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일 : 몽테산장 ( Ref des Mottets 1870m)
- 세이느고개 (Col de la Seigne 2516m)
- 엘리자베타 산장 (Rif Elisabetta 2300m)
- 메종빌레 (Rif Maison Vieille 1956m)
허리통증은 저녁이면 희망을 주다가 아침이면 희망이 사라진다. 그래도 걸을 때는 통증이 심하지 않으나 내림길에서 잘못 움직이면 신경이 건드려져 전심에 전기 충격을 받는 기분이다.
아침부터 날씨가 쾌청하여 기운을 북돋운다. 사람들은 7시부터 아침을 먹고 열심히 세이느 능선의 지그재그 길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 실루엣으로 너무 멋있다. 알프스는 고도가 높다보니 숨겨지는 것보다 드러나는게 더 많다. 모테 산장에 묵었던 60여명의 사람들이 줄줄이 줄을 서서 오르고 있다. 넓은대로다. 단지 비가 계속와서 부분적으로 발이 빠진다는 것 말고는 어려운 점이 앞서거니, 뒤서서니...
프랑스 청년 시몽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나를 추월한다. 결국은 메종빌레에서 만나게 될 것을.. 스포츠트레이너인 그는 매우 소탈하고 친절했다. 프랑스사람들이 대부분 쌀쌀맞으나 본인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스스로 알고 있었다. 30분 정도를 오르자 햇빛에 빛나는 눈덮인 암봉들이 바로 앞에 나서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과 눈과 초록의 들판,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 카메라는 다운되어 이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에만 담아야 한다. 장날 장보러 줄줄이 줄서서가는 사람들처럼 열심히 세이는 고개를 향해 오르던 사람들이 정지하는 곳 세이느 고개!!! 10시 30분이다. 이곳부터는 프랑스를 벗어나 이탈리아가 된다. 이제는 또 지그재그의 가파른 내리막길. 40분 정도를 내려오자 평탄한 산길로 변하지만 해발고도는 2000m에 가깝다. 왼편의 눈덮힌 암봉들을 곁에 두고 걷자니 20분만에 엘리자베타 산장이 나타난다. 나의 고정관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산 속에 깊숙이 박힌 곳이 산장인 줄 아는데 이 곳도 바로 아래까지 사륜구동차가 들어올 수 있다. 물론 산장 뒤편으로는 거대한 빙하가 산장을 덮칠 듯 걸려있지만.... 시설과 식사가 좋기로 유명하지만 이 곳에서 배낭을 풀기에는 시간이 너무 이르다.
11시 30분. 계속 걷는다. 산장아래부터는 넓은 대로다. 그래서 중간 중간 지름길도 만들어져 있다. 쿠르마이유에서 엘리자베타 산장으로 놀러오는 사람들이 장 서는 것 처럼 올라오고 있다. Val Veny(베니계곡)까지 차를 타고와 가깝게는 엘리자베타산장까지 멀리는 세이는 고개를 올라가는 사람들이다. 평탄한 길을 걷지만 해발고도가 2000m라 바람은 서늘하다. 그래도햇볕은 따갑다. 넓은 분지를 이룬듯한 Lac Combal(콩발호수)을 지나니 TMB로 갈라지는 고갯길이 오른쪽으로 나타나고 내가 오늘 묵을 Masion Vieille까지는 2시간이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이제 평탄한 길을 버리고 다시 산 능선으로 오른다. 1 시간 정도 오르니 왼편으로 거대한 미아지 빙하를 왼편으로 미아지 호수를 옆에 둔 몽블랑 릿지가 구름 속에 살짝 가려져 있다. 목동들이 사용할 것 같은 산막에서 등산객들이 기타를 치며 햇볕을 받으며 쉬고 있다. 거대한 알프스의 연봉들을 옆구리에 끼고 걷는 기분이다. 몽블랑 그랑조라스...토렌토....아프던 허리도 산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틈에 좀 나아진 듯도 하다. 오른쪽 다리는 접혀지지 않아 새 걸음이다. 그래서인지 2시간이 걸린다는 산장은 2시간이 훌쩍 넘어섰지만 나타나기는 커녕 보이지도 않는다.
몽블랑은 이제 모든 모습을 드러내고 중간중간 그 흰산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길 주변에 앉아서 산을 조망하며 쉬고 있다. 메종빌산장에 4시에 도착하여 맥주를 한 잔마시고 있자니 이미 편안한 차림으로 쉬고 있는 시몽이 보였다. 온수도 나와 샤워하고 양말빨고.. 알프스의 산장들은 어디나 할 것 없이 빙하나 유명한 산 봉우리들이 안보이면 자격요건이 안되는지 이 곳도 정말 멋진 곳이다. 몽블랑의 남쪽 정면에 위치한 이 곳도 단지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차가 올 수 있어 일반 행락객들이 많아 좀 분답스럽기는 하지만 전망은 죽인다.
저녁도 정말 푸짐하다. 스파게티가 먼저 나오자 동경에서 온 부부와 같이 쟁반을 싹싹 걷어 먹고 와인까지 한 잔하고 나니 메인요리로 푸짐한 치킨과 완두콩 요리가 나왔다. 그리고 큼지막한 사과가 나오고 초코렛 케익까지.... 이탈리아에서는 Tea는 서비스로 제공되지 않는다. 스파게티가 전채요리라니... 다음부터는 어떤 순서로 식사가 제공되는지 물어보고 먹어야 겠다.
걸었고 먹었고 이제 자면 된다. 틈새없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모로 누우면 맡닺을 것 같은 도미토리 옆 침대는 몽테산장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이탈리아에서 온 엔지니어 청년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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