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이 예민하고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이를 상대로 상업적 광고를 내는 것은 마치 접시에 놓인 물고기를 낚시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TV에 무방비로 노출된 어린이들은 첨단 기법을 이용한 광고에 현혹되기 쉽다.
텔레비전 방송의 음성자동응답장치(ARS) 퀴즈가 도마에 올랐다. 한 케이블 TV는 ‘명탐정 루나’ 시리즈를 방영하면서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만화 내용과 관련된 퀴즈를 냈으며 퀴즈에 응모하기 위해서 전화를 건 4000여 명에게 30초당 200원씩의 이용료를 받아 준(準)사기 혐의로 입건됐다.
여기서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어린이를 주 시청 대상으로 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료 정보서비스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방송위원회의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일반 전화요금은 30초당 6.5원인 데 비해 이 ARS 요금은 30초당 200원으로 무려 30배나 비싼 바가지요금이었다는 점이다.
ARS 퀴즈는 곳곳에서 시청자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예컨대 MBC ‘섹션TV 연예통신’의 한 문제는 이렇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성 팬들을 사로잡은 이 남자의 이름은?” 1번 에이, 2번 비, 3번 시. 또 어떤 문제는 이런 수준이다. “봄철 몸에 좋은 음식은?” 1번 냉이, 2번 냉면, 3번 냉수. KBS ‘비타민’에 이르러 퀴즈는 가관을 이룬다. “갱년기 극복에 도움을 주는 위대한 밥상은?” 1번 돌나물, 2번 돌려나, 3번 돌팔이.
지금의 ARS 퀴즈는 시청자를 우롱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ARS 퀴즈는 얄팍한 상술이다. 누가 일찍이 말했던가. TV가 국민을 백치로 만들고 있다고.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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