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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빈치코드


전세계적으로 4,300만부 이상이 팔렸다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를 할리우드에서 그냥 보고만 있을 리 없다. <뷰티플 마인드>로 아카데미를 석권한 론 하워드 감독을 필두로 톰 행크스, 오드리 토투, 이안 맥켈렌 등의 초호화 캐스팅, 1억 3천만 달러라는 거대한 순제작비를 투입했으니 <다빈치 코드>는 올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 전세계 동시 개봉인 18일 이전에 어떠한 노출도 허용치 않은 상황이 불러온 궁금증은 가히 사람들을 숨 막히게 할 정도였다.

뚜껑을 연 <다빈치 코드>는 칸영화제를 통한 언론의 평가가 말해주듯 실망만을 안겨준다. 다수의 사람들이 접한 소설이다 보니 원작에 충실 하려했던 플롯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러닝타임 내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2권의 분량을 함축시키느냐가 관건이었을 테니. 하지만 플롯이 제공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이해하고 있는 스토리는 빈번히 등장하는 플래시백의 부연설명과 맞물려 지루함을 안겨줄 뿐, 팩션 특유의 긴장감을 형성하기에는 부족했다. 이는 원작소설을 영화화하는데 있어 검증된 스토리라는 최대의 장점 이면에 숨어있는 원작의 단점 때문이다.

‘다빈치 코드’에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바로 팩션이다. 사실과 가상 사이에서의 절묘한 줄타기는 가상을 얼마나 사실처럼 묘사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소설은 이를 위해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여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추측과 가설을 혼합하게 된다. 또한 그 소재가 사회적으로 민감할수록 흥미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는 추측과 가설에 대한 타당성 여부 혹은 소설의 완성도와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이를 영화화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바로 이 부분을 그대로 안고 가느냐, 아니면 재해석 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빈치 코드>는 전자를 택했다. 안전하게 소설의 스토리에서 플롯을 구성하고 캐릭터를 묘사했다. 캐릭터만 살펴봐도 원작으로 인한 양날의 검은 단적으로 드러난다. 톰 행크스, 오두리 토투, 장 르노 등의 배우들은 안정된 연기를 구사하지만 특색 있는 캐릭터를 창출하지 못한 이유도 원작 때문이다. 반면 폴 베타니는 원작에서 묘사된 ‘오푸스데이’와 알비노의 특징을 살려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인물로 구현될 수 있었다. <다빈치 코드>의 주인공은 지식과 경험으로 사건을 밝혀가는 인물이다. 따라서 그들이 추리하는 과정은 긴장감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인물 묘사와 배경 설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아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나머지 극의 서스펜스를 담당한 ‘오푸스 데이’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성배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비밀, 성배를 찾기 위한 크립텍스, 피보나치수열, 애너그램 등의 사용에서 발생하는 미스터리는 긴장감을 형성하지 못한 채 오직 재연에 급급했다.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에 아련히 묘사된 상상을 구체적 형상으로 구현해줄 거라 기대했던 <다빈치 코드>는 소설의 장점은 물론 영화의 장점도 제대로 발현하지 못한 범작이다. <다빈치 코드>가 선사한 기쁨은 루브르 박물관의 내부와 장미목 상자,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던 크립텍스를 구체적으로 형상화시켜줬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기쁨이라고 말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출처 : 작은화실
글쓴이 : 독일병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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