‘벤츠사의 중국시장 진출 실패 모델’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상하이=정세진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지역에 위치한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中歐國際工商學院·CEIBS)의 아카데믹 클래스 룸. 중국 스페인 캐나다 일본 등지에서 온 60명의 학생이 모인 교실에서는 ‘벤츠사의 중국시장 진출 실패 모델’을 테마로 한 조별 발표가 있었다. 90분의 수업 중 리디아 프라이스 교수의 강의는 시작과 마지막 강평을 포함해 20분 남짓. 나머지는 발표와 토론으로 채워졌다. 독일 출신의 한 학생이 “벤츠가 중국 전 지역에 애프터서비스센터를 설치하지 못한 것은 중국 땅이 워낙 넓기 때문이지 중국 소비자를 무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인 학생은 “기업이 중국 전 지역을 상대로 서비스를 해 줄 능력이 없으면 중국 시장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

벤츠의 실패를 둘러싼 논쟁은 중국 저가 휘발유 논쟁으로 이어졌다.

중국산 저가 휘발유가 엔진 고장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대해 다른 중국인 학생은 “벤츠를 포함한 외국 기업들은 시장에 들어오기 전에 중국산 휘발유에 맞도록 엔진을 재점검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성장의 상징인 푸둥의 중심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떨어져 있는 CEIBS는 중국이 자랑하는 MBA스쿨이다. 유럽식 기숙사와 체육관, 강당, 식당 등 모든 건물이 연결된 이 학교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한자로 ‘合(합)’자 모양을 하고 있다. 상하이 시정부와 유럽연합(EU)이 4100만 유로를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상하이 시는 하드웨어인 토지와 건물을 제공했고 EU는 소프트웨어인 교육프로그램과 교수진 등 시스템을 들여왔다.

“10여 년 전 경영학 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상하이 시 주도로 중국 고위 관료들과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훈련하기 위해 학교를 만들었다.”(박승호 전 CEIBS 교수·베이징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이 학교의 최고운영위원회의 멤버는 중국과 유럽 출신이 각 2명씩이다. 중국 위원들은 대외행정을, 유럽 위원들은 학사행정을 맡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 MBA스쿨에 들어가려면 국가대학원시험(GRK)을 보아야 하지만 CEIBS는 이례적으로 미국 경영대학원 입학시험인 GMAT를 치러야 한다.

CEIBS는 현지에 맞는 MBA스쿨을 지향하면서도 100% 영어만 사용한다. 기존 교육시스템을 뛰어넘어 최고의 MBA스쿨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상하이 푸둥지역에 있는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 전경.‘中歐國際工商學院’이란 중국어 이름 아래 ‘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이란 영어 이름이 새겨져 있다. 상하이=정세진 기자

이 학교는 중국인과 외국인 학생 비율을 8 대 2로 유지하고 있다.

중국인 학생들은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출신의 최고 엘리트들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외동딸을 비롯한 중국 고위층 간부의 자제와 의사 변호사 회계사 출신이 다녔다. 재학생들의 수준도 비슷하다.

입학생의 GMAT 점수는 평균 690∼700점으로 미국의 톱10 MBA스쿨에 뒤지지 않는다.

이 학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 세계 MBA스쿨을 대상으로 매기고 있는 랭킹에서 2003년 90위권에 처음 진입한 데 이어 2005년 22위로 급상승했다.

졸업생의 ‘졸업 후 3년 이내 임금 인상률’은 191%로 전 세계 MBA스쿨 중 2위, ‘졸업 후 3개월 이내 취업률’은 99%로 세계 1위로 평가됐다. 하버드 예일 와튼 매사추세츠공대(MIT) 같은 미국의 일류 MBA스쿨을 압도하는 성적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발간되는 각종 저널은 이 대학을 아시아지역 MBA 1위로 꼽는다. 1994년 첫 입학생 61명을 받은 이후 2005년 정원을 180명으로 늘리는 등 규모를 꾸준히 키워 오면서도 교육의 질을 엄격히 관리해 온 결과다.

학생만 우수한 것이 아니다. 최고 수준의 MBA스쿨에서 유능한 교수를 스카우트해 32명의 교수 중 70%가 외국인이다. 린다 스프러그(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리디아 프라이스(컬럼비아대), 페드로 뉴에노(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샤오즈싱(肖知興·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 등 쟁쟁한 교수들이 열과 성을 다해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이 학교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2004년 유럽의 경영학 인증제도인 EQUIS(The European Quality Improvement System) 인증을 받았다. 유럽 MBA스쿨 이상의 수업수준을 보장한다는 뜻이다.

정규 MBA 과정뿐만 아니라 CEIBS의 EMBA(최고경영자 MBA) 과정을 거쳐 간 고위 관료들과 기업 CEO들 간의 네트워크도 이 학교의 최대 장점.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중요한 ‘관계(關係)’ 맺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의 63%가 중국 기업 또는 현지 진출 다국적 기업의 CEO다. 진즈궈(金志國) 칭다오맥주 회장, 황치판(黃奇帆) 충칭(重慶) 시 부시장, 알카텔차이나 류장난(劉江南) 사장 등 비즈니스와 정계의 핵심 리더 2000여 명이 이곳을 거쳤다.

프랑스 출신의 학생 뱅상 브리쿠 씨는 “미국 유럽식의 최신식 경영학 이론과 중국식 비즈니스를 상하이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왕젠마오(王建류) MBA 학장은 “10년 안에 글로벌 MBA 톱10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며 “목표를 앞당기기 위해 최고의 교수진과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유학생들이 본 中대학

중국 대학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유학 중인 한국 학생들은 중국 대학의 경쟁력으로 학생의 학습열과 급변하는 경제 환경을 꼽았다. 하지만 수업과 학교행정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측면은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 양국에서 대학생활을 한 상하이교통대 양창근(22·경영학부) 씨는 중국 대학에는 한국과 같은 대학문화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는 동아리 문화, 선후배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학본부나 단과대가 주최하는 공식행사 외에 학생들이 따로 모이는 경우가 없고 대다수가 공부에 전념한다”고 전했다.

CEIBS에 다니는 서광민(32) 씨는 “정부 장학금을 받고 있는 중국 학생의 경우 성적이 일정 기준을 넘지 못하면 장학금이 끊기기 때문에 무서울 정도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의 이윤석(29) 씨는 “개발도상국 학생들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갖는 정부에 대한 비판의식을 중국의 엘리트 학생들 사이에선 찾기 힘들다”며 “그들이 정치적 문제보다 경제적 성공에 집착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경쟁력”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대학의 경쟁력으로 경제성장에 따른 수많은 다국적 기업과의 연계를 꼽는 이들도 있었다.

푸단(復旦)대 경제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노수현 씨는 “중국식 교육시스템이 뒤져 있음에도 전 세계의 학생들이 몰려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국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형건(尹亨建·산업디자인) 상하이교통대 초빙교수도 “중국 대학은 기업들과 끊임없이 접촉해 예사롭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세대에서 교수생활을 한 그는 “한국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의 경우 졸업 전까지 1개의 프로젝트도 하기 힘들지만 중국 학생들은 2, 3개의 프로젝트를 하는 등 실무경험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상하이=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연재보기 작지만 강한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