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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ㆍ해외 항만도시 성공사례 ⑥바르셀로나 포트 벨

ㆍ해외 항만도시 성공사례 ⑥바르셀로나 포트 벨

중세시대 때 건설된 바르셀로나 구항인 포트 벨 (Port Vell)은 수역이 넓지 않은 데다 늘어나는 물동량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부두 확장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정비 계획이 필요했다. 1970년대 구항에는 철도가 설치돼 부두에서 하역된 화물을 내륙으로 운반했다. 이 때문에 시민이 바다를 접할 수 있는 장소는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해변가뿐이었다. 게다가 화물처리항의 부두 기능은 급격히 쇠퇴하고 지역경제는 낙후돼 갔다.

바르셀로나항의 재개발 전 모습(위). 바르셀로나항의 재개발 후 모습(아래).

바르셀로나 항만공사(APB)와 시는 1986년 구항인 포크 벨을 재개발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우선 접근할 수 있는 접근 대로부터 개설했다. 이어 1986부터 1988년까지 시와 항만당국은 공동으로 팀을 구성해 재개발을 시행하게 된다. 또 재원조달은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어 은행대부로 해결하기로 했다. 바로셀로나 항만공사와 시는 민간 유치를 통해 재개발을 결정하고 1990년부터 본격적인 구항 정비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개발 당시 철로 철거 여부와 환경파괴 우려가 큰 문제로 떠올랐다. 추진 주체인 항만공사와 시는 이 같은 지적에 동감하고 수역을 최대화하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시민이 항만을 친근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바다와 접한 육지면적의 확대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APB는 구항으로 들어와 있는 철로를 철거하고 화물 처리부두를 외곽으로 옮겼다. 또 수면을 넓히기 위해 예전부터 설치돼 있는 일부 접안시설을 말끔히 걷어냈다. 이에 따라 수역 공간과 구항 인근의 육지면적이 대폭 확장된 것이다. 특히 시드니항에서와 마찬가지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항만 재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화물을 처리하던 너저분한 부두는 시민이 바다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했다. 개발 이전의 기차길은 인도로 바뀌었고, 지하에는 차도가 설치돼 도시의 교통난 완화에도 도움이 됐다.

재개발 과정은 구역내 아쿠아리움, 월드트레이드센터, 아이맥스 극장, 쇼핑센터 등 각종시설은 각각 법인을 설립해 개발 운영하도록 하고 전체적인 개발은 항만공사가 입안하고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 설립된 Port2000에서 담당하도록 했다. 또 원활한 개발추진을 위해 바르셀로나 시장, 항만공사사장, 시민대표, 인근지역대표, 상공회의소 대표 등은 다달이 1회씩 협의회를 개최했다.

재개발 추진방법은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기반정비로 항만공사에서 사전 투자를 실시한 뒤 민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민자유치는 투자자가 30~40년 동안 운영후 시설을 시나 항만공사에 기부(우리나라의 기부채납형식과 유사)하는 방식이 채택됐다.

포트 벨은 외관상 제주항과 매우 흡사한 형태로 항만의 확장에 따라 방파제가 계속 이어지고 무역항과 요트항, 어항, 크루즈항의 구역이 구분되어 있어 구역별로 개발이 진행됐다. 구항을 기존 접안시설을 최대한 보존한 채 친수공간 및 여객터미널 등으로 재개발됐으며 해안 지역은 문화포럼장과 각종전시회, 세미나 등을 유치해 주변지역을 활성화하는 방식이 채택됐다.

이에 따라 크루즈항은 기존 무역항의 이전에 따라 기능을 변경해 안벽은 그대로 활용하고 터미널만 건설해 이용하고 있다.요트 계류장의 출입부는 슬라이딩 교량이 설치되어 일정시간에 육지부와 연결되어 관광객이 도보로 클럽하우스를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크루즈터미널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과 해군성이 있는 몬주익과 연결되어 있으며 시내 곳곳에 성가족성당, 구엘공원 등 천재건축가 가우디의 건축물은 그대로 유지했다.

포트 벨의 재개발 목적은 항만도시의 개념, 항만 관문의 합리화, 도시의 경제적 다변화 등에 있었으며 언제나 즐겁고, 편안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를 토대로 재개발은 3년간의 계획과 7년간의 실행으로 완료됐다. 포트 벨은 재개발 이후 문화, 스포츠, 상업, 여가 등 모든 것을 지원할 수 있는 복합단지가 들어섰다. 또 공공부문의 1억5000만 유로 투자로 4억5000만 유로의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성과를 냈으며 5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현재 바로셀로나에는 해마다 16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다.

<이현준기자 goodm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