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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스타권력화 브레이크가 없다 (하)

기획 스타권력화 브레이크가 없다 (하)
연예기획사 덩치 키우는 외주제작




예능 프로 한편 맡으면 매출액 수십억원 증가

드라마,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진행된 스타권력화가 최근 예능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강력해진 스타 파워는 연예기획사의 위상을 높였고, 그들의 힘은 프로그램 제작에까지 직·간접적으로 미치고 있다. 하나로 뭉치면서 더욱 강해진 예능 스타들의 파워와 이를 배경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 환경 변화를 2주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방송 환경이 변하면서 프로그램 제작 측면에서도 다양한 방식들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 최근 외주제작이 늘어나면서 그 제작 형태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먼저 진행자의 출연으로 외주제작을 하는 방식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헤이헤이헤이2>, <신동엽의 있다!없다?> 등 DY엔터테인먼트(이하 DY)가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DY는 자사 소속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방식으로 제작에 참여하고 협찬을 관리해 출연료 및 기타 수입을 가져간다.

강호동, 박경림 등이 소속돼 있는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이하 팬텀)도 최근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과 외주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6억 이상이며, 팬텀은 외주제작을 통해 3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조건이라면 프로그램 3편에 10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스타킹>은 강호동이 진행을 맡고 있다.

자본이 결합하는 형태의 외주제작도 있다. SBS <슈퍼바이킹>이 대표적인 사례. <슈퍼바이킹>의 경우 놀이기구 설치에 드는 비용이 10억 원, 순수 제작비는 회당 7천만 원가량이다. 자체 제작으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금액. 그래서 외주 프로덕션이 10억 원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놀이기구 사용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방송 제작에 관한 권리는 SBS가 가진다.

전체 물량 늘었지만 무늬만 외주 많아

이렇게 외주제작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늬만’ 외주제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기 오락 프로그램 중에서 본격적인 외주제작 프로그램은 MBC <거침없이 하이킥>(초록뱀미디어 제작, 김병욱 PD 연출) 정도뿐이다. 실제로는 방송사의 인력과 노하우로 제작됨에도 불구하고 외주제작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것은 높아진 스타들의 몸값과 이에 따른 제작 현실화 고민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개그맨, MC 등 오락 프로그램 스타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 때문에 제작비가 높아졌고, 협찬을 통해 제작비를 끌어오기 위해선 외주제작 형태를 띠어야 한다. 방송법상 방송사가 자체 제작하는 오락 프로그램은 협찬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MBC 예능국의 한 PD는 “협찬을 따와서라도 제대로 제작하고 싶은데 안 되니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며 “방송법의 간접광고, 협찬 관련 규정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SBS 예능국의 한 PD는 “PD는 프로그램에 대한 욕심이 있기 때문에 제작 현실화를 원한다”며 “시장에서 갖고 올 수 있는 파이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다른 창구를 찾아서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액 증대로 코스닥 상장 기대

한편으론 소속 스타를 무기로 내세운 연예기획사들의 압력도 외주제작을 부추기고 있다. DY가 유재석, 노홍철이 출연하는 MBC <무한도전>에 대해 외주제작을 요구했다는 최근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예기획사들이 제작에 뛰어드는 이유는 매출액을 높여 코스닥 상장 등을 노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연예기획사들의 제작 참여 비중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아직 오락의 경우 드라마처럼 외주제작에 따른 지상파 방송사의 위기가 표면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 PD들의 문제의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도 있다. MBC 한 PD는 “연예인들은 뭉쳐서 힘이 생겼는데 방송사는 아직도 근대적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상파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무너질 거라고 예상을 못 했듯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위기도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시작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안으로는 PD들의 이탈을 걱정해야 하고, 밖으로는 tvN과 같은 버라이어티 채널의 등장과 뉴미디어의 범람 등 방송 환경의 변화를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SBS 한 PD는 “시장 변화를 받아들이며 방송사 내부의 역량과 제작 노하우를 결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