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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받지마" 기부 막는 기부금법

"성금받지마" 기부 막는 기부금법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개를 돌보는 민간 봉사 모임 ‘유기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유사모) 인터넷 카페는 동물 치료비와 위탁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올 2월부터 원하는 회원에게 일정액의 회비를 받아오고 있다. 하지만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의 회원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기부금품모집규제법 위반)로 관계자들이 최근 경찰조사를 받다 성남지청에 송치된 상태다.

유사모의 한 운영자는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자비를 들여가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낸 돈을 규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회원들에게 회비를 받는 것이 불법이라면 대부분 인터넷 모임도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무분별하고 강압적인 기부금 갈취를 막기 위해 제정된 기부금품모집규제법(기부금법)이 기부문화 확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부금법이 엄격하게 집행될 경우 대부분 민간 조직들은 사법처리 대상이 되기 때문에 드러내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을 현행법이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기부금법은 모금액 3억원 이상일 경우 행정자치부, 이하일 경우 광역단체장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모금계획서 외에 관련기관 추천서, 자산과 신용도 관련서류 등을 제출해야 하고 뚜렷한 허가 조건이 없기 때문에 행정 담당자의 판단에 크게 좌우되는 실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온라인 동호회에서 원하는 회원에게 운영비를 받는 것, 양로원 등에서 겨울철 난방비를 지역 주민들에게 호소하는 것, 각종 시민·사회단체에서 ‘후원의 밤’ 등 후원행사를 통해 시민에게서 기부금을 받는 것도 모두 사법처리 대상이다. 일정 소속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목적이 있는 모금운동을 한 것은 불법으로 보기 때문이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을 벌였던 민족문제연구소 후원운동도 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관할 부처인 행자부의 허성관 장관도 지난해 이 사실을 모르고 성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단체의 모금활동과 개인이 선의에서 행하는 기부활동을 제약하는 기부금법에 대해 20여년 전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개정 운동을 벌여왔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조경만 부장은 “기부금법은 한국전쟁 당시 상이용사들이 성금을 갈취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제정해 우리나라밖에 없는 법으로,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의 모금액 횡령 문제 등에 관한 사후관리는 현행법 체제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는 기부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기부문화가 정착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법의 개정을 위해 16대 국회 때 행자부에서 개정안을 냈지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고, 이번 17대 때도 계류 중인 상태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장유식 변호사는 “기부금법에서 제한하는 대상과 요건이 명확하지 않아 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대부분의 단체가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며 “현실을 반영해 융통성 있는 적용이 필요하고, 악용될 소지가 많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