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 남기 위해 함께 고생한 팀 동료의 허물을 들춰내 탈락시켜야 한다면? 내 여자친구가 거액의 데이트
자금을 거머쥐기 위해 내 눈 앞에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다면?
요즘 부쩍 늘어난 TV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들의 주된 설정은 이처럼 ‘경쟁’과 ‘자극’에 맞춰져 있다. 케이블TV에서 외국의 가학성 짙은 리얼리티 쇼들이 판을 쳐도 국내 제작 프로그램은 god의 ‘육아일기’류의 감동 코드가 주류를 이뤘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SBS와 KBS가 나란히 선보인 오디션 방식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경쟁의 과정보다는 자극적인 탈락자 선정 방식으로 눈길을 끈다. 프로듀서 박진영과 공동기획 해 최종 우승자에게 가수 데뷔 기회를 주는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매주 출연자들끼리 투표를 해 탈락자를 가려내게 하고, 청춘드라마 주인공을 선발하는 KBS2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은 2명씩 무대에 올려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을 무대에 남겨놓는 식으로 탈락자를 선정했다.
케이블TV로 가면 ‘자극’의 수위는 더 높아진다.
XTM의
‘S’는 애인이 있는 3명을 포함한 6명의 여성 출연자들이 ‘S맨’으로 불리는 남성의 선택을 받기 위해 펼치는 화끈한 애정 공세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M.net의 ‘아이 엠 어 모델’(I am a model)은 모델 지망 출연자들에게 누드 촬영을 과제로 내고 노출을 걱정하는 모습까지
보여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그러나 이런 리얼리티 쇼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시청률이 변변치 못할 뿐 아니라, 가학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KBS2 ‘…스타오디션’은 가혹한 탈락자 선정 방식 때문에 5분 넘게 무대에 세워졌던 출연자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고, 점수 집계 잘못으로 통과된 줄 알았던 출연자가 다시 무대에 올라가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SBS ‘슈퍼스타…’는 전원이 10대인 출연자들에게 서로 비판하고 탈락자를 지목할 것을 강요해 적잖은 반감을 산다.
더 큰 문제는 쓸데없는 자극만 있을 뿐, 리얼리티 쇼의 본질적인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프로그램들이 컨셉트를 빌려온 해외 인기 리얼리티 쇼들의 경우 설정 면에서는 더 자극적일지 몰라도, 그 안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장치를 담고 있다. 일례로 미국 최고의 춤꾼을 뽑는 ‘유 캔 댄스’는 백인 웨이트리스부터 스스로 떨어질 것을 아는 춤 못 추는 뚱뚱한 흑인까지 등장시켜 다양한 계층의 시청자들이 비슷한 처지의 출연자들을 응원하며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빠져들게 만든다.
반면 ‘슈퍼스타…’나 ‘…스타오디션’의 경우 일부는 이미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멋진 외모의 연예인 지망생들만 출연시켜 ‘그들만의’ 무대를 펼친다.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 우승자가 곧바로 톱스타가 되는 반면,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잊혀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평론가 이명석씨는 “대부분의 국내 리얼리티 쇼들은 ‘리얼리티’는 실종된 채 가혹한 벌칙과 선정성으로 눈길을 끌려고 한다”면서 “해외 리얼리티 쇼를 모방하기에 앞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 ‘리얼리티’ 요소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객원 기자 lennonej@hk.co.kr
요즘 부쩍 늘어난 TV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들의 주된 설정은 이처럼 ‘경쟁’과 ‘자극’에 맞춰져 있다. 케이블TV에서 외국의 가학성 짙은 리얼리티 쇼들이 판을 쳐도 국내 제작 프로그램은 god의 ‘육아일기’류의 감동 코드가 주류를 이뤘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SBS와 KBS가 나란히 선보인 오디션 방식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경쟁의 과정보다는 자극적인 탈락자 선정 방식으로 눈길을 끈다. 프로듀서 박진영과 공동기획 해 최종 우승자에게 가수 데뷔 기회를 주는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매주 출연자들끼리 투표를 해 탈락자를 가려내게 하고, 청춘드라마 주인공을 선발하는 KBS2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은 2명씩 무대에 올려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을 무대에 남겨놓는 식으로 탈락자를 선정했다.
케이블TV로 가면 ‘자극’의 수위는 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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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리얼리티 쇼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시청률이 변변치 못할 뿐 아니라, 가학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KBS2 ‘…스타오디션’은 가혹한 탈락자 선정 방식 때문에 5분 넘게 무대에 세워졌던 출연자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고, 점수 집계 잘못으로 통과된 줄 알았던 출연자가 다시 무대에 올라가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SBS ‘슈퍼스타…’는 전원이 10대인 출연자들에게 서로 비판하고 탈락자를 지목할 것을 강요해 적잖은 반감을 산다.
더 큰 문제는 쓸데없는 자극만 있을 뿐, 리얼리티 쇼의 본질적인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프로그램들이 컨셉트를 빌려온 해외 인기 리얼리티 쇼들의 경우 설정 면에서는 더 자극적일지 몰라도, 그 안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장치를 담고 있다. 일례로 미국 최고의 춤꾼을 뽑는 ‘유 캔 댄스’는 백인 웨이트리스부터 스스로 떨어질 것을 아는 춤 못 추는 뚱뚱한 흑인까지 등장시켜 다양한 계층의 시청자들이 비슷한 처지의 출연자들을 응원하며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빠져들게 만든다.
반면 ‘슈퍼스타…’나 ‘…스타오디션’의 경우 일부는 이미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멋진 외모의 연예인 지망생들만 출연시켜 ‘그들만의’ 무대를 펼친다.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 우승자가 곧바로 톱스타가 되는 반면,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잊혀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평론가 이명석씨는 “대부분의 국내 리얼리티 쇼들은 ‘리얼리티’는 실종된 채 가혹한 벌칙과 선정성으로 눈길을 끌려고 한다”면서 “해외 리얼리티 쇼를 모방하기에 앞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 ‘리얼리티’ 요소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객원 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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