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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 드 몽블랑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39-12일차(베르나드 침봉~쉐저리호수)

 

 능선에 올라서면 알핀로제가 더 돋보인다. 햇빛을 받은 알핀로제가 잠을 깨기 때문이다.

에퀼 베르뜨(Aiguille Verte)와 어룰린 알핀로제는 그야말로 귀족이 된다.

그 알핀로제 밭을 지나면  드디어 평지같은 능선을 따라 몽블랑산군의 경이를 체험하게 된다.

그 감동을 필설로 형언하기는 힘들다. 다만 오른쪽의 에귀 호우저를 등받이처럼 왼쪽을 경배의 대상처럼

걷다보면 우리가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을 느끼게 되는

그 자연스러운 변화에 진저리치게 된다.

 알핀로제가 초원을 만들고 그 초원에 알핀로제처럼 펼쳐진 넙데데한 바위들이 반반씩 지평을 장식한 곳에

 이르자 우리는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누워서 잠을 청하고 싶은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아침 햇살이 45도 쯤 비스듬히 누워있어 그 햇살을 머금고 있는  에귀 호우저가 빛을 발하는 시간에

휴식은 조금 이르다.

그러나 아르정티에 빙하(Glacier d' Argentiere)가 사라지고 와 메르 데 글래스(Mer de Glace),

드류(Drus)가 나타나는 지점에서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저마다 자리를 깔고 앉아 자연이 벌이는 아침쇼를 감상하기에 바쁘다.

 메르 데 글래스(Mer de Glace)계곡 오른쪽에 연이어 뾰족하게 서있는 그레퐁(Grepon, 3482m), 에귀 디 블래티에(Aig. de Blaitiere, 3522m), 에귀 디 플랑(Aig. du Plan, 3673m)이 아주 위세가 당당히 서있다.

 연이어 서있는 침봉이 마치 이탈리아의 산세처럼 거칠고 역동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아르정티에 빙하를 지나 ‘얼음바다’라는 메르 데 글래스 빙하쪽으로 이동한다.

한발자국씩 이동할 수록 숨어있던 몽블랑산군의 파노라마가 서서히 펼쳐지기 시작한다.

 몽블랑 정상은 구름에 살짝 가려져있고 에귀 디 미디만은 그 구름에서 비켜나 몽블랑 정상의 위치가

어딘지를 알려주고 있다.

 아침햇살이 45도 쯤 기울어진 시간 에귀 호우저의 바위산도 그 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좌측으로는 샤모니 계곡 건너편의 알프스산군, 오른쪽으로는 바위산 에귀 호우저의 변화, 그리고

수많은 야생화의 향연은 트레커들의 발걸음을 종종 붙잡고는 한다. 

여기서부터 플레제르까지 가장 아름다운 코스 중 하나라고 하질 않던가.

 TMB코스에서 잠시 이탈하여 산능 뒤에 위치한  쉐저리 호수(Lac des Cheserys, 2211m)로 가기로 한다.

 호수쪽으로 난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가자 조그마한 호수가 하나 보인다.

알프스의 호수들은 6월부터 잠을 깬다. 7월 중순까지도 녹지 않는 호수도 있다고 한다.

10월부터는 다시 얼기 시작하여 겨울잠을 자게 된다.

쉐즈리 호수는 조그마한 沼같은 호수 2개를 말한다.

지난 겨울 강설량과 일조량에 따라 커지거나 작아지는 고무줄 같은 호수다.

이른 아침인데도 노부부가 반벌거숭이가 되어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노부부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한 것같아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호수를 보더니 가이드인 베르나뎃뜨와 이재흥선배가 수영을 하겠다고 나선다.

누구 하나 말릴 생각도, 말릴 틈도 없이 훌렁훌렁 옷을 벗고는 속옷차림으로 차가운 빙하물에 다이빙을

해버린다. 하긴 조금전에 수영을 하는 노부부를 본 터라 그래도 되는 줄 안 모양이다..

 그러나 호기있게 호수에 뛰어든 이재흥선배는 천식환자처럼 가르릉 대더니 30초도 안되어 물 밖으로

튀어 나온다. 가이드인 베르나뎃뜨만 여유있게 물살을 헤치고있다. 

연이어 빙하물에 들어가려고 옷을 다벗었던  송덕엽선배  계획을 급수정하고 만다.

사시나무 덜듯하는 이재흥선배의 몰골을 보니 더럭 겁이난 모양이다.

"난 세수만 하려고 했다니까..."하고 익살을 부린다.

 이 헤프닝을 지켜보는 사람들만 유쾌하게 됐다.

아무리 그래도 빙하녹은 물이다. 조금 추웠을 것이다. 그러나 잊지못할 추억이 된다.

 2000미터가 넘는 산위에 위치한 크고 작은 호수에서 보는 몽블랑 파노라마는 산악미의 극치다.

 에메랄드 빛의 호수. 정말 맑고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것에 묻어 가려고 물 위에 살짝 나를 비추어 본다.

 사진 상단 위에 바로 유명한 락블랑 호수가 있다.

고도가 조금 더 높기때문에 트레커들이 훨씬 즐겨 찾는 호수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 일정에 때문에 아쉬움으로 남겨 둔다.

 다시 능선으로 돌아오면 아르정티에 주변의 봉우리들이 보인다.

에귀 베르뜨(Aiguille Verte)가 우리들의 TMB코스로의 복귀를 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