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일 : 트룩산장 (Auberge du Truc 1720m)
- 콘 타 민 (Les Contamines 1167m)
- 낭보랑산장 (Ref NantBorrant 1460m)
- 발므산장 (chalet Balme 1706m)
- 본옴므고개 ( Col de la Bonhomme 2329m)
- 크리옥스고개 ( Col de la Croix 2483m)
- 본옴므산장 (Ref Bonhomme 2443m)
비는 아침까지 계속된다. 파리에서 오신 친절한 부부들은 8시경 주변 트레킹을 하러 올라가고 나는 Contamines으로 내려가야 다시 TMB코스를 만난다. 1시간 가량 지그재그의 넓은 비포장길을 내려오니 5시간 이상이 소용된다는 물살이 센 빙하천을 건너기도 해야하는 아르만세트 호수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르고 있는데 가이드를 동반한 10명 정도의 단체가 비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아르망세트호수로 간다는데 모험을 포기하고 콘타민 마을로 내려서는 쉬운 길을 택한다. TMB는 여기에서 갈라져 콘타민 시내를 지나 나보랑 산장 못미친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콘타민은 산간 휴양마을이다. 도로주변에는 호텔과 레스토랑 그리고 상가 등이 보이나 나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TMB에 대한 표시판이 갑자기 사라졌다.
방향만 잡고 인도도 없는 차도를 따라 걷는데 자동차가 지나가며 물도 튀기고.... . 배낭메고 도로옆을 걷는 것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뿐만아니라 나같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도 뭔가 이상했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섰다.
결국 확인해본 결과 도로와 같이 흐르는 하천을 건너 Norte Dame George로 가면 이 곳에서 다시 산길을 오르는 낭보랑 산장으로 가게된다.
노틀담성당까지는 버스도 운행한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이용할 수도 .... 결국 헤멘 시간 포함하여 1시간 30분만에 도착하니 대문짝만한 이정표가 나를 반기고 익숙한 지명들이 나온다.
낭보랑 산장까지는 30분! 가는 비는 지칠줄 모르고 하루종일 이어진다 . 여기서부터는 오름길이다. 하산하는 사람들이 많이도 내려오고 있다. 폭이 2m도 넘는 넓직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보니 아르망세뜨 호수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 나타나고 곧이어 낭보랑 산장이다.
지도에서는 산 속의 호젓한 산장으로 머리속에 정리를 해 놓았는데 이 곳도 설악의 백담산장 정도... 아이스크림도 팔고.. 커피도 있고 쥬스도 있다. 계속 발므 산장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발므산장으로 오르는 길은 서서히 시야가 높아지면서 알프스 계곡의 아름다움이 이어지지만 비는 굵어졌다가 가늘어졌다가 암튼 끈질기게 하루종일 계속된다. 1시간 정도 넓은 산 길을 가다 작은 언덕을 올라서니 발므산장이 나타났다.
이곳까지도 충분히 차가 운행될 수 있다. 시간은 2시 30분 하루의 휴식을 취해도 될 것 같은데 예약이 만원이라며 2시간 걸리는 본옴므 산장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내가 알기로는 3시간이상은 가야 할 것 같은데 시간상 그래도 6시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마하고 맥주 한잔 마시고 출발한다.
비가 와서인지 산행을 하는 사람은 없다. 아니면 끝내고 모두 내려 간 것인 지도 모르겠다. 어린 아들과 딸을 동행한 부부가 아주 먼 거리를 유지하지만 유일한 동반자이다. 이제 수목 한계선을 벗어나 주위에는 야생화 천국이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설사면을 건너기도 하고 구름 속을 지나가기도 하는 힘겨운 산행이다.
아침 8시 30분부터 계속 걷고 있다. 프랑스 가족은 뒤쳐져 저 밑에 점으로 보인다. 드디어 Bonhome 고개에 도착하니 사방은 구름에 휩싸여 1m 앞도 잘 보이지를 않는다. 비상시를 대비한 작은 목조건물에 이정표가 붙어있는데 gite라는 안내 판에 1시간 30분이라고 적혀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암튼 힘도 들고 바람은 세고 구름에 사방은 가려져 있고 내 짐작으로 이정표가 보이는 곳이 길이겠거니 하고 앞을 향해서 걷는다. 내림길이다. 그런데 계속 산행 길잡이가 되어주던 흰색과 붉은색 TMB 표시가 보이지를 않는다.
돌이 없어서겠지... 의심을 하면서도 급한 마음에 빨리 산장에 도착하고 싶어 그냥 걷는다. 결국 30분을 내려가니 초막이 하나 나타나고 본옴므 산장은 위쪽으로 표시가 되어 있다. 내 의심은 진실이었다. 결국 40분을 다시 올라와서 고개에서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한다. 어디서 힘이 나는지 뛰다시피하여 50분을 걸어 다시 제자리에 서니 구름 속이지만 직각으로 꺽어지는 등산로가 어렴풋이 보였다.
시야가 좋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구름 속이니 그렇게 나타난다. 그 길을 택하여 좀 걷다보니 돌 위에 흰색과 붉은 색 표시가 다시 나타났다. 안심!!! 역시 서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암릉 위로 나타난 길을 옆으로 횡단하며 걷고 있자니 끈질기게 내리던 비는 그새 어느덧 그치고 구름만이 계곡사이를 부유하고 있다. 구름이 떠나간 사이는 아름다운 초록의 산 능선과 그 뒤로는 화강암의 첨봉이 알프스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능선을 돌아 돌아 빙하 녹은 물을 건너뛰고 Col de la Criox 에 올라서자 몇 그룹이 보인다. 이곳 에서는 다음날 통과해야하는 몽테산장으로 바로 가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나는 아래로 내려간다. 6시 40분 고개를 내려서자 바로 나타난 본옴므 산장은 프랑스 산악회 깃발이 펄럭이는 아름다운 목조 건물이다. . 내부는 이미 도착한 사람들로 그득하지만 각자 조용히 자기 일을 하고 책을 보기도 한다. 난로불 주위에는 젖은 옷과 등산화가 가득 널려져 있다. 모두들 하루종일 비를 맞았을터이니.... 7시부터 저녁시간이라 4인실 도미토리를 배정받고 배낭만 내려놓은 채 식사를 하러 내려왔다.
제일 먼저 나온 뜨거운 콘수메는 피곤하고 비에 젖었던 심신의 피로를 풀어 주었다. 모두들 사정이 비슷한지 국그릇으로 두그릇씩을 비운다. 그리고 비프스테이크, 치즈, 후식으로 케익까지 짐을 사람이 직접 날라야하는 이 높은 산장에서 이런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다니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 식사가 끝날즈음 앞치마 두르고 저녁준비를 해주던 아저씨가 기타와 바이올린 연주를 한다. 멋진 사람들이다.
산장 로비에는 촛볼이 켜지고 사람들은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고 책을 본다. 깊은 산의 침묵을 느끼기도 전에 피곤이 겉잡을 수 없이 밀려온다. 혼자는 Break가 잘 안된다. 그래서 계속 질주다. 그래서 쉬이 지칠 수 있다. 오늘은 8시 30분에 출발해서 산장 도착이 6시 30분이다. 헤메인 시간 다 포함해서.....
본옴므 산장에서부터 디카 작동이 잘 안되어 건전지를 바꾸니 error가 뜬다. 빌려가지고 오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겨도 뭐가 문제인지 해결할 수가 없다.
작동이 안되는 카메라도, 출발할 때부터 갑자기 생긴 허리통증도 내일이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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