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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리포트]양쯔강 창장대교 ‘자살 파수꾼’

[중국리포트]양쯔강 창장대교 ‘자살 파수꾼’



중국의 자살 파수꾼 천쓰가 양쯔강을 가로지르는 창장대교에서 자살 예방 활동을 펴고 있다.
중국 동남부 장쑤성의 성도인 난징에는 명물로 손꼽히는 창장대교가 있다. 1968년 중국 자체 기술로 완공한 이 다리는 길이 4577m, 높이는 100m 정도다. 이 다리는 투신자살의 명소로도 유명하다. 그 동안 1800여 명이 이곳에서 강물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

세계에서 2번째로 긴 양쯔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 다리 남쪽 끝에 가면 선글라스를 낀 다부진 체격의 남자를 볼 수 있다. 그의 이름은 천쓰. 1968년생이니까 나이는 39세. 그의 직업은 ‘자살 파수꾼’이다. 그는 날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망원경으로 다리를 오가는 행인들을 지켜보고 있다. 물건을 들지 않고 혼자서 다리 밑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일단은 ‘요주의 인물’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면서 투신 자살을 기도하는지를 엿본 다음 사실로 드러나면 자연스럽게 설득을 시작한다. 다리 난간에 올라가 투신자살을 기도할 경우에는 얼른 달려들어 강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도 한다. 정 힘에 부치면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받기도 한다. 2003년 9월부터 시작한 이 일로 그는 3년 만에 103명의 목숨을 구했다. 몸무게가 90㎏인 천쓰는 자신의 다리를 난간에 걸치고 젖 먹은 힘을 다해 자살 기도자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욕을 얻어 먹는 것은 다반사고, 주먹 세례와 따귀를 맞기도 한다. 자살 기도자들의 동기는 다양하다. 정성스럽게 번 돈을 사기당해 절망하여 자살을 기도하는 경우도 있고 남편의 외도로 화가 나 양쯔강을 찾는 여성도 있다.

그가 자살 파수꾼으로 입문한 계기는 난징의 창장대교 부근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할 당시 투신자살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고 나서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어떤 남성이 빌딩 위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자 구경꾼들이 박수를 치면서 “빨리 떨어지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가 아무리 비정해도 자살을 조장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해 틈 나는 대로 창장대교를 배회하는 자살자들을 설득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그가 구해준 사람 가운데 일부는 자원봉사자로 그의 일을 돕고 있다. 자원봉사자만 100여 명이 그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구멍가게는 자살 파수꾼 일로 아예 접었고, 그 동안 저축해놓은 돈을 써가며 자살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자살 예방 상담 핫라인(800-810-1117)을 개설해 전국에서 무료로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했다. 해마다 2만여 통의 전화가 걸려온단다. ‘베이징 심리위기 연구예방센터’라는 이름의 웹사이트(www.crisis.org.cn)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연간 25만 명이 자살하고, 200만 명이 자살을 기도하는 ‘자살 공화국’이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로 인생을 마무리지으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자살 파수꾼’ 천쓰는 비록 돈이 생기지 않는 일이기는 하지만 단 하나뿐인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일을 하는 데 대해 만족감과 행복을 느낀다. 그의 유일한 소망은 중국의 자살이 조금이라도 주는 것이다.

<홍인표 베이징 특파원 iph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