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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TV방송

경인TV 허가 추천이 해법-전규찬 교수

경인TV 허가 추천이 해법

[전규찬의 문화미디어 읽기] 20일 방송위의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하며

[미디어오늘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경인지역의 지역방송 시청권을 회복하고 언론 노동자로서의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희망조합원 100여명의 집단 철야농성이 8일째 진행되고 있다. 주류 매체 어디서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은 상태에서 눈물겹게 투쟁하고 있다. 대체 이들은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 작금의 사태는 어디에서부터 꼬였는가? 이들의 농성은 자기 이익을 챙기고자 하는 집단 이기심의 표출인가? 방송위의 합당한 절차를 방해하는 외압의 행사인가?

▲ 희망조합원들은 지난 12일부터 서울 목동 방송회관 1층 로비에서 방송위원회의 조속한 경인TV 허가 추천을 촉구하는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창길 기자
그렇지 않다. 언론노동자로서 당연한 삶과 노동의 권리를 지키고, 공적인 방송서비스를 서둘러 수행코자 하는 지극히 선량한 사회적 책무의식의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정치권과 방송규제기관의 야합이 빚어낸 부조리한 상황, 비상식적 현실, 반민주적 결과를 해결코자 하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며 사회적인 의사의 표현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들'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익을 위해 싸우는 선의의 시민으로 응원해야 한다.

20일 방송위원회는 새 경인민방 사업자에 대한 방송사업자 허가 추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방송위는 경인TV의 허가 추천을 더 이상 지체하지 말라는 언론노동자와 지역시청자, 그리고 시민사회 및 학계의 일체된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맞다.

자체 법률자문 결과 추천 허가에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게 법조계의 대체적 의견이라면 도대체 허가를 유보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경인TV 대주주와 관련된 이른바 '스파이 의혹'에 대해서는 국익 및 개인 명예와 관계된 중대하고 치명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검찰에서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그렇게 수사는 수사대로 하고, 허가 추천은 허가 추천대로 하면 된다. 만약 백성학 회장이 미국의 스파이라는 게 추후 사실로 입증된다면, 그를 엄중하게 형사 처벌하면 되고, 그때 가서 방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적합하게 처리하면 될 것이다. 조건부 허가 추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너무나 손쉬운 해법이 존재하는데도 방송위가 질질 끌어온 이유가 어디 있는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지금 당장의 다수의 권익을 짓밟아도 되는 것인가? "방송위 사무처의 허가추천 안건 상정 시도를 일부 방송위원들이 지휘 라인을 통해 억누르거나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보류해 왔다"는 방송위원회 노조의 성명은 이런 의문점에 우회적인 답을 준다.

선임될 때부터 말썽 많던 부실한 방송위원들이 고의로 허가 추천 절차를 억누르고 있다면, 그야말로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나? 스스로 판단할 능력은 없을 테고, 혹 높으신 권력의 사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바로 이게 방송의 민주화, 사회의 투명성을 가로막는 중대한 스캔들이고 의혹이다. 부조리다. 이런 우리의 의심을 속 시원히 털어내고 싶다면 방송위원회가 할 일은 딱 하나밖에 없다. 언론노동자와 지역시청자, 나아가 사회 전체적인 공익을 위해 경인TV의 추천을 즉각 허가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방송위원회가 한미FTA 방송 개방, 방통융합 등 불안한 상황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고 외부의 지지를 받으면서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로 바뀌기 전에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역할 중 하나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20일 방송위의 판단을 예의주시 할 것이다. 정말 방송위가 상식과 통하는 길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권력과의 야합의 노선을 끝까지 고수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방송위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지켜낼 때만이 방송도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될 수 있다. 방송위가 정치적 외압에 휘둘린다면, 방송까지도 권력에 종속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니 결정하라. 대의에 맞게, 사리에 맞게 갈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문제 집단으로 낙인찍을 것인가? 진지하게 판단하길 요청한다. 정치권력은 당장 언론의 장에서 빠지고, 의혹은 철저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며, 원칙에 맞게 새 사업자를 지금 당장 허가 추천하라.

전규찬(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교수)

나는 내가 진짜 학자인지 날라리 교수인지 잘 모른다. '지식인'의 자격이 과연 있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야 삶을 평등·평화·평온의 꼴로 바꿀 수 있는지, '不二'의 테제를 어떻게 실행에 옮겨 생태문화사회를 만들지 잔뜩 고민과 생각만 많다. 현재 영상원 교수로,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으로, 그리고 <문화/과학>, <프로그램/텍스트>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겨레> '미디어전망대'에 칼럼을 기고해 왔다. 안정을 혐오하고 불안을 선호하며, 정태가 아닌 변태를 좋아한다. 절대 옳음의 편집증에 대한 대항의 길로서 레프트를 고집한다. '말꾼'이 아닌 언론인이 되고자 하며, 학계에서 딴따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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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media@mediatoday.co.kr if(document.getElementById("news_content") && txtSize){document.getElementById("news_content").style.fontSize=txtSize;} if( document.getElementById("status_info") ) { document.getElementById("status_info").inne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