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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a Difference!

기부는 미국인의 ‘일상생활’

기부는 미국인의 ‘일상생활’

한해 평균 140만원 기부…81% ‘가난한 이들 돕기 위해’

미디어다음 / 윤준호 프리랜서 기자


인도의 에이즈 방지와 치료를 위해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12억 달러이상을 기부한 빌게이츠. [사진=연합뉴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세계 최고의 부자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세계 최고의 기부가로도 명성이 높다. 최근 워싱턴 주립대에 장학금 3330만 달러(약 340억 원)를 기부한 것을 포함해 그는 지금까지 무려 280억 달러(약 29조 원)를 기부했다.

빌 게이츠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손꼽는 부자들은 저마다 천문학적인 액수를 기부하고 있다. 최근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보도한 올해 미국 최고 기부자 명단에는 인텔의 공동창업자 고든 무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헤지 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 등 세계적인 부자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자선과 기부는 부자들만의 전유물일까. 적어도 미국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평범한 미국인에게도 자선, 기부 행위는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미국의 온라인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지난달 미국인 20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자선이나 기부에 참여했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무려 83%에 달했다.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가 가장 많았지만(37%), 가난한 사람들에게 식비나 식량을 보조한 경우(28%)나 건강 및 의료관련 도움을 준 경우(22%)도 많았다.

기부 금액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 응답자들이 연간 기부한 평균 금액은 1352달러 (약 140만원)로 나타나 상당한 액수를 자선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부를 하는 이유도 일반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이번 설문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81%는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서’ 기부를 한다고 밝혔다. 세금 공제 등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인들이 기부를 많이 한다는 선입견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다.

미국인이 기부를 하는 다음 이유로는 ‘옳은 일이기 때문에’(71%)와 ‘좋은 모범을 보이기 위해’(22%) 등을 꼽았다. 세금 공제 혜택을 이유로 꼽은 사람은 17%에 불과했다.


미국 뉴욕시 5번가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구세군 활동하는 자원봉사자. [사진=연합뉴스]
미국 사람들이 기부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회에서 벌어들인 부(富)는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 샌타모니카에는 ‘미 서부의 루브르’라고 불리는 미국 5대 박물관 중의 하나인 게티 센터가 있다. 게티 센터는 76년 사망한 석유 부호 폴 게티가 내놓은 7억 달러의 재산과 그 아들 존 폴 게티가 평생 모은 미술품을 사회에 환원, 설립됐다.

빈센트 반 고흐의 ‘붓꽃’을 비롯해 세계적인 문화재와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캘리포니아 주 샌마리노의 헌팅턴 도서관도 마찬가지. 철도 사업가 헨리 헌팅턴이 사망하면서 자신의 저택과 정원을 사회의 환원해 만들어진 이 도서관은 16만 평의 아름다운 정원과 셰익스피어, 초오서, 구텐베르크의 희귀 서적과 예술품을 간직하고 있으며 역시 일반에 무료로 공개되고 있다.

미국의 부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물론 미국에서도 한국과 같은 ‘부의 대물림’이 없지 않지만 ‘부의 사회 환원’에 앞장서고 있는 부자들의 행동이 사회 전반에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사회에는 자선 행위를 격려하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 미국의 공공시설이나 공원에서는 크고 작은 시설물이 누구의 기부에 의해 세워졌는지를 알리는 안내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원 오솔길의 작은 벤치 뒤에 기부자의 이름과 함께 ‘이 벤치는 누구누구의 기부에 의한 것입니다’라는 안내문을 새겨 넣는다든가, 공공시설의 작은 조각품 앞에 기부자에게 감사하는 글을 부착해 놓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큰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자선과 기부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모두 알 수 있기 때문에 기부자가 보람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런 기부 문화에 감사하고 자신도 언제든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표현 중에 ‘변화를 만들어 내자’(Make a Difference!)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보다 나아진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더하자는 의미입니다. 많은 미국인은 이런 생각을 갖고 다른 사람을 돕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연말을 맞아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서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 샘 헌든 씨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