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고아, 모자왕, 대우버스ㆍ클라크 지게차 인수….'백성학 영안모자 회장(66) 인생역정을 압축하는 단어들 틈에 '방송'이 추가됐다.
그가 바로 내년 5월 전파를 쏘는 경기ㆍ인천지역 새 지상파방송 사업자인 '경인TV 컨소시엄' 최대주주(지분율 22.64%)기 때문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왜 갑자기 방송사업인가. 지금까지 펼쳐온 사업과도 연관성이 없으니 더욱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백 회장은 그 이유에 대해 "나눔의 문화를 방송전파에 담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한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사회환원 문화는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이나 다름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제가 솔선수범해서 여러 가지 사회환원 사업을 해봤는데 나눔 문화가 곳곳에 퍼지지 않는 것 같아요. 영향력이 큰 방송전파를 탄다면 사정이 좋아지겠죠."실제로 백 회장은 확고한 나눔경영 철학을 가지고 30년 동안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강원도 홍천과 중국 코스타리카 스리랑카 베트남 등에 소외된 이웃을 위한 쉼터인 '백학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경제만 외치지 불우이웃을 돌보지 않아요. 정부가 기업 수익 일정액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지경이죠. 저는 남은 생애 동안 '나눔의 길잡이' 노릇이나 할까 합니다."그는 경인방송 관련 이사장을 맡을 계획이며 소유와 경영 분리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인방송 지분에 대한 배당금 3분의 1도 사회에 기부하기로 결정했을 정도로 그의 나눔은 끝이 없다.
이렇듯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백 회장은 최근 있었던 두산과 현대 경영권 분쟁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특히 두산그룹과는 친척보다 왕래가 많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 두산 창업주인 고 박두병 회장은 57년부터 평생 단골손님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재벌가는 그 많은 재산 중 1000분의 1도 못쓰고 저 세상으로 갈 거예요. 사람이 관에 들어가면 끝인데 왜 그렇데 아웅다웅하는지…. 난 자식들한테 최소한만 물려주고 모두 기부할 겁니다."10세에 전쟁고아가 되어 자수성가한 그는 자식교육에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세 아들 모두 영안모자 임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운전기사를 두지 못하게 했다.
"돈을 많이 주면 사람을 버려요. 장남은 육군사관학교에 보내고, 막내는 비무장지대에서 군복무를 하도록 했지요. 모질게 키워야 세상 풍파를 견딜 것 아니겠어요?"6ㆍ25전쟁 당시 미군부대 쓰레기통을 뒤지며 연명한 백 회장은 지금도 외국출장중에 택시를 타는 등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지독할 정도의 검소함과 근면성실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오늘날 영안모자가 잇단 사업다각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9년 모자회사로 출발한 백 회장은 2003년 클라크 지게차와 대우버스를 잇달아 인수해 정상화했으며 지난해 전 계열사 매출액이 1조2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현지 시장에 맞는 모자를 순발력 있게 생산하는 영안모자는 전 세계 10개국에 18개 법인을 거느리고 있으며 연간 1억개에 달하는 모자를 팔고 있다.
그는 경영비법으로 '정리정돈' '신뢰' '미래 설계' 등을 언급했다.
"몸과 마음, 생활습관 등 모든 것이 정리정돈돼야 일도 잘 되지 않겠어요? 69년 수출을 막 시작할 때 공장 재봉틀 앞이 너무 지저분해 사훈으로 정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 단어가 깊게 느껴집니다."60년대 수출에 뛰어들어 온갖 시련을 견뎌낸 백 회장은 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돼야 기업 미래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힘들다고 사람을 쥐어짜서는 안 돼요. 회사가 곧 망할 것이라며 직원을 위협하면 오히려 사고가 더 많이 나요. 당장 손해날 수는 있지만 차분히 준비하면 곧 안정을 찾고 기업 미래를 다질 수 있어요."평생 담배를 안 피우고 과음도 피했다는 그의 건강비결은 뜻밖에 곤봉체조다. 골프는 시간이 없어 못한다.
"주말에 집 마당 청소하고 12명 손주들 재롱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왜 골프장에 가겠어요?"
[전지현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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