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대세는 '표절' 이다. 가요계, 예능계, 드라마 할 것 없이 '표절 논란' 에 골머리를 썩고 있으며 하나같이 나오는 대답이라고는 "몰랐다" "아니다" "이제 판권계약을 할 것이다." 라는 구차한 변명들 뿐이다. 명쾌한 해답이나 답변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한국 TV 의 표절 논란. 우리는 과연 언제까지 '표절' 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인가.
연이어 터지는 드라마 표절논란.
작년부터 '욘사마' 배용준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태왕사신기> 는 배용준 등 톱스타들의 출연 만큼이나 '표절' 논란에 휩싸여 대중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작품이다. 만화 <바람의 나라> 의 설정과 거의 일치한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이 표절 논란은 <바람의 나라> 의 작가가 직접적으로 표절을 운운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고 한 동안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결국 저작권 문제로 비화되며 법적 공방까지 치달은 <태왕사신기> 는 '김종학 프로덕션' 의 비호 아래 무사히 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으나 지금까지도 <바람의 나라>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뜨거운 '반 김종학, 반 송지나' 기류가 조성되면서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43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인 이 작품은 오는 5월에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아직 방송 일정은 불투명한 상태다.
아직 시작도 안한 <태왕사신기> 뿐 아니라 최근 종영된 작품이나 방영 중인 작품도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30%에 육박한 높은 시청률로 '버럭 범수' 라는 새로운 신조어까지 낳았던 <외과의사 봉달희> 는 방영 초반부터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의 '한국판' 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외과의사 봉달희> 제작진 측에서는 "배경과 인물 설정이 비슷할 뿐 전혀 표절이 아니다." 라는 말을 반복했으나 종영하는 그 순간까지 표절 논란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고 "<그레이 아나토미> 에 한국적인 정서를 교묘히 결합시켰다." 는 비판을 들었다.
재밌는 것은 <외과의사 봉달희> 의 경쟁작이었던 <달자의 봄> 역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는 것. 일본 드라마 <아네고> 를 완벽하게 따라했다는 이야기가 <달자의 봄> 의 정체성을 흔들면서 이 작품 역시 자존심에 생채기를 입고 말았는데 한 블로거 기자는 "달자의 봄은 어떤 식으로 아네고를 표절했는가?" 라는 장문의 기사를 통해 표절 불감증에 걸린 드라마국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드라마의 '표절 논란' 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어서 최근 MBC 월화드라마를 책임지고 있는 <히트> 역시 비슷하게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일본드라마 <언페어> 와 설정이 과도하게 비슷해 일본 측에서는 벌써 표절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데 만약 일부 표절이 인정된다면 "한국 최초의 제대로 된 수사물" 을 표방했던 <히트> 의 기획의도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김종학 프로덕션 측은 <태왕사신기> 때와 마찬가지로 "아니다." 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어찌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그들의 '표절논란' 이 과연 '표절' 로 끝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가요계도 표절로 몸살
드라마국의 표절도 문제지만 '표절' 의 근원지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가요계다. 예전 표절 논란이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룰라나 김민종을 단박에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한 '스캔들' 이었다면 이제는 너도 나도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우습게도 가요계에서는 하나의 '트렌드' 가 됐다. 이른바 아이돌 4대천왕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유구한 역사' 를 자랑하는 표절 시대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
2003년 이른바 '이효리 신드롬' 을 일으켰던 이효리가 2집 <겟 챠> 의 표절 논란 덕택에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를 맞이했던 것을 시작으로 문근영의 <&디자인>, 이승철의 <소리쳐> 등으로 표절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한 네티즌의 "표절 동영상" 이 발단이 되면서 '표절' 자체가 전국적인 화젯거리로 떠오르게 되었다.
문제는 예전과는 달리 '표절' 을 대하는 가수들의 태도가 상당히 '당당' 해졌다는 것. 실제로 '라이브의 황제' 라고 일컬어지는 가수 이승철은 <무릎팍 도사> 에 출연했을 당시 '표절 논란' 에 대해 당당하게 반박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 일부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20년이 넘은 세월동안 쌓은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는 조소어린 게시글을 남기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항의에도 상관없이 가수들에게 '표절' 논란은 이제 하나의 '홍역' 정도로 가볍게 여겨지는 상황. 물론 표절 논란에 휩싸이는 것이 달가울리는 없겠지만 "나만 표절하냐? 남도 한다." 식의 그릇된 가치관이 가요계 전체에 팽배해져 있는 듯 하다. 이제는 외국곡 뿐 아니라 조덕배와 박근태의 '혈전' 에서 볼 수 있듯이 구세대와 신세대간의 충돌까지 생기고 있으니 말다한 것이 아닐까.
예능까지 표절 논란 동참
2007년 광풍처럼 불어닥친 '표절 논란' 은 이제 드라마, 가요계 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까지 넘어왔다. KBS TV 프로그램 <스펀지> 가 방영 초기 일본 측으로부터 '표절 연락' 을 받았던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신생 프로그램인 <작렬! 정신통일!> 과 <하자고> 가 논란에 휩싸였고 장수 프로그램인 <솔로몬의 선택>,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 <무한도전> 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예전부터 예능 프로그램의 일본 방송 베끼기는 알고도 모르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것에 반해 일본 TV 를 쉽게 접하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 공유가 활발해 진 지금은 방영 초반부터 '표절 논란' 에 휩싸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하는 것이라고는 언제나 "설정만 비슷할 뿐이다." 라는 똑같은 말로 해명을 하는 '재방송' 뿐이다.
<작렬 정신통일> 같이 판권을 구입한 작품은 몇 안되고 모조리 '묻지마 표절' 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예능계의 씁쓸한 현실이다. 즐거운 웃음을 주는 그들의 뒷모습 속에 아무도 모르는 '표절' 의 어두운 그림자가 숨겨져 있다면 그것이 과연 '즐겁기만한' 웃음이 될 수 있을까. 그 웃음은 결코 즐거운 웃음으로 머무를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표절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처럼 너도 나도 앓고 있는 '표절의 시대' 에 우리는 어떻게 표절을 극복할 수 있을까. 정말 당연한 말부터 하자면 제작진의 '양심' 에 맡겨야 한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 십, 수 백개의 드라마, 광고,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의 TV 현실상 제작진의 '양심' 에만 기댄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이야기다. 조금 더 현실적인 대안이 나와야만 한다.
이런 측면에서 KBS 예능 프로그램인 <상상플러스> 나 <해피투게더-프렌즈>, MBC의 <무릎팍 도사> 등은 새로운 해결책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상상플러스> 같은 경우는 '우리말 공부' 라는 공익적인 측면을 예능 프로그램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예능 프로그램이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고 <해피투게더-프렌즈> 는 ABU 쪽에서 극찬을 받을 정도로 '한국적인 정서' 가 살아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기 때문.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바로 '한국적인 정서' 에 기대어 있다는 것이다.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신경 건드리기가 아니라 '우리말' '친구' '도사' 같은 한국적인 친근함에 예능 프로그램만의 독특한 캐릭터나 색채를 덧 입히며 그것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이끌어 냈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들이 가진 침범 불가의 '깨끗' 하면서 '신선' 한 시도였다.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마 <대장금> 같은 경우 일부 장면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는 하였으나 줄곧 '한국적인 정서' 를 처음부터 끝까지 견지함으로써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걸작으로 남았고 <사랑이 뭐길래><목욕탕집 남자들><부모님 전 상서> 같은 한국식 홈드라마는 중국과 아시아 일대로 진출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즉, 표절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인 '창의성 고갈' 의 문제를 '한국 문화의 도입' 을 통해서 다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결책을 근간으로 해서 <환상의 커플> 같은 신선한 캐릭터의 시도, 다양한 장르의 개발, 신인 발굴과 그들의 생각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절 논란에 접근해 나간다면 분명 새로운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 문화는 중국과 같은 대국의 영향과 일제 강점기의 말살 정책 등에도 불구하고 유구하고 독특한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반만년 역사' 라고 부르며 자랑스러워 하고 찬양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문화는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과연 우리의 자식들에게 '표절 공화국' 이라는 오명을 남기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일까.
거세게 불어오는 '표절 광풍' 의 시대를 거울삼아 오히려 새로운 '한국 TV' 의 모습을 보길 기도해본다.
'*TV 바로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여성 MC' 없는 TV, 이대로 괜찮습니까? (0) | 2007.05.09 |
---|---|
[스크랩] tvN의 <스캔들> 가짜인거 모르세요? (0) | 2007.05.09 |
英 BBC도 권위 대신 실리 택한다 (0) | 2007.05.03 |
일본 드라마가 좋은 6가지 이유 (0) | 2007.05.03 |
[스크랩] [PD저널]tvN, 스카이라이프에 공급중단 통보 (0) | 2007.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