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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케이블티비 거침없는 황색질주

케이블TV 거침없는 황색 질주
CH19 그녀에게 옷을 입혀줘!
케이블TV가 선정성 시비의 깊은 늪에 빠졌다. 지상파 방송 등 기존 세상에 없던, 세상이 기다리던 쇼를 보여주겠다는 듯 갈수록 대담하게 육체의 향연을 전개하고 있고, 거침없이 사생활의 영역에 관음의 시선을 들이대고 있다. ‘성과 스캔들’을 소재로 다루는 프로그램의 생산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케이블 세상은 과연 비대해진 몸집만큼 바람직한 항로로 달리고 있는 것일까. 끝없는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케이블TV의 아찔한 황색 질주를 시청률과 선정성의 관계, 창의성 점검 등을 통해 다각도에서 진단해보았다.

‘화끈, 도발, 아찔, 충격….’

요즘 케이블TV의 세상에는 이런 류의 말이 흐르다 못해 넘치고 있다.

처녀총각의 가슴에 불을 지피겠다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마냥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유혹의 몸짓으로 남성의 심장박동수를 높이는 ‘쓰리 벌떡’에 도전하고(tvN ‘티비엔젤스’), 하필 웨딩복을 입은 커플들이 남자 친구를 찾기 위해, 여자친구를 구출하기 위해 낯선 남자의 얼굴을 입술로 훑는가 하면 낯선 여자의 치마도 들춘다(XTM ‘엑스트림 로맨스’). 또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는 주부한테 뒷조사를 의뢰받은 흥신소 직원처럼 은밀한 사적인 영역을 구석구석 쫓는 ‘가짜’ 몰래카메라도 등장했다.(tvN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

tvN의 ‘하이에나’

옆자리에서는 ‘속도를 줄이라’고 안전벨트까지 붙잡은 채 외치고 있지만 케이블TV의 황색 질주는 브레이크를 밟을 줄 모른다. 방송위원회가 건전한 생활기풍, 품위유지 등을 잣대로 정기적으로 경고장을 날려도 앞에서는 듣는 척, 조심하는 척했다가 다시 케이블 세상에는 케이블 세상의 룰이 있다며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갖다댄다.

논란과 화제의 양축을 날개 삼아 빼곡한 편성표에서 ‘살아남은 자의 환희’를 누리고 있는 케이블TV의 자체 제작프로그램 장르는 성인용 섹시드라마(‘하이에나’,‘로맨스헌터’), 짝짓기프로그램(‘엑스트림로맨스’,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 서바이벌게임(‘티비엔젤스’), ‘현장고발 치터스’의 한국판(‘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 등 철 지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혹은 서구방송의 아이템에 젖줄을 대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이들이 차별성을 발휘하고 있는 대목은 표현의 강도. 금단의 열매를 탐하는 아담과 이브를 자처한 듯 지상파 방송이 다루지 못한 노골적인 스킨십, 여성의 살색과 굴곡을 따라잡는 카메라워킹 등으로 성인의 배설욕구와 관음의 시선을 조준하고 있다. 이들의 구호에는 ‘다름의 자부심’도 듬뿍 배어있다. 프로그램마다 ‘최초’, ‘끝까지 간다’, ‘고감도’ 등 극단의 수식어를 사용해 금기에 도전한 선구자의 위세를 자랑 중이다.

tvN의 ‘티비엔젤스’(사진 위)와 Mnet의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

왜곡된 성 문화를 유포한다는, 해묵은 청소년에 대한 악영향론을 젖혀둔다면 성인용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며, 시청률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들의 행보를 두고 고리타분한 엄숙주의나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대 회초리만 가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전혀 새롭지 않은 틀 거리에서 때로는 뻔뻔하게, 때로는 비겁하게 ‘불쾌한 재미와 자극’만 쫓는다는 것이다. 섹시 쇼 도중 팬티를 벗는 시늉을 낸 한 여성 출연자를 놓고 실은 속옷 위에 입은 수영복을 벗은 것이었음을 강조한 뒤 ‘방송에서 정말 그런 짓을 할 리가 있겠느냐’는 능청을 떨고(‘티비엔젤스’), 성 상품화를 지적하면서 조장하는 모순된 시사프로그램의 제스처를 취하는가 하면(‘리얼스토리 묘’), 프로그램 전후의 ‘재연’이란 자막 고지만으로 ‘진짜 같은 거짓말’의 떳떳함을 강조하는(‘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 등 성인 시청자마저 만만하게 본 듯한 오만한 자극과 장난을 서슴지않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에 고급과 저급은 없을지 몰라도 시청자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품격은 존재한다.

‘저질문화의 양산이냐, 성인문화의 배설구냐’의 기로에서 위험한 곡예를 계속하고 있는 케이블TV가 독창적인 재미도 없고, 기본적인 개념 및 목표도 없는 원초적인 자극만 쫓는다면 순간의 시청률에서는 재미를 볼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총체적인 외면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케이블 공화국이 ‘만날 선정성 타령이냐’고 귀를 막을 게 아니라 시청자의 인내심이 길지 않다는 점을 슬슬 각성할 때가 온 것 같다.

조재원 기자 otaku@sportsworldi.com

●선정성과 시청률, 충격적일수록 채널 고정?

tvN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

충격적일수록 채널은 고정된다?

시청률을 논함에 있어 ‘만고불변의 진리’로 통하는 ‘충격=시청률’이라는 공식이 케이블 채널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아니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수많은 케이블 채널과 경쟁해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충격의 제공’이 거의 유일한 생존비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선 자극적인 소재의 허구 이야기를 실화인 것처럼 꾸며내는 형식인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도입, 실제와 허구를 헛갈리게 하여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tvN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은 케이블 자체제작 프로그램 중 최초로 시청률 4%대를 무너뜨리며, 무려 동시간대 케이블 채널 점유율 17.8%를 기록했다. 다른 자체 제작 프로그램들이 1%를 넘기는 것도 어려워하고 있다는 것에 비하면 실로 놀라운 수치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물론 ‘충격’이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 인기에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은 4월16일 방송부터였다. 아내와 내연관계에 있는 남자에게 또 다른 여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추적을 하고, 남자친구를 의심, 사건을 제보한 여자에게 오히려 충격적인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내용을 다룬 방송이었다. 이날 방송이 시청률 3%대를 기록, 언론에 의해 새삼 화제가 됐고, 보름 후 이 프로그램은 4%대까지 기록하게 됐다. 4%대 최고 기록을 달성한 4월30일 방송은 정숙해보이던 현모양처가 대담하게 불륜을 즐기는 장면을 폭로하고, 연상 여자친구의 숨겨진 애인을 추적하는 내용이었다.

이혜린 기자 rinny@sportsworldi.com

선정적 프로그램 원조는 외국

제리스프링거쇼

시청자들은 더욱 ‘센’ 것을 원한다. 이는 누굴 탓할 것도 없이 시청자들의 공통된 심리이다. 특히 선정성이나 자극성 면에서는 그 강도가 이전보다 더 세야 관심을 갖는 것이 요즘 시청자들이다.

국내 케이블TV가 자체 제작하고 있는 일부 리얼리티, 재연, 오락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더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포맷을 추구하고 있다. “요즘 시청자의 눈은 높아질 대로 높아져 웬만큼 자극적인 소재로는 눈길을 사로잡기 어렵다”는 어느 케이블TV 리얼리티 쇼 제작 담당자의 증언처럼 국내 시청자의 눈은 이미 해외 시청자들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표절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대다수 국내 케이블TV 자체제작 프로그램들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인기 TV쇼의 포맷과 유사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대부분 해외 인기 TV쇼는 국내 케이블TV를 통해 소개됐거나 현재에도 인기리에 방영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시청자들은 해외 유명 프로그램에 익숙할 때로 익숙해져 있을 수밖에 없다.

서바이벌! 아빠의 천생연분

배우자나 연인의 외도를 의심한 사람이 제작진에 의뢰하면 제작진은 의심받는 사람을 몰래 쫓아다니다 현장을 급습하는 형식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tvN의 ‘스캔들’과 유사성 논란을 일으킨 미국의 ‘현장고발, 치터스’는 국내 Q채널을 통해 방영됐고, 사람들의 저열하고 천박한 모습을 낱낱이 공개하기로 유명한 ‘제리 스프링거 쇼’도 이미 XTM을 통해 소개됐다.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과 표절논란이 일었던 미국 MTV의 ‘넥스트-마음에 들 때까지’(리얼TV 방영) 역시 국내에 방영됐다.

이밖에도 온스타일의 ‘서바이벌! 아빠의 천생연분’ ‘미운 오리 백조 되기’ 코미디TV의 ‘리얼 러브 크루즈’, OCN의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동아TV ‘아 유 핫’ 등 해외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이미 국내에 방영됐거나 방영중에 있다.

홍동희 기자 mystar@sportsworldi.com

tvN "지상파와 차별… 공익적 소재도 다뤄”

‘독한 아이템 공화국’ 케이블 채널 tvN은 케이블 종합오락 방송계의 선두 주자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도 높을 뿐만 아니라 그 인기와 영향력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표적인 인기 프로그램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의 경우, 지난달 30일 방송분이 4.2%(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역대 케이블 채널 예능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해외에서도 큰 문제를 일으켰던 현장고발 ‘치터스’와 거의 같은 포맷의 ‘현장르포 스캔들’의 경우 아주 선정적인 소재를 흥미 위주로 다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재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리는 자막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리해 마치 실제 상황처럼 ‘눈가림을 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프로그램의 편성을 담당하고 있는 정영환 tvN 편성팀장은 “소재가 동일하다는 점은 일단 인정한다. 그러나 KBS의 ‘사랑과 전쟁’도 애인, 부부간의 문제 등 동일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런 비판은 듣지 않는다”며 “‘스캔들’은 동일한 소재를 흥미를 주기 위해 기법만 달리해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다룬 프로그램”이라고 강변했다.

‘스캔들’의 원조격 프로그램은 호란이 진행하는 tvN의 시사연예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묘’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상파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다뤘던 사회적 이슈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흥미 위주만은 아니다. 정 팀장은 “‘리얼스토리 묘’ 역시 처음에는 인기를 끌기 위해 흥미 위주로 제작했다가 혹독한 비판에 직면해야 했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공익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실제 여성민우회에서는 여성 성폭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최근 ‘리얼스토리 묘’의 방송분을 시청각 자료로 요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tvN이 케이블방송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고려할 때 이들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선정성이 시청률에 영합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한 미디어 전문가는 “최근 UCC라는 명목 하에 공개돼서는 안될 일반인들의 사생활 촬영된 동영상이 버젓이 온라인에 떠돌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인기와 무관치 않다”며 “시청률과 지상파와의 차별화에만 몰두하고 있는 케이블 방송업계가 자칫 ‘방송의 공공성’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출처 : 신들의 황혼
글쓴이 : 은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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