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묻힌 장애인들의 절규
“활동보조인 제도화... 인간다운 권리다.”
지난 6월 2일 발생한 경의선 전철역사인 인천 남동구 간석역 선로에 떨어져 사망한 고 박기연씨의 추모제 및 활동보조인쟁취 투쟁결의대회를 시민사회단체 및 인천장애인 차별철폐연대(준) 소속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13일 간석역 광장과 인천시청 정문에서 열렸다.
인천장애인 차별철폐연대(준)는 이날 집회에서 ▲ 중증장애인 생존권을 무책임하게 짓밟지 말고, 생존권을 보장할 것 ▲ 가족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활동보조인이 시급히 필요한 중증장애인에게 활동 보조인을 파견할 것 ▲ 화동보조서비스를 중증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로 인정할 것 ▲ 공동실태조사를 통하여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할 것 등을 인천시장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 고 박기연씨의 영정과 몸뚱이처럼 다녔던 휠체어가 쇠사슬에 묶여 있다.
▲ 고 박기연씨를 추모하는 진혼굿을 펼치고 있다.
▲ 고 박기연씨가 타던 휠체어가 외롭게 국화꽃으로 쌓여 있다.
▲ '활동보조인 제도화 하라'는 피킷을 목에 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간다운 삶 국가가 보장해야”
이날 집회에서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라고 밝히면서 “그러나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는 국가가 당연히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라는 주장하며 제도나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와 인천시를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우리사회 곳곳에서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삶의 고통과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처지의 중증장애인들이 70만 명 이상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라고 지적하며 “이 가운데 중증장애인들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먹지도,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비인간적인 생활에 방치되어 있다.”라고 성토하며 이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활동보조인제도화를 하루속히 만들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간석역 광장 집회를 마친 인천장애인 차별철폐(준)소속 회원 및 시민단체 회원들은 인천시청 정문으로 집회장소를 이동하여 고 박기연씨의 전동휠체어에 기름을 부어 불을 태우는 등 고 박기연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장애인들의 분노와 절규를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집회를 마치고 이동전에 만났던 서울장애인 차별철폐 연대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김영희씨는 인터뷰에서 “중증장애인 같은 경우에 활동 보조인이 없으면 집은 감옥이나 다름없다.”라고 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움직일 수 있겠어요.”라고 토로했다.
▲ 간석역광장에서 인천시청까지 거리 포퍼먼스를 벌이며 행진하는 장애인차별철폐 회원들
▲ "차별에 저항하라!" 는 이들의 절규는 들리지 않는 메아리로 묻혀 있다.
"활동보조인 서비스제도 마련되어야... "
박김영희씨는 “활동보조인도 직업이기 때문에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배워도 특별한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장애인들이 갖는 경제적 부담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다.”라고 밝히면서 “살아 있다 해도 산목숨이 아니라는 말은 그 고통 속에서 지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라고 호소했다.
인천장애인 차별철폐연대 소장 신영노씨는 “고 박기연 동지는 장애인들의 인권운동과 활동보조인 정착을 위해 온힘을 다해 열심히 싸워온 동료다.”라고 회상하며 “비록 배운 것이 없어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었지만, 몸뚱이 하나로 전면에 나서 일궈낸 서울의 활동보조인제도 협상이 타결된 내용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 수 있다.”라고 말하며 고 박기연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 고 박기연씨 영정 앞에 한송이 국화꽃으로 그를 애도하고 있다.
▲ 피킷시위를 벌이고 있는 인천장애인철폐연대회원
이처럼 장애인 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 인권확보, 이동권 쟁취,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위해 올해 초부터 힘겨운 투쟁을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고 박기연씨의 죽음을 통하여 보여준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권리와 삶을 살고자 하는 그들의 호소와 절규는 월드컵이란 용광로처럼 들끓는 함성 속에서 활동보조인 서비스제도화는 들리지 않은 절규로 묻히고 있었다.
취재:벌판 편집:붉은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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