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특집

남의 땅에 묻혀있는 기름을 우리 것으로

산업자원부 2006-06-08 20:32]
신고유가 시대를 맞아 우리의 에너지전략은 과거 근검절약을 독려하던 범국민 캠페인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해외유전 등을 개발, 확보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우리의 해외자원 개발 현황과 추진전략, 참여정부의 정상 자원외교의 성과 등을 4회에 걸친 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1979년 2차 석유파동 당시 석유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
가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서 주민들이 물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 이 사진은 1979년 2차 석유위기 때 동네 기름가게 앞에서 조그마한 기름통을 놓고 기다리는 우리나라 여인들의 모습이다.

당시 이란혁명의 원인과 파장과 이에 따른 국제 석유시장의 동향 등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내일 당장 석유를 마음대로 살 수 없고 가격도 오른다는 소문에 마냥 집 안에 있을 수 없어 너도 나도 기름통을 들고 나왔을 것이다.

2차 석유위기가 던져준 물가폭등과 마이너스 성장은 당시 잘나가던 우리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엄청난 석유를 수입하면서도 위기가 터지면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도 없고, 부르는 게 값이라 여공들의 바느질로 벌어들인 달러를 기름을 사는데 고스란히 갖다 바쳐야 했던 그 때의 뼈저린 경험 탓일까?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부랴부랴 ‘해외자원개발사업법’을 제정, 1981년 마침내 우리 힘으로 일군 인도네시아 마두라 유전을 시작으로 한 해외유전개발의 역사도 4반세기가 훌쩍 지나버렸다.

이후 1980년대 중반부터 15년간 지속된 저유가로 인해 우리는 석유위기, 에너지안보에 대해 잊고 살았다. 솔직히 말하면 저유가체제에 기댄 나머지 대책수립을 미루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고유가가 지속되고 자원국유화와 자원확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는 다시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 반군의 폭동소식에 가슴을 졸이고, 자원민족주의를 외치는 폐루의 대통령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이슈에 민감한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다음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될 G8정상회담에서도 에너지안보에 관한 기본 합의문 채택이 핵심 아젠다가 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모든 나라가 에너지안보에 사활 걸어

오늘날 에너지를 국가안보와 결부시켜 국가의 장기전략을 짜지 않는 나라는 없다.
‘에너지 차르’(황제)를 꿈꾸는 러시아의 푸틴, 남미의 자원국유화를 부르짖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등 자원을 가진 나라 혹은 중국 등 자원이 부족한 나라 등을 막론하고 각자 에너지안보에 국가의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석유의 중동 의존도가 82%에 이르는 만큼 에너지 위기에 대비한 해외자원의 자주개발에 국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1973년도 1차 석유위기는 공급위기였다. 사우디, 쿠웨이트 등 중동국가에서는 우리를 비우호 국가로 분류하고, “석유공급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당시 우리에게 최근 정상 자원외교를 통해 확보한 서캄차카 유전같은 대형 유전 등이 있어서 우리 몫의 원유를 반입할 수 있었다면, 대통령 특사가 중동까지 건너가 기름을 구걸하는 절박한 처지는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아픈 경험을 통해 우리는 해외유전이야 말로 ‘남의 땅에 묻어놓은 우리의 비축유’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해외 유전 개발에 투자하고, 기름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에너지 자주개발인 것이다.

1979년 2차 석유위기 때는 단기간 감내하기 어려울 만큼 석유가격이 폭등했다.
하지만 당시 낮은 생산원가로 도입할 수 있는 우리 유전이 있었다면 고유가 충격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유가상승에 따라 자연스레 고수익이 보장되는 유전사업을 통해 석유수입에 따른 지출을 벌충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에너지 자주개발의 확대는 원유도입·가공·판매 등 하류부문 중심으로 발전해 온 우리 에너지산업의 균형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플랜트·전력 같은 자원개발 연관 산업과의 동반진출도 유도할 수 있다.

뼈저리게 느낀 해외자원개발 중요성

지금 국제 석유시장은 작은 충격으로도 유가가 폭등할 수 있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은 형국인 만큼 해외자원의 자주개발을 위해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해외자원 개발이 얼마나 소중한 지 뼈저리게 느꼈다. 또 어렵게 확보한 해외 유전들을 외환위기 당시 매각한 이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잘 알게 됐다.

현재 우리의 자주개발율은 4.1%에 불과하다.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스페인 56%, 이태리 51%를 비롯, 일본의 10%에도 못 미치는,매우 낮은 수준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적극적 정상 자원외교를 추진하는 것은 원유확보라는 목표 외에도 우리 경제규모에 걸맞는 에너지위기 대응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다.

남의 땅에 묻혀있는 기름을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