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생기고 뭍사람이 가져온 건…'피곤한' 섬사람들
남해안 섬들에 연륙교(連陸橋)가 생기자, 갖가지 문제들이 바다를 건너 섬으로 들어가고 있다. 땅값이 뛰고, 관광 수입 대신 쓰레기가 많아진 데다, 어업 등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경남 남해안에는 1971년 옛 거제대교가 들어선 이래 모두 13개의 연륙교(연도교·連島橋 포함)가 만들어져 남해·거제 등 8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육지와 연결됐다. 현재도 4개의 연륙교 공사가 진행 중이다.
7일 오후 경남 통영시 한산도 본섬과 추봉도를 연결하는 추봉도교(가칭) 공사 현장. 길이 400m, 너비 13.3m인 이 연도교는 빨간색이 칠해진 상판 공사가 거의 끝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현재는 접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이르면 다음달 완공돼 오는 7월이면 차가 다닐 수 있다.
추봉도에는 봉암, 추원, 예곡, 공룡포 등 4개 마을이 있다. 섬 주민들은 한산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추봉도로 훨씬 쉽게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그다지 많지 않을 듯하다.
다리 공사가 시작된 2005년. 외지인이 몰려 땅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섬 주민들이 내놓은 땅이 경매가보다 높은 값에 금방 팔려 나가고, 평당 1만원도 안 되던 것이 3만~4만원, 좋은 곳은 7만~8만원까지 올랐다. 한산면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섬에 있는 펜션도 외지인이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 펜션 건축허가를 낸 사람도 외지인”이라며 “다리가 생겨도 주민들에게 편리한 것은 급할 때 차 타고 나갈 수 있다는 것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균 100필지대였던 농지취득자격증명 신청 필지도 다리 공사를 하던 해 300필지가 넘었다. 신청자 대부분이 외지인이라고 했다.
내년 말 개통 예정인 거제시 사등면과 가조도를 연결하는 가조연륙교 주변도 상황은 비슷했다. 가조도 행정출장소장 이성로(48)씨는 “4~5년 전 평당 4만~5만원이던 다리 부근 땅이 지금은 30만~40만원 이상으로 높아졌다”면서 “부산 등 외지 사람들이 섬의 땅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가덕도와 연결되는 거제시 장목면 일대도 10년 전부터 땅값이 계속 올라 괜찮은 임야는 평당 20만원, 도로변은 100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1995년과 2003년 각각 남해 및 사천과 연결된 남해군 창선도와 2000년 1월 거제시 하청면과 연결된 칠천도 등에서 땅값은 최고 10배 이상 폭등했고, 대부분 외지인들 땅으로 변했다.
땅값만이 문제가 아니다. 민박이나 식당 등의 영업이 연륙교 연결 후 되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리가 없을 때는 일단 섬에 들어오면 최소 하룻밤은 묵는 게 다반사였지만, 지금은 낚시꾼이든 관광객이든 자동차로 오전에 들어와 오후에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도 챙겨와 먹고 가니 남는 것은 쓰레기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님을 서로 끌기 위해 이웃 업소끼리 다투기도 하고, 주차 문제로 외지인과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칠천도 물안해수욕장에서는 피서철이 아닌데도 3~4일에 1t 차량 한 대 분량의 쓰레기가 생겨난다. 해수욕장 입구에 붙은 ‘바지락 양식장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현수막 아래에는 지난 주말 다녀간 관광객들이 버린 음식물 찌꺼기와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물안마을 주민 김사범(58)씨는 “주민들이 구석구석 버려진 쓰레기를 일일이 다 치우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업권 보상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통영시 용남면 연기마을과 해간도를 연결하는 연륙교 건설은 지난 1월 시공업체가 착공계를 냈지만 마을 공동어장 내 바지락 폐사를 우려하는 해간도 주민들 반발로 4개월째 진척이 없다. 추봉도교 착공 당시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해 2억원 가량의 보상비가 지급된 뒤에야 겨우 공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다리가 만들어질 때마다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주민들 생계가 걸린 문제다. 김형운(61) 해간마을 이장은 “편리를 위한 다리 건설이 주민들 생계 수단인 어업을 오히려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섬 지역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경남도는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연안권 발전 특별법안’이 오는 6월 국회에서 통과되는 시기에 맞춰 섬 주민 종합 지원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경남대 신원식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리만 놓는 것이 아니라 의료시설 등 해당 지역에 맞는 주민 복지정책도 강화해야 한다”며 “섬을 민간업자가 개발할 경우 일정한 부담금을 물리는 조례 등을 만들어 섬 주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통영=권경훈 기자 werther@chosun.com]
경남 남해안에는 1971년 옛 거제대교가 들어선 이래 모두 13개의 연륙교(연도교·連島橋 포함)가 만들어져 남해·거제 등 8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육지와 연결됐다. 현재도 4개의 연륙교 공사가 진행 중이다.
7일 오후 경남 통영시 한산도 본섬과 추봉도를 연결하는 추봉도교(가칭) 공사 현장. 길이 400m, 너비 13.3m인 이 연도교는 빨간색이 칠해진 상판 공사가 거의 끝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현재는 접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이르면 다음달 완공돼 오는 7월이면 차가 다닐 수 있다.
추봉도에는 봉암, 추원, 예곡, 공룡포 등 4개 마을이 있다. 섬 주민들은 한산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추봉도로 훨씬 쉽게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그다지 많지 않을 듯하다.
다리 공사가 시작된 2005년. 외지인이 몰려 땅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섬 주민들이 내놓은 땅이 경매가보다 높은 값에 금방 팔려 나가고, 평당 1만원도 안 되던 것이 3만~4만원, 좋은 곳은 7만~8만원까지 올랐다. 한산면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섬에 있는 펜션도 외지인이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 펜션 건축허가를 낸 사람도 외지인”이라며 “다리가 생겨도 주민들에게 편리한 것은 급할 때 차 타고 나갈 수 있다는 것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균 100필지대였던 농지취득자격증명 신청 필지도 다리 공사를 하던 해 300필지가 넘었다. 신청자 대부분이 외지인이라고 했다.
내년 말 개통 예정인 거제시 사등면과 가조도를 연결하는 가조연륙교 주변도 상황은 비슷했다. 가조도 행정출장소장 이성로(48)씨는 “4~5년 전 평당 4만~5만원이던 다리 부근 땅이 지금은 30만~40만원 이상으로 높아졌다”면서 “부산 등 외지 사람들이 섬의 땅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가덕도와 연결되는 거제시 장목면 일대도 10년 전부터 땅값이 계속 올라 괜찮은 임야는 평당 20만원, 도로변은 100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1995년과 2003년 각각 남해 및 사천과 연결된 남해군 창선도와 2000년 1월 거제시 하청면과 연결된 칠천도 등에서 땅값은 최고 10배 이상 폭등했고, 대부분 외지인들 땅으로 변했다.
땅값만이 문제가 아니다. 민박이나 식당 등의 영업이 연륙교 연결 후 되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리가 없을 때는 일단 섬에 들어오면 최소 하룻밤은 묵는 게 다반사였지만, 지금은 낚시꾼이든 관광객이든 자동차로 오전에 들어와 오후에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도 챙겨와 먹고 가니 남는 것은 쓰레기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님을 서로 끌기 위해 이웃 업소끼리 다투기도 하고, 주차 문제로 외지인과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칠천도 물안해수욕장에서는 피서철이 아닌데도 3~4일에 1t 차량 한 대 분량의 쓰레기가 생겨난다. 해수욕장 입구에 붙은 ‘바지락 양식장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현수막 아래에는 지난 주말 다녀간 관광객들이 버린 음식물 찌꺼기와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물안마을 주민 김사범(58)씨는 “주민들이 구석구석 버려진 쓰레기를 일일이 다 치우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업권 보상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통영시 용남면 연기마을과 해간도를 연결하는 연륙교 건설은 지난 1월 시공업체가 착공계를 냈지만 마을 공동어장 내 바지락 폐사를 우려하는 해간도 주민들 반발로 4개월째 진척이 없다. 추봉도교 착공 당시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해 2억원 가량의 보상비가 지급된 뒤에야 겨우 공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다리가 만들어질 때마다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주민들 생계가 걸린 문제다. 김형운(61) 해간마을 이장은 “편리를 위한 다리 건설이 주민들 생계 수단인 어업을 오히려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섬 지역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경남도는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연안권 발전 특별법안’이 오는 6월 국회에서 통과되는 시기에 맞춰 섬 주민 종합 지원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경남대 신원식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리만 놓는 것이 아니라 의료시설 등 해당 지역에 맞는 주민 복지정책도 강화해야 한다”며 “섬을 민간업자가 개발할 경우 일정한 부담금을 물리는 조례 등을 만들어 섬 주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통영=권경훈 기자 werth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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