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시간 음악프로 “차별성은
없다?”
윤도현 등 진행자에
의존, 콘텐츠 차별화 필요해
[TVONE/보도국 - 권태현기자]
매주 금요일 밤에 방송되는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즐겨보는 시청자라면 역시 매주 화요일, 수요일 심야시간에 방송되는 음악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일말의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화요일 밤 12시 55분에는 SBS ‘김윤아의 뮤직웨이브’가, 수요일 밤 12시 55분에는 MBC <김동률의 포유>가
각각 방송 된다.
이들 음악프로그램의 공통점이라면 첫 번째로 12시가 넘은 심야시간에 방송된다는 점이고, 두 번째로는 '고품격 라이브 음악쇼'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 세 번째로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지고 있는 한 명의 사회자가 진행을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각각의 골수팬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라이브 실력을 자랑하는 가수들의 출연과 그동안 특집 방송이 아닌 이상 여느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들었던 스타들의 깜작 노래선물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이들 방송의 특징 중의 특징이다.
이렇게 방송 3사에서 비슷한 매력을 내세우고 있는 심야시간 음악프로그램은 주로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음악을 선별해서 들려주는
라디오와 비슷한 설정으로 늦은 시각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각각 다른 방송국에서 다른 날 방송을 하는 이들 프로그램들의 차별화된 전략은 무엇일까?
일인의 사회자가 토크쇼와 믹스 된 음악프로그램을 선보였던 것은 지난 99년 KBS2TV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통해서였다.
당시 룰라, 드렁큰 타이거, 김민종, 임창정, 조성모, 박효신, 애즈원, 뱅크 등의 소위 라이브가 되는 가수들을 초대해
노래를 열창한 후 말수가 많지 않은 이소라와 짧게 대화하고 다시 한 곡을 부르는 식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또 중간 중간 사연을 소개해주고 사연에 맞는 가수의 노래를 듣는 등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몇 가지 장치도 심어놓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하나의 코너에 등장한 박경림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현재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아울러 전도연, 이병헌, 송강호, 장국영, 이정재, 송윤아, 박중훈 등 쇼프로그램 TV 출연이 거의 없는 배우가 나와 어수룩한 노래실력을 뽐내기도 하는 등 기존의 10대 위주의 음악프로그램과는 다른 매력으로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이후 2002년까지 약 4년간 의외의 장수프로그램으로 선전한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바톤을 이어받은 프로그램이 2002년 4월 첫
방송된 ‘윤도현의 러브레터’다. 월드컵 2달 전부터 방송 된 ‘러브레터’는 월드컵 가수 윤도현의 힘을 확인하듯 꾸준한 인기를 모으며 월드컵을
앞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당시 ‘러브레터’가 방송 될 때 “이름과 진행자만 바뀌었을 뿐...” 하는 ‘프로포즈’와 다를 바 없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대한 우려이다.
따지고 보면 그때 그 형태의 분위기와 진행방식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 이는 2005년 8월에 첫 방송된 ‘김윤아의
뮤직웨이브’나 같은 해 10월에 첫 방송된 ‘김동률의 포유(이하 포유)’도 마찬가지.
가장 최근 방송된 ‘러브레터’의 출연진은 바이브, 장혜진, 신효범, 넥스트, ‘뮤직웨이브’는 장나라, 클래지콰이, 박혜경, VOS,
5tion, 슈퍼키드, ‘포유’는 김형성 with freiends, 펑키브라운, 김상진, 페이지다. 다행히 그 주에 겹치기 출연은 없는
편이지만, 새로 음반을 냈거나 콘서트를 여는 가수의 경우는 한 주를 건너뛰고 다른 방송에서 다시 그 가수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이른바 라이브 무대의 최고 적임자로 불리는 빅마마, 러브홀릭, 클래지콰이, 버블시스터즈, 델리스파이스, 임정희 등의 가수들은 3사
심야음악프로그램의 단골손님들이다. 프로그램의 성격상 출연을 원하는 가수가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러브레터’는 ‘김상현의 마음속의 멜로디’나 ‘삐닥이 김C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라는 고정 코너로 시청자 참여가 많고,
‘포유’는 뮤지컬 출연진들의 무대를 유독 많이 볼 수 있다는 것, ‘뮤직웨이브’는 좀 더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만한 무대로 꾸며진다는 것이 각
프로그램의 특징으로 내세울만한 것임에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곧 각각 색깔을 만드는 것은 제작 의도나 프로그램 내의 어떤 코너라기보다 진행자 고유의 말투나 분위기가 곧 프로그램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윤도현, 김동률, 김윤아가 아니라면 각 방송의 심야시간 음악프로그램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러브레터’, ‘포유’, ‘뮤직웨이브’의 음악프로그램이 12시 이후의 시간이라는 화경적인 조건에 맞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사회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현재로써 만족하고 있는 부분이 다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물론 앞으로도 이러한 진행자 자리의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이적, 유희열, 윤종신, 조규찬 등이 다음 심야 음악프로그램의 또 다른 맛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각각 다른 방송사에서 생산되는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아무리 만드는 손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재료 없이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기엔 무리가 따를 것이며 영원히 다른 방송사의 경쟁작, 혹은 아류작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TVONE/보도국 - 권태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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