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형 인간’이 되는 법
[한겨레] 전문가들이 훌륭한 기획자 되려는 이에게 던지는 첫째 권고는 ‘독서’…영감을 주는 ‘교수진’을 꾸리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생활습관을 만들라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wjryu@hani.co.kr
책에 길이 있다
“월급의 10%는 책을 사는 데 써라.”
훌륭한 기획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전문가들이 권하는 첫 번째 권고사항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생산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기획자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기댈 곳은 바로 정제된 콘텐츠의 보고인 책이라는 것이다. 운동선수들이 연봉의 상당 부분을 체력 보강을 위해 보약이나 건강보조 식품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뇌가 재산인 기획자들은 책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책을 사지 않더라도 서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상당한 효과를 불러온다는 이들도 있다. 대형 서점의 경우에는 한 달에 한 번이나 2주일에 한 번꼴로 가서 어떤 책이 새로 출간됐는지를 살피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대중의 관심과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 좋고, 자신이 얼마나 무식한지를 깨달아 반성하고 긴장할 수 있다.
자신만의 교수진을 꾸려라
기업 내 기획자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 가운데 하나는 경제·경영서만을 읽으려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세상과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기획은 모래 위에 쌓은 성이라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인문학적인 바탕 없이 실무기술적 지식만 잔뜩 쌓아놓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허무해질 수 있다. 하우석 공주영상대학 교수는 꾸준한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교수진’을 만들 것을 권고한다. 그가 제안한 ‘나만의 교수진’의 한 사례를 살펴보자.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부문: 필립 코플러, 돈 E. 슐츠, 잭트라우트, 알 리스, 탄넨바움 등. 철학: 데카르트, 흄, 칸트 등. 기호학: 롤랑 바르트, 소쉬르, 퍼스, 장 보드리야르 등. 정신분석학: 지그문트 프로이트, 칼 융, 에리히 프롬 등. 문화연구: 레이먼드 윌리암스, 스튜어트 홀 등. 시문학: 김수영, 김소월, 김영랑, 구상 등. 마음공부: 법정, 숭산, 달라이 라마, 틱낫한, 에머슨 등. 기타 석학: 노엄 촘스키, 박노자 등.”
하 교수는 “이 스승들은 제자들이 기획자로서 걸으려는 길에 밝은 빛이 되어주고, 끊임없는 영감을 주며, 의지를 강하게 만들어주고, 늘 동기를 부여하고,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고, 격려해주고, 희망을 주고, 늘 함께해준다”고 강조했다. 물론 개인별로 교수진의 구성은 다양해질 수 있다.
세상을 향해 ‘호기심’을 열어라
독서가 중요하지만 책 속에만 파묻혀 있다고 좋은 기획 아이디어가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건 아니다. 일상에서 중요한 것은 세상을 향해 언제나 열려 있는 ‘호기심’이다. 서울에 있는 한 광고기획사는 신입사원들에게 호기심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 입사하는 날 1시간 동안 명동을 돌아다닌 뒤 회사에 돌아와 돌아다닌 시간과 똑같은 시간만큼 자신이 느낀 점을 말하게 한다. 그렇게 하면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길거리를 다녔던 사람도 사소한 것까지 관찰하게 된다고 한다.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생활습관으로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으로 출퇴근하기’ ‘메모를 일상화하기’ ‘5가지 이상의 전문 잡지를 정기 구독하기’ ‘제2, 제3, 제4의 취미나 동호회를 만들기’ 등이 있다. 현재 물건별로 유행하는 것을 내가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도 권장된다. 자동차, 화장품, 청바지, 아파트, 청량음료, 음악, 연극, 영화, 연예인 등을 쭉 써놓고 각각의 아이템별로 유행하고 있는 것을 자신이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놀이다.
평상시 혼자 있는 시간에 세상만사에 대해 ‘왜’라고 끊임없이 묻는 것도 기획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생활습관이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유독 초고속 정보통신이 발달한 이유는 뭘까’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고 하는데도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여전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인간은 왜 남을 지배하고 싶어할까’ ‘무서운 걸 싫어하면서 왜 공포영화를 찾는 걸까’ 등 단순한 호기심도 통찰력 있는 기획력을 진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감성지수’를 높여라
호기심을 기르면서 함께 키워야 하는 것은 ‘감성지수’를 높이는 일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감성 소비’나 ‘감성 제품 마케팅’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기업이 아니더라도 감성이 풍부하지 못한 사람 가운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네트워킹 능력이 뛰어난 이는 거의 없다. 또 감성 능력은 좌뇌와 우뇌를 골고루 발달시켜 균형 잡힌 뇌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기획자에게는 필수적이다. 일상에서 감성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글을 읽는 시간만큼 그림을 보기’ ‘음악을 30분 이상 들으면서 상상하기’ ‘시·소설·수필 등 문학 책을 폭넓게 읽기’ 등이 있다.
국어 공부에 매달려라
기획자는 영어 공부보다는 국어 공부에 매달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우석 교수는 “영어는 부차적일 뿐이고 국어 공부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써야 나의 논리가 명확해지고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으며 토론에서 자유롭게 대화하게 되어 기획서 만들기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이는 결국 기획 자체에 대한 자신감으로 변한다”는 게 하 교수의 주장이다.
시집·소설책·수필집은 부드러운 읽을거리, 철학·역사·전문 분야는 딱딱한 읽을거리, 일기·수필·시는 부드러운 글쓰기, 고객면담 보고·업무상황 보고·기획서는 딱딱한 글쓰기로 나눈 뒤 이 4가지 영역을 반복해서 훈련하는 방법이 있다.
내 안의 여성성에 눈떠라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은 기획자의 자질에 대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중장기적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 이름난 미래학자들의 책은 빠짐없이 읽는 게 좋다. 시대를 관통하고 ‘노마디즘’과 같은 사조에 대해서는 관련된 사회학적 연구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래를 좌우할 키워드로 내가 주목하는 것은 여성성과 상상력, 창조력이다. ”
그리고 겸손하라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품성으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뜻밖에도 ‘겸손’이다.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능력 가운데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기획팀 내부의 의견을 모아서 조율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의견을 조직의 수평·수직으로 전달하면서 조율하는 과정은 전부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여기에 더해 협력업체나 관계 기관 등 외부 환경에 존재하는 커뮤니케이션 대상까지 더해지면 겸손하지 않고서는 기획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참고: <100억짜리 기획력> 하우석 지음, 새로운 제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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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wjryu@hani.co.kr
책에 길이 있다
“월급의 10%는 책을 사는 데 써라.”
훌륭한 기획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전문가들이 권하는 첫 번째 권고사항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생산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기획자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기댈 곳은 바로 정제된 콘텐츠의 보고인 책이라는 것이다. 운동선수들이 연봉의 상당 부분을 체력 보강을 위해 보약이나 건강보조 식품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뇌가 재산인 기획자들은 책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책을 사지 않더라도 서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상당한 효과를 불러온다는 이들도 있다. 대형 서점의 경우에는 한 달에 한 번이나 2주일에 한 번꼴로 가서 어떤 책이 새로 출간됐는지를 살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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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교수진을 꾸려라
기업 내 기획자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 가운데 하나는 경제·경영서만을 읽으려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세상과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기획은 모래 위에 쌓은 성이라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인문학적인 바탕 없이 실무기술적 지식만 잔뜩 쌓아놓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허무해질 수 있다. 하우석 공주영상대학 교수는 꾸준한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교수진’을 만들 것을 권고한다. 그가 제안한 ‘나만의 교수진’의 한 사례를 살펴보자.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부문: 필립 코플러, 돈 E. 슐츠, 잭트라우트, 알 리스, 탄넨바움 등. 철학: 데카르트, 흄, 칸트 등. 기호학: 롤랑 바르트, 소쉬르, 퍼스, 장 보드리야르 등. 정신분석학: 지그문트 프로이트, 칼 융, 에리히 프롬 등. 문화연구: 레이먼드 윌리암스, 스튜어트 홀 등. 시문학: 김수영, 김소월, 김영랑, 구상 등. 마음공부: 법정, 숭산, 달라이 라마, 틱낫한, 에머슨 등. 기타 석학: 노엄 촘스키, 박노자 등.”
하 교수는 “이 스승들은 제자들이 기획자로서 걸으려는 길에 밝은 빛이 되어주고, 끊임없는 영감을 주며, 의지를 강하게 만들어주고, 늘 동기를 부여하고,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고, 격려해주고, 희망을 주고, 늘 함께해준다”고 강조했다. 물론 개인별로 교수진의 구성은 다양해질 수 있다.
세상을 향해 ‘호기심’을 열어라
독서가 중요하지만 책 속에만 파묻혀 있다고 좋은 기획 아이디어가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건 아니다. 일상에서 중요한 것은 세상을 향해 언제나 열려 있는 ‘호기심’이다. 서울에 있는 한 광고기획사는 신입사원들에게 호기심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 입사하는 날 1시간 동안 명동을 돌아다닌 뒤 회사에 돌아와 돌아다닌 시간과 똑같은 시간만큼 자신이 느낀 점을 말하게 한다. 그렇게 하면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길거리를 다녔던 사람도 사소한 것까지 관찰하게 된다고 한다.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생활습관으로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으로 출퇴근하기’ ‘메모를 일상화하기’ ‘5가지 이상의 전문 잡지를 정기 구독하기’ ‘제2, 제3, 제4의 취미나 동호회를 만들기’ 등이 있다. 현재 물건별로 유행하는 것을 내가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도 권장된다. 자동차, 화장품, 청바지, 아파트, 청량음료, 음악, 연극, 영화, 연예인 등을 쭉 써놓고 각각의 아이템별로 유행하고 있는 것을 자신이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놀이다.
평상시 혼자 있는 시간에 세상만사에 대해 ‘왜’라고 끊임없이 묻는 것도 기획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생활습관이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유독 초고속 정보통신이 발달한 이유는 뭘까’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고 하는데도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여전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인간은 왜 남을 지배하고 싶어할까’ ‘무서운 걸 싫어하면서 왜 공포영화를 찾는 걸까’ 등 단순한 호기심도 통찰력 있는 기획력을 진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감성지수’를 높여라
호기심을 기르면서 함께 키워야 하는 것은 ‘감성지수’를 높이는 일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감성 소비’나 ‘감성 제품 마케팅’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기업이 아니더라도 감성이 풍부하지 못한 사람 가운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네트워킹 능력이 뛰어난 이는 거의 없다. 또 감성 능력은 좌뇌와 우뇌를 골고루 발달시켜 균형 잡힌 뇌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기획자에게는 필수적이다. 일상에서 감성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글을 읽는 시간만큼 그림을 보기’ ‘음악을 30분 이상 들으면서 상상하기’ ‘시·소설·수필 등 문학 책을 폭넓게 읽기’ 등이 있다.
국어 공부에 매달려라
기획자는 영어 공부보다는 국어 공부에 매달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우석 교수는 “영어는 부차적일 뿐이고 국어 공부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써야 나의 논리가 명확해지고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으며 토론에서 자유롭게 대화하게 되어 기획서 만들기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이는 결국 기획 자체에 대한 자신감으로 변한다”는 게 하 교수의 주장이다.
시집·소설책·수필집은 부드러운 읽을거리, 철학·역사·전문 분야는 딱딱한 읽을거리, 일기·수필·시는 부드러운 글쓰기, 고객면담 보고·업무상황 보고·기획서는 딱딱한 글쓰기로 나눈 뒤 이 4가지 영역을 반복해서 훈련하는 방법이 있다.
내 안의 여성성에 눈떠라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은 기획자의 자질에 대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중장기적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 이름난 미래학자들의 책은 빠짐없이 읽는 게 좋다. 시대를 관통하고 ‘노마디즘’과 같은 사조에 대해서는 관련된 사회학적 연구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래를 좌우할 키워드로 내가 주목하는 것은 여성성과 상상력, 창조력이다. ”
그리고 겸손하라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품성으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뜻밖에도 ‘겸손’이다.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능력 가운데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기획팀 내부의 의견을 모아서 조율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의견을 조직의 수평·수직으로 전달하면서 조율하는 과정은 전부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여기에 더해 협력업체나 관계 기관 등 외부 환경에 존재하는 커뮤니케이션 대상까지 더해지면 겸손하지 않고서는 기획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참고: <100억짜리 기획력> 하우석 지음, 새로운 제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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