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방송은 1993년 유선 TV의 개방으로 소외 단체를 위한 전문 방송 채널이 생겨나고 다양한 문화가 소개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유교 문화에서 금기시됐던 성적 표현들이 시청률 지상주의로 대담해지고 방송 시간을 메우려다 보니 저 예산의 질 낮은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등 대만 방송은 지금 '방송은 사회악의 온상'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
현재 대만에는 5개 무선 방송국과 64개 유선방송 업체가 있으며 채널은 90여 개이고 위성까지 합치면 140개에 달한다.
대만의 국토 면적은 한국의 3분의1이며 인구는 2천300만이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여러 민족이 공존하는 다원 사회를 이루고 있다. 17세기부터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깝게 위치한 중국 푸젠성(福建省) 에서 건너 온 민남인(閩南人)들이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그 뒤로는 중국의 유태민족이라고 일컬어지는 객가인(客家人)이 20%대를, 2차 대전 후 장제스(蔣介石) 정부와 함께 대만으로 망명 온 외성인(外省人)이10%대를, 대만 원주민이 2~3%를 차지하는 등 크게 4부류로 나눠져 있다. 이중 원주민은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부족이 10여 개나 된다.
장제스ㆍ장징궈(蔣經國) 총통 부자가 집권하던 1950년대부터 80년대 후반까지 대만의 방언은 금지되고 국어인 '북경어'의 사용만을 강조해 민남어는 대만인들의 모어임에도 불구하고 천시받아 왔었다. 대만인인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이 집권을 하며 민남어를 중시하기 시작, 민남어 위주의 무선 방송국인 포모사 방송국(民視.FTV)이 설립되고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자는 취지 아래 객가어 전문 채널과 원주민 전문 채널이 생겨 각기 다른 민족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계기가 마련됐다.
외국 방송의 경우 CNN, BBC, 디스커버리 등 영어권 위주의 채널이 8개이며, 일본어 방송은 NHK 이외에도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을 방송하는 채널까지 총 4개에 달한다. 한국어 방송은 아직 없다.
시청률과 내용 모두 성공한 ‘캉시라이러(康熙來了)’
온 가족이 TV를 시청하는 밤 8~12시. 이 시간은 대만의 주요 드라마들과 정치 토론 프로그램,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들이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황금 시간대로 1%대의 시청률만 기록해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 3일만에 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중국에서도 인터넷 시청자가 몰리는 등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토크쇼 '캉시라이러’는 최근 대만에서 시청률과 내용 모두 성공한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캉시라이러'는 진행자 차이캉융(蔡康永)의 문인(文人)으로서의 진솔한 입담과 지혜가 여성MC 샤오S(小S. 徐熙娣)의 솔직 대담한 재치와 한데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지난 12일 대만의 방송 대상인 금종장(金鐘奬) 최우수 예능프로그램 MC 상을 받기도 하는 등 연예인과 정치인 등 유명인사라면 한번쯤 출연한 대만의 간판 토크쇼다.
예능 프로의 여성 MC는 꽃병일 뿐이라는 세인의 평가를 당당히 깬 샤오S는 당돌하고 도발적이며 짓궂은 진행 스타일로 대만 방송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2004년 총통 선거 17일 전 대선 후보인 국민당 전 주석 롄잔(連戰)과 그의 가족이 게스트로 나왔던 날의 방송은 그녀의 엉뚱함이 빛을 발하고 대만 사회가 얼마나 개방적인 가를 보여준 단적인 예이다.
정치 문제는 일절 다루지 않고 연애 경험 등 신상 문제만을 얘기하던 중 샤오S는 "속옷은 삼각을 아니면, 사각을 즐겨 입는가?", "아들이 어느 날 커밍아웃을 선언하고 남자친구를 소개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평소 고지식하기로 소문난 60대의 롄잔은 “사각 팬티만 입는다", "넓은 마음과 시각으로 아들의 친구를 만나겠다"는 기대 이상의 답변을 해 평소 엄숙한 이미지를 깨고 신세대에게 다가갔으며 그후 '사각 팬티를 입고 2번 롄잔에게 투표하자!'라는 다소 황당한 선거 구호까지 등장했다.
운세 풍수지리 프로그램 초강세
대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 유형 중의 하나는 '미래를 점 치는 운세 프로그램'으로 '카이윈젠딩퇀(開運鑑定團)'과 '밍윈하오하오완(命運好好玩)' 등이 있다. 대만의 '운세 시장'이 연간 50억 대만달러(한화 1천550억 원 상당)에 달한다는 것은 대만인들의 '운명'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대변해준다.
이 프로들은 연예인 게스트를 초청해 그의 사주팔자, 관상, 수상, 별자리, 타로 카드 점에서 심리 테스트까지 다각도에서 최근의 운세를 봐주며, 시청자들도 집에서 자신의 사주팔자와 별자리를 인터넷으로 다운받고 자신의 운명을 점쳐본다.
한편 동양 특유의 문화인 '풍수지리'를 프로그램화한 '타이완 먀오먀오먀오(臺灣妙妙妙)'도 있다. 이 프로는 진행자와 풍수를 봐주는 선생님이 함께 시청자의 집을 방문, 풍수지리를 봐주며 가구 배치 등 실내 디자인의 변화로 사업운, 학업운, 재물운 등을 강화하는 비법을 전수해 주기도 한다.
시청률 지상주의로 몸살
유선 채널의 개방으로 시청자들의 선택의 폭도 다양해졌지만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규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시청률만 강조한 나머지 대만 방송계는 현재 몸살을 앓고 있다. 시청률이 좋은 프로그램이 한번 뜨면 이를 본뜬 프로그램이 속출, 참신함을 잃고 있으며 성(SEX)의 상품화와 특정 정당을 옹호하는 중립성을 잃은 정치 토론 프로그램, 뉴스 채널들의 시간 메우기 식의 땜질 뉴스 등은 방송의 질적 저하와 함께 사회악의 온상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아직 온 가족이 TV를 시청하는 시간인 밤 10시, 대만 사회의 톱 화제를 소개한다는 '마라톈허우공(麻辣天后宮)'의 MC는 트렌스젠더이고, 이 프로는 1~2% 대의 막강한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이 프로는 최신 헤어스타일 또는 인기 있는 패션 상품 등 관심거리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과감한 노출과 금기 없는 내용 때문이다. 호스트 바에 종사하는 남성들이 출연해 특종 직업의 애환을 털어 놓기도 하며 룸살롱에 출근하는 여성들은 거리낌 없이 사생활을 말한다. 이 중에는 미래 청소년들의 교사가 될 사범대 여학생도 포함, 평소 음주를 좋아해 룸살롱에 취직했으며 손님으로 온 교수님을 만나기도 했다는 내용이 여과 없이 방송된다.
한편 대만에는 24시간 뉴스채널이 8개나 (CNN, BBC 등 외국 뉴스 채널 제외) 있고 매일 방송되는 정치 토론 프로그램은 9개나 있어 대만인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과열 경쟁을 벌이는 8개의 뉴스채널들은 남편으로부터 구타 당한 여성 연예인을 주요 국내뉴스로 다루면서 1주일 넘게 매시간 내내 새로운 상황을 전하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다.
국제뉴스는 ‘시청률 하락의 주범’으로 찍힌 나머지 엽기적인 사건 외의 국제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종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캐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뉴스에서 취재 못한 뉴스를 일컫는 단어에 불과하다. 쾌속정의 잦은 안전사고 발생으로 보안요원을 강화한다는 당연한 내용도 특종이 되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정치 토론 프로그램도 매일 비슷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다 보니 토론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고 진행자와 게스트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는 입장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따라서 여당과 야당 지지자들이 보는 프로그램은 따로 정해져 있으며 선거 때만 되면 대만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한국을 배우자” 자성의 목소리
대만은 유선 방송 개방과 함께 90년대 중반부터 한국 드라마를 수입 방영했다. 처음에는 일본 드라마에 밀려 큰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2000년 이영애, 차인표 주연의 '불꽃'이 큰 인기를 끌고 '가을 동화', '이브의 모든 것', '유리 구두', '인어 아가씨', '대장금' 등이 연속 히트를 치며 한국 드라마의 위상을 굳건히 세웠다. 대만의 웨이라이와 바다 등 두 드라마 채널의 경우 한국 드라마 방영 비율이 각각59%와42%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무선 채널을 모두 합하면 한국 드라마의 방영 비율은 80%나 된다.
유리 구두는 5.82%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대장금도 극 중반부터 내내 4%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방영이 끝나자 마자 시청자들의 요구로 재방송되는 진기록을 세우는 등 끊임 없는 화제를 만들어 냈다.
대만 방송계와 학계는 과거 대만의 포청천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지금의 대만 방송은 한류 열풍 앞에서 반격조차 가할 능력이 없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들은 '대장금'과 같은 양질의 드라마 제작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지원될 수 있는 산업 환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드라마 외에도 영국, 일본을 본 받아 공영 방송 기능 강화를 통해 방송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필 수 연 . 연합뉴스 대만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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