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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연예인 사생활 공개는 독사과(?)>

<방송의 연예인 사생활 공개는 독사과(?)>

시청자 60% "개그맨 공개 프러포즈 반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최근 한 개그맨이 TV 프로그램에서 공개 프러포즈를 했다가 네티즌의 뭇매를 맞은 일이 있었다. 공공재인 방송이 사적인 용도로 사용됐다는 게 비판의 주된 이유였다.

요즘 방송 프로그램들은 앞다퉈 '연예인 사생활 따라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와 함께 방송프로그램의 연예인 사생활 공개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방송이 스타의 놀이터?'

TV에는 연예인 신변잡기에 기댄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연예인들이 사적인 자리에서나 나눌 법한 이야기가 프로그램의 양념도 아닌 주요 소재로 사용되곤 한다. 라디오도 마찬가지. 출연자들이 웃고 떠드는 사이, 입에 담아서 안될 '비방용(비방송용)' 대화가 전파를 타고 나간다.

이영자의 '가짜 다이아몬드 소동' 역시 방송이 지나치게 연예인의 사생활을 드러내다 생긴 일이다. 카메라는 스타들의 집안 구석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훑기도 한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시대의 요구에 맞는 흐름일 수도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최근 이에 대한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의 공개 프러포즈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화제를 모으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시청자의 반응이 180도 바뀌어 싸늘하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SBS의 한 예능 PD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개 프러포즈에 감동받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는데 갑자기 비난 여론이 일어 솔직히 당혹스럽다"면서 "그러나 시청자 반응이 그렇다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달라진 시청자 반응

이와 관련해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전국 10대 이상 남녀 7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한 프러포즈에 대해 응답자 60%는 반대 의견을 보였다. 반대 이유로는 '연예인이 방송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62.3%), '방송이 연예인의 사생활을 상업적으로 이용'(31.0%) 등을 들었다.

지금까지 공개 프러포즈와 달리 이번에 특히 반발이 심한 것에 대해서는 '그 동안 쌓였던 불만이 드러난 것'(41.8%)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 외 '프러포즈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서' '프러포즈 주인공이 덜 유명했기 때문에'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방송 프로그램이 연예인 신변잡기 위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78.6%로 더 높게 나타났다. 찬성 응답자들은 '재미와 호기심 충족'을 주요 이유로 꼽았으며, 반대 응답자는 상업성, 프로그램 질 저하, 식상함 등을 들었다.

한 시청자는 "연예인도 공인이므로 적당한 사생활 공개는 어쩔 수 없으며 궁금한 부분도 있지만 너무 지나치거나 남발하면 식상하고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위 조절과 방송 문화의 혁신 필요

이러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제작진과 연예인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KBS 전진국 예능2팀장은 "오락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사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며 "공적 매체인 방송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들어서 유쾌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이라면 프로그램에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준다거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며 "당사자인 연예인 본인이 상식에 준하는 기준에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현 방송 문화의 경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는 의견도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모니터부장은 "토크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물론 이를 즐기는 이들도 있지만 방송의 사유화를 조장하고 방송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공개 프러포즈는 무심코 그 분위기에 동참했다가 돌을 맞은 경우"라고 설명한 뒤 "방송이 사적인 폭로와 '뒷담화'를 소재로 하고 이를 홍보해 프로그램의 인기를 올리려는 문화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시청자가 이를 즐긴다는 착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