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특집

“검은 노다지를 찾아서… 지구 끝까지”

세계는 에너지 전쟁중이다. 고유가와 각국의 자원 민족주의가 맞물리면서 세계 곳곳에서 자원 확보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생존을 위해 공격적으로 해외 석유개발 사업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

그 선봉에는 한국석유공사가 있다. 현재 15개국의 31개 사업장에 참여하고 있는 석유공사는 해외유전 및 가스전을 더 많이 손에 넣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3억1,000만 배럴(지난해 6월 기준)의 매장량을 확보하고 있는 석유공사는 베트남 15-1광구의 석유탐사 성공을 바탕으로 나이지리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알제리 등지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메이저 업체와 비교할 때 생산량이나 투자 규모 등에서 명함을 내밀기 부끄러운 실정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세계 에너지 메이저와 경쟁할 수 있는 공기업 육성론’을 펴고 있고, 현 정부 들어 자원 정상외교를 통해 55억 배럴의 석유 탐사권을 확보해 놓고 있어 석유공사의 행보에 탄력이 붙고 있다.

석유공사는 우선 향후 10년 안에 세계 50위권 수준의 지역 메이저 석유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가에너지 자립을 선도하는 세계적 국영회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 목표인 ‘챌린지 20-50’을 마련한 것. 이 프로젝트에는 2015년까지 해외 석유매장량 20억 배럴을 확보해 20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매출액 50억 달러를 기록해 세계 50위권에 드는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석유 메이저기업이 되겠다는 야심이 담겨 있다.

민간기업 중에는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가 가장 적극적이다. 12개국 19개 광구에서 사업을 진행해 현재 4억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확보중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해외 유전개발을 해왔던 고 최종현 회장에 이어 최태원 회장이 대를 이어 해외 석유개발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베트남 브라질 등에서 활발한 사업을 하고 있는 SK㈜는 특히 아르헨티나 등 5개 외국 기업과 함께 2000년 페루 카미시아 88광구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2004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3억 달러를 투자해 2040년까지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카미시아 88광구는 남미 최대의 가스전. 지금까지 확인된 매장량만 원유 6억 배럴, 천연가스 8조7,000억 세제곱피트(원유로 환산하면 약 14억5000만 배럴)에 달한다. 17.6%의 지분을 갖고 있는 SK㈜는 이 사업으로 지난해 매출액 1억4000만 달러, 순이익은 5,000만 달러를 챙겼다. SK㈜는 신규 유망 지역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2010년에는 총 보유 매장량 7억 배럴, 하루 생산량 10만 배럴을 달성할 계획이다.

국내 2위의 정유업체인 GS칼텍스의 경우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실적은 꽤 좋은 편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하루 정제능력 65만 배럴의 10~15%까지 해외 유전개발을 통해 자체 조달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GS칼텍스는 2003년 캄보디아 블록 A 해상광구에 대한 탐사권 가운데 15%의 지분을 획득, 본격적인 유전개발사업에 나섰다.

이 곳은 2005년 3월까지 진행한 1기 탐사작업 때 시추한 5개의 탐사정에서 양질의 원유 또는 가스가 발견됐다. 또 지주회사인 GS홀딩스도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워캄 등 3개 광구에 대한 탐사권을 최대 30%까지 인수, 현재 파트너사인 한국석유공사 등과 함께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해외에서 우리 손으로 석유를 개발하는 자주개발율이 크게 높아져 2013년께는 현재(4.1%)의 4배가 넘는 18%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자금력이 외국 석유메이저에 크게 뒤지는 만큼 석유공사와 한국전력 등이 지난해 컨소시엄을 구성, 발전소를 지어주기로 하고 나이지리아 광구 탐사권을 따냈듯이 정보기술(IT) 등 우리가 경쟁우위에 있는 분야를 석유개발사업과 연계해 입찰에 들어간다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