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영자가 부활했다. 6년만에 처음으로 공중파 프로그램, 그것도 주특기인 예능 프로그램에 복귀했다. <무릎팍 도사>에서 <상상플러스> 로 이어지는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 속에서 '이영자 대세론' 은 곧 현실화 됐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개그우먼 이영자가 제 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진다. 왜 이영자가 갑자기 주목 받기 시작했는가. <무릎팍 도사> 에서 말한 것 처럼 이영자는 시청자들에게 '버림' 받았고 6년의 세월 동안 침묵했다. 그랬던 그녀가 갑자기 '뜨기' 시작했다는 것은 여의도 내부에서 일련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방증이다. 이영자의 복귀는 바로 무너져가는 여성 MC 군단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박경림 이 후, 여성 MC 맥 끊겨
6대 MC 라는 말이 있다. 이경규,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 김용만, 박수홍(김제동, 이휘재까지 8대 MC라고도 한다) 을 두고 하는 말이다. 특이한 것은 이들이 모두 남자라는 사실이다. 사실상 방송가를 종횡무진하고 예능 라인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이들을 중심으로 한 '남자 MC' 들의 몫인 것이다.
한 때, 여성 MC 군단은 남성 MC 군단만큼 대단한 '파워' 를 소유했었다. 특히 이경실, 이성미, 박미선, 김미화는 여성 '파워' 의 선봉장으로 그 세력을 과시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 때 이경실은 5개 프로그램을 '가지고 놀' 정도였고 이성미, 박미선, 김미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방송가에서 이들의 캐스팅에 혈안이 되었던 이유는 그들이 모두 '흥행' 을 보장하는 히트 메이커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여성 파워' 는 정선희, 조혜련, 박경림에 이르러 극대화되면서 그 계보를 잇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박경림' 의 등장 이 후 부터다. 박경림 이 후, 쓸만한 여성 MC 의 맥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이성미, 박경림이 유학을 떠나고 이경실이 드라마에, 김미화가 시사 프로에 집중하면서 당대 최고의 여성 MC 들이 일거에 예능 라인에서 사라져 버린 것도 문제였다. 견제 세력이 사라진 6대 MC들의 '권력' 과 '입김' 이 극대화 된 시기도 바로 이 때에 이르러서였다.
여성 MC들의 부재라는 폭탄을 맞은 각 방송사는 이들을 대체한 인력을 찾기 시작했다. 그 방식 중 한가지가 바로 아나운서들을 통해 빈틈을 메꾸는 것이었다. 강수정, 노현정, 백승주, 김경란 같은 '스타 아나운서' 들의 탄생이 시작됐고 지금도 방송사는 이런 '전략' 은 변함없이 사용하며 예능 라인을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아나운서들의 버라이어티 진출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 와 같은 논쟁거리이고 '스타 아나운서' 의 프리선언이 이어지면서 '아나운서 무용론' 까지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아나운서의 등장과 함께 눈에 띄는 현상은 바로 김원희, 이효리, 현영 같은 몇 몇 센스 있는 배우(혹은 가수) 들이 MC 로 진출하는 것이다. 그 전에도 탤런트나 가수들이 MC를 본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몇 몇 인물들에게 몰리는 집중 현상은 없었다. 즉, 방송가에서도 '쓸만한' 인물들만 MC로 뽑아내 그들에게 최대한 'MC' 라는 이미지를 덧칠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그들은 MC 와 분야가 다른 태생적으로 '한계' 가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이 아무리 MC를 잘 본다고 하더라도 본업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MC 를 그만둘 준비가 되어 있는 것 또한 그들이다. 이것은 곧 '여성 MC 부재' 를 너무나도 극명히 보여주고 있는 씁쓸한 '현실' 인 것이다.
이영자 복귀, 구관이 명관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 결국 방송사는 '과거로의 회귀' 를 외치고 있다. 이영자의 복귀가 바로 대표적인 예다. 그간 방송사는 여러가지 이유로 이영자의 복귀를 꺼려왔다. 이영자가 일으킨 사회적 물의가 예능국에서는 상당한 부담이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영자가 '여자' 라는 사실은 더욱 이영자의 행동 반경을 좁아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조혜련, 정선희를 제외하고는 믿을만한 '여성 MC' 가 사라진 이 때 방송사는 이영자의 복귀를 '허가' 했다. 한명이 아쉬운 지금 쓸만한 여성 MC 를 보충해야 한다는 예능국 나름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구관이 명관' 이라는 말처럼 이영자 같이 이미 검증된 걸출한 인물을 통해서라도 여성 MC들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이영자의 본격적인 등장은 몇 몇 여성 MC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독점현상' 을 어느정도 해결시킬 것이라고 기대된다. 이영자의 복귀가 성공이든, 실패든간에 이미 예능 라인에 '복귀' 를 선언한 이상 각 방송사에서 가만히 놔 둘리는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체 인력 찾아 미래를 준비해야
그러나 '이영자의 등장' 은 곧 '과거로의 회귀' 라는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는 혁신 없는 정체다. 과거의 인물로 현재를 대체하는 것은 곧 '미래' 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이영자의 복귀가 일시적으로 '해빙'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도 미래를 완전히 책임지지는 못한다. 그녀는 방송 10년차를 훌쩍 넘어선 '베테랑' 일 뿐이다.
남성 MC를 살펴보면 8대 MC를 제외하고도 이윤석, 서경석, 지석진, 정준하, 탁재훈, 신정환, 정형돈, 박명수, 노홍철 등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고 유세윤, 김태현 같은 새 인물들이 끊임없이 보충되고 있다. 이것은 이경규를 중심으로 한 '추천제' 와 방송사의 의도적인 'MC 키우기' 에 의해서 비롯된 결과다. 그러나 여성 MC들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이경실, 여전히 조혜련이다.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것은 곧 여성 MC의 '흙빛 미래' 를 예고하고 있을 뿐이다.
여성 MC 군단의 문제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이경규의 역할을 대신할 '구심점' 이 희미하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방송사가 안일한 태도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 MC 들의 자생적인 힘으로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방송사가 직접적으로 인재를 발굴하고 남성 MC군단을 견제 할 방안을 스스로 강구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남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아무 말 없이 웃고만 있는 여성 MC를 봐야만 할까. 때때로 '여성 MC' 들의 부재가 사무치도록 안타깝다. 여성 MC 군단의 '미래' 가 흙빛이 아니기를, 부디 장밋빛이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MC 관련 기사 보기]
눈물 속에서 웃음을 피운 여자, 조혜련 http://blog.daum.net/ksgy7047/8795171
대한민국 연예계와 55명의 코미디언들. http://blog.daum.net/ksgy7047/6491090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 김미화. http://blog.daum.net/ksgy7047/8592346
서영춘부터 유재석까지. 한국 코미디 50년 역사. http://blog.daum.net/ksgy7047/9094420
대한민국을 웃긴 개그콤비 BEST 20! http://blog.daum.net/ksgy7047/8618993
연예계, 그 파란만장한 사랑과 이혼의 역사. http://blog.daum.net/ksgy7047/7654551
무한도전, 그 숨가빴던 2년과 그들이 보여준 오락의 미래 http://blog.daum.net/ksgy7047/10490507
신동엽-유재석-강호동, 3인 3색 진행스타일 http://blog.daum.net/ksgy7047/10898394
유재석, 그가 국민 MC 가 된 이유 http://blog.daum.net/ksgy7047/10799248
무한도전 에피소드, 베스트 오브 베스트 http://blog.daum.net/ksgy7047/10711680
메뚜기는 어떻게 TV 를 지배하게 되었나 http://blog.daum.net/ksgy7047/8770716
예능계 움직이는 규라인의 실체 http://blog.daum.net/ksgy7047/11269415
[무한도전]'예비MC' 정형돈을 위한 변명. http://blog.daum.net/ksgy7047/9469129
정체와 혁신의 갈림길, 유재석의 딜레마 http://blog.daum.net/ksgy7047/11196318
[라이벌 vs 라이벌] 유재석 vs 신동엽 |
'*TV 바로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외방송은지금]인기 토크쇼 ‘캉시라이러(康熙來了)’ (0) | 2007.05.18 |
---|---|
<방송의 연예인 사생활 공개는 독사과(?)> (0) | 2007.05.13 |
[스크랩] tvN의 <스캔들> 가짜인거 모르세요? (0) | 2007.05.09 |
[스크랩] [TV] `표절불감증` 걸린 한국 TV의 위기. 그 대안은 무엇인가. (0) | 2007.05.04 |
英 BBC도 권위 대신 실리 택한다 (0) | 2007.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