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을 품고 '녹색'을 지향하는 이 도시의 장점은 대도시는 생태적으로 완벽하게 지속가능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출발하여, 주어진 환경 내에서 '지속가능함' 을 '구체적'으로 꿈꾸고 실천한 것이다.
'녹색 도시'를 지향하는 '적색 딜레마'
바르셀로나에서 첫 번째로 가볼 도시는 람블라(Lambla) 거리이다.
콜럼버스 동상에서 에스파냐 광장으로 뻗어 있는 1.2km에 달하는 드넓은 공간은 차량 교통이 금지된 보행자의 천국이다. 좌우로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카페에서 보행자는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떤다. 일 년 내내 시민과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이 거리의 활기를 주말에 한 시간만이라도 진지하게 지켜본다면 '녹색 도시'를 지향하는 바르셀로나의 '적색 딜레마'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내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보행자 전용지구는 바르셀로나의 보행자 중심의 굳건한 '지속가능한 도시' 의지를 잘 드러내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라니!
상주인구 170만 명, 유동인구까지 합하면 500만 명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대도시는 그 성질상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되기 힘든 법이다.
온수 수요를 태양열로 충당하라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연간 약 1천만 명의 관광객은 이 도시의 짭짤한 소득원이지만, 역설적으로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큰 위협을 가한다. 관광 성수기인 여름철에 몰리는 관광객들 때문에 여름철 물부족 현상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들에 의한 에너지 소비 또한 높다. 2000년, 바르셀로나 시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온수 생산을 재생 가능 에너지로 강제하게 된 배경에는 이 같은 관광 산업의 그림자가 있었다.
'바르셀로나 시 태양에너지 조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새 건물을 지을 때나 건물을 개∙보수할 때는 반드시 건물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야 하며, 온수 공급의 60% 이상은 태양에너지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했다. 이 조례는 2006년 개정되어 이제는 규모나 용도에 상관없이 신축 혹은 증축을 하는 모든 건물에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아예 건축 심의 때부터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건축 허가를 얻을 수 없다.
지난 5월에 서울에서 열린 'C40 세계 도시 기후정상회의'에 온 바르셀로나에너지공사(BEA) 관계자의 발표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의 태양열 집열판 면적은 이 조례 시행 당시인 2000년 1,000명 당 1.1㎡에서 2005년 5월에는 19㎡로 약 20배 정도, 집열판 패널 수는 같은 기간 1,650개에서 2005년 3만1,000개로 늘어났다. 이 덕분에 연간 2만5,000MWh를 절약하는데, 이것은 4만5,000명의 온수 수요를 전부 태양열로 충당할 정도의 양이라고 한다.
엄청난 유동인구를 가진 도시가 고민하는 '지속가능성'의 딜레마와 그 해결 방향을 람블라 거리에서 확인했다면, 두 번째로 바르셀로나 시청으로 가 보자.
태양도시를 상징하는 바르셀로나만의 아이디어
전형적인 유럽 스타일의 우아한 건물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옥상을 보러 가는 것이다.
바르셀로나 시청은 구청사, 신청사, 최신청사 등 3개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신청사와 최신청사 두 군데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돼 있다. 시 청사의 태양광 발전 시설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바르셀로나 시 연간 일조시간은 유럽 어느 도시보다도 많은 2만 251시간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태양의 도시'이다. 태양열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조례의 시행과 바르셀로나 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둘렀다.
2000년 당시 후안 클로스(Joan Clos) 시장은 공식적으로 '태양도시(Solar City)'의 운영을 선포했다. 신청사에서는 매년 40M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40kWh 규모의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됐고, 최신청사 건물 옥상에는 600㎡에 이르는 덩굴형태로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돼 매년 60MWh의 전기를 생산한다.
옥상의 전망이 좋아 리셉션 등의 행사에도 쓴다고 한다. 태양도시를 상징하는 시청 옥상에서의 리셉션이라, 듣기만
해도 상큼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바르셀로나의 또 다른 상징, 빨간 자전거
첫 번째 장소에서 '녹색'을 지향하는 대도시의 '적색'딜레마와 그 해결 방향을, 두 번째 장소에서 그 정책적 의지를 확인했다면, 세 번째 장소에서 그 구체적 성과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장소는 공공자전거 비씽(Bicing)이 있는 곳이다.
빨간색 바디(Body)를 가진 자전거는 시내 어디에서든 쉽게 눈에 띈다.
2007년 3월 도입 당시 자전거 수는 750대, 자전거 무인대여소는 50곳에 불과했지만 도입 1년여 만인 요즘 자전거는 6,000대, 무인대여소는 400곳으로 급증했다.
중소도시와 달리 대도시에서 자전거 타기 힘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시내 어디에서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 비씽 덕분에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전철과 버스, 그리고 자전거를 자유롭게 바꿔가며 '녹색 교통'에 동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전거 제조 관리에 드는 비용을 모두 시 정부가 부담하고 '클리어 채널'이라는 광고회사가 공공간판 사용권을 받는 대가로 그 운영을 맡는 식으로 비씽 시스템이 돌아간다. 시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자신의 목적지 가까운 아무 대여소에나 그 자전거를 반납할 수 있다.
연간 30유로만 내면 언제든 자유롭게 공용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회원이 벌써 10만 명이 넘었다.
비씽이 가히 '지속가능한 도시'를 지향하는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바르셀로나 시의 상징도 빨간색이다.
'적색'을 품고 '녹색'을 지향하는 이 도시의 장점은 대도시는 생태적으로 완벽하게 지속가능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출발하여, 주어진 환경 내에서 '지속가능함'을 '구체적'으로 꿈꾸고 실천한 것이다.
그래서 지중해 사람들의 특유한 소란함마저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도시인지도 모른다.
경기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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