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임순혜 기자]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제한해 온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로 뜨거운 요즘, 국가보안법 폐지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공감하기 위한 영화 상영회가 열릴 예정에 있어 눈길을 끈다. 황철민(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 감독의 <프락치(THE STUDENT SPYING)>가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을 중심으로 상영추진위원회를 구성, 전국 순회 상영회를 준비 중인 것. 전국 순회 상영에 앞서 열린우리당 강혜숙 의원과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 주관으로 10일 오후 7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회 시사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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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락치>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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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씨네굿필름 |
| 영화 <프락치>는 1993년 김삼석 남매를 간첩으로 조작했던 백흥용씨를 실제 모델로 하고 있다. 프락치로 활동하다 독일로 망명, 양심선언을 한 백흥용씨를 실제로 만났던 황 감독의 경험이 영화 제작의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 <프락치>는 국가 권력에 희생당한 '프락치'의 인권을 고발한다. 80년대 학원가의 '프락치'였던 한 남자와 그를 감시하는 기관원이 시골의 변두리 여관방에서 무더운 여름을 갇혀 지내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 <프락치>는, 권력에 희생당한 '프락치'의 인권을 문제삼고 있다. 이 영화는 실제 일어났던 일을 소재로 제작, 실제와 허구가 섞여 있다. 여관방에 누워 있는 두 사람의 발을 클로즈업 해 보여주며 시작하는 영화 <프락치>는 여관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갇혀 지내는 이들을 극적인 상황으로 몰고가며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준다. 다음은 <프락치>를 연출한 황철민 감독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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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에 응하는 황철민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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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임순혜 | -이 영화의 구상은 언제?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무렵, 범청학련 소속 후배의 소개로 프락치라는 인물을 만나게 됐다. 그를 만나 프락치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 독일 베를린 시청 앞에서 양심선언을 하게 한 적이 있다. 그는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96년 말 한국으로 돌아와서 시나리오를 썼고, 97년 부산국제영화제 제1회 PPP(시나리오 제작지원)에 선정되었다." -제작은 언제부터 하였나? "2002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디지털독립영화장편부문지원에 선정되어 3000만 원을 지원 받아 2002년 말 전주에서 15일 동안 제작하였다. 올해 9월에 완성했다." -이번 상영은 35mm 영화 상영 아닌가? "그렇다. 원래는 디지털로 제작했으나, 영화진흥위원회의 디지털 장편영화 배급지원작으로 선정되어 필름으로 전환하는 키네코 작업을 9월 말에 완성하였다." -그러면 이번 국회 상영이 첫 상영인가? "그렇다. 국내에서는 11월 10일 국회 시사회에서 처음 상영한다. 해외에서는 지난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제23회 밴쿠버국제영화제(The 23st Vancouver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의 용호상 시리즈(Dragons and Tigers series)에 초청되어 상영한 바 있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는? "프락치가 사회에서 갖는 비극을 영화 속에 담으려고 했다. 내가 만난 '프락치'는 심리적으로 굉장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언제든지 자기가 누군가에 의해서 의문사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공안 당국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데, 공안 당국에 의해서 아무도 모르게 제거돼서 사라져 버리는 일이 생길 것 같다는 공포감이 심했다. 그의 심리적 공포와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을 극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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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락치> 기술시사회에서의 주연배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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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임순혜 |
| -영화의 실제 모델은 어떤 인물인가? "1993년 김삼석 김은주 남매 간첩단 사건을 조작한 백흥용으로 알려져 있는 배인오라는 사람이다. 남매 간첩단 사건은 그들이 일본에 가서 재일 동포 반국가 단체와 관계를 맺으면서 간첩의 포석이 됐다는 내용인데, 간첩행위를 확인할 증거 자료가 없으니까 이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서 공안당국이 프락치를 투입하였다. 남매 간첩단 사건이 터지자 백흥용은 잠적했다가 독일로 왔다. 상황으로 봤을 때는 소위 안가에 숨어있거나 여관방을 전전하면서 숨어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을 영화로 만들었다." -그 인물은 그후 어떻게 되었나? "97년 어느 때인가 신문에서 월북을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결국 독일 사회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월북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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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락치>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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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네 | -<프락치>는 실제와 허구가 결합된 영화인 것 같은데? "상영시간 100분의 극영화다. 이미 존재가 드러나, 쓸모가 없어진 프락치와 그를 감시하는 경찰관이 함께 여관방에서 지내면서 벌어지는 실존적인 상황을 담았다. 결국 인간관계의 황폐화를 뛰어넘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보인다." -<프락치>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프락치>는 비록 국가 권력에 희생 당했으나, 그 속에 있는 인간의 건강성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려 한 영화이다. 영화의 계절을 여름과 겨울로 표현하여 한여름의 방안과 한겨울의 문밖을 통해 인물이 처한 심리적인 상황을 표현하였다." -영화에서 비디오와 연극, 소설이라는 매체를 등장시킨 이유는? "영화적인 재미와 감동을 고루고루 충족시키기 위해 비디오라는 매체와 소설, 연극이라는 매개를 사용하였다." -<프락치>의 배경음악은 무엇인가? "윤이상씨의 음악과 '아침이슬' '편지' '작은 연못' 등 김민기의 음악이 선곡되었다. 조각가인 김동우씨가 음악을 선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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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 집회에 참석한 황철민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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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임순혜 |
| -그동안 사회참여적인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이후 계획은? "그동안 충북의 작은 마을 옥천의 조선일보바로보기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옥천전투>와 세종대 이사장의 횡포로 재임용에 탈락되어 외롭게 1인 시위를 하는 조각가 김동우 교수를 담아 사학을 고발한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를 제작하였다. 이번에는 '프락치'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만들 예정이다. 이번 국회시사회에는 김삼석 남매와 간첩사건 조사에 참여한 이덕우 변호사와 이기욱 변호사가 자리를 함께 해 관객과의 대화를 나눌 예정인데, 이 부분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사회가 다큐멘터리의 시작인 셈이다."
/임순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