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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데이

천사데이’가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고 있다. 10월4일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나누자는 ‘천사운동’ 약속의 날. 보잘것없는 작은 동네, 평범한 사람들이 시작한 ‘천사운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랑을 전하고 있다. 소년소녀가장, 빈곤가정, 장애인, 독거노인이 따뜻한 손길에 희망을 얻는다. 3~4일 전국 14개 도시에서는 흥겹고 아름다운 천사잔치가 열린다.
경기 동두천에 살고 있는 성재(6)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와 함께 산다.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개구쟁이로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3년 전 성재네 가족은 큰 어려움에 빠졌다.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바람에 당장 잠잘 곳이 없었고 아버지는 직장을 잃어 생계를 잇지 못했다. 성재엄마는 어린 아들을 남기고 새 삶을 찾아 떠난 후였다. 이웃의 손길이 없었다면 아마 성재는 할머니 품을 떠나 보육시설에 맡겨졌을지도 모른다. 성재에게 온 세상과 같은 따뜻한 가정을 지켜준 것은 바로 이웃이었다. 성재가 천사 아줌마·아저씨로 부르는 ‘동두천 천사들’은 지금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천사운동은 결코 큰 일을 하지 못합니다
‘희망지킴이 천사운동’은 바로 내 손이 닿는 이웃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자는 운동이다. 2002년 꽃샘추위가 한창인 3월 경기 동두천 기지촌의 차가운 컨테이너 박스에 전화기 한대를 놓고 시작한 운동은 전국 14개 본부가 생겨날 만큼 성장했다. 천사회원도 동두천 지역주민 10명에서 전국 6,000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천사운동본부는 결코 큰 일을 하지 않는다. 한번에 몇 백만원, 몇 천만원의 성금을 모으지도 못 한다. 두 끼 점심값, 영화 한편 값을 아끼면 가능한 한 사람당 한달 1만원을 모을 뿐이다. 작지만 귀한 성금으로 끈질긴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절망을 딛고 함께 살아보자고 손을 내민다. 복지·행정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애타게 도움을 기다리는 이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천사운동본부는 한달에 1만원씩 성금을 보내는 ‘천사들’과 성금 외에 본부 실무를 맡는 본부원들이 함께 이끈다. 본부원은 주부, 직장인, 자영업자 등으로 자원봉사자들이다. 지역의 사회복지사, 경찰, 병원 관계자들과도 네크워크를 갖고 있다.
연예인 스타들도 식구로 동참하고 있다. 개그맨 김미화·김용만, 금메달리스트 심권호씨 등은 오래된 천사다.
올들어 탤런트 박선영·정준·이은영, 색소폰 연주자 대니 정, 힙합그룹 드렁큰타이거, 신인가수 모세, 개그맨 유세윤·장동민·유상무, 이윤성과 치과의사 홍지호씨 부부 등이 새 천사가 됐다.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이들은 관련 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10월4일, 누구나 천사가 됩니다
천사들은 ‘천사데이’(www.1004day.org)를 만들었다. 돈벌이를 위해 외국에서 넘어온 ‘빼빼로데이’ ‘핼러윈데이’ ‘발렌타인데이’가 아니다.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작은 사랑을 나누자’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천사운동을 알리는 날이다.
2003년 첫해에는 동두천과 일산, 미국 켄터키에서 행사가 벌어졌다. 미국 켄터키에서는 재미동포들이 한인모임을 중심으로 뭉쳤다. 켄터키 행사는 언젠가 천사데이를 지구마을 사람들이 다함께 참여하는 뜻깊은 날로 만들자는 소망으로 미국에 불씨를 놓은 셈이다.
행사는 지역별로 3~4일에 열린다. 동두천·양주에서는 10.04㎞, 1,004m 마라톤이 열린다. 어린이와 장애인, 노인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평소에 해왔던 일이지만 혼자 사는 노인, 결손가정을 방문해 가사를 돕고 생활용품을 전달한다. 겨울철에 대비해 가전기기·보일러 수리도 한다.
하남은 사랑의 바자, 천사비빔밥, 거북이걷기 대회 등을 연다. 성남·충남 아산 등에서도 천사걷기, 사랑의 헌혈행사 등을 펼친다. 동해삼척에서는 천사의료봉사단이 평소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웃을 찾아간다. 안산에서는 흥겨운 ‘천사열린음악회’가 펼쳐진다. 올해는 특히 천사기업들도 나섰다. 종합유통사 다이너스티 인터내셔날, 게임소프트회사 넥슨, 바이오벤처 파이온텍, 홍선생미술 등이 후원한다.
천사데이의 여세를 몰아 10월16일에는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2005년 희망 천사 콘서트’가 열린다. 김종국, 아이비, 성시경, 린 등의 인기가수가 참여한다. 콘서트를 즐기면서 입장료로 기부도 할 수 있는 기분 좋은 공연이다.
서울천사운동본부 백두원 사무국장(33)은 “‘천사데이’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작은 봉사단체나 기업들도 10월4일 자체적으로 다양한 봉사와 기부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천사데이의 진정한 의미가 확산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천사운동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그럴 힘도 욕심도 없다. 다만 평범한 사람들이 십시일반 소박한 마음으로 변치 말자고 다짐한다. 우리 주변에 가난 때문에 고통받는 ‘내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 어린 자식과 같은 이웃’이 있기에 작은 사랑을 모으고 있다.
▶나눔 행사가 기다립니다…미술 대회·자선바자 등 다채
3일 서울 능동 어린이 대공원에서는 ‘희망나눔 어린이 미술대회’가 열린다. 경향신문천사운동본부가 ‘천사데이’를 널리 알리자는 뜻에서 마련했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 모두 참여할 수 있다. 그림 주제는 ‘이웃사랑’과 ‘가족사랑’. 색색의 크레파스와 물감으로 ‘천사데이’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부대행사로 페이스 페인팅과 ‘자선바자’가 열린다.
우수작품에는 ‘경향신문사 천사운동본부장상’ ‘홍선생미술 사장상’ ‘사랑상’ ‘희망상’ 등이 주어진다. 참가신청은 천사데이 홈페이지(www.1004day.org)나 당일 어린이대공원 정문에서 현장 접수할 수 있다. 참가비는 1만원. 기념 티셔츠와 기념품이 주어진다. 문의 1588-8914
또 성남에서는 한국수자원공사 성남권관리단 직원들이 직접 농사 지은 농작물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이색 기부행사가 열린다. 성남관리단 박희웅 단장(사진 아래 가운데)이 성남천사운동본부의 307번째 천사가 되면서 인연이 됐다. 박단장은 “정수장내 버려진 땅을 전직원이 일궈 귀한 농작물을 얻게 됐다”며 “앞으로도 콩, 배추, 무 등의 농작물로 이웃을 돕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