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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와 나

중국 서부 극지를 가다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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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출고시간 :2005-12-13 오후 7:32:32
URL : http://www.itimes.co.kr/News/Default.aspx?id=view&classCode=407&seq=234502
여기가 티베트의 스위스
중국서부 극지를 가다(7)
라싸로 가기 전 마지막 고개인 미라쉐산을 넘기 전 아페이 마을에서 본 가을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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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탐험의 최대의 적은 비였다. 고지대는 강수량이 연평균 수십 밀리미터에 그치는 것이 보통인데 이상하게도 비는 우리 탐험대를 내내 쫓아 다닌다. 질척질척 내리는 비는 비포장도로와 공사구간도로를 진창으로 만들고, 그만큼 탐험대의 일정도 차질이 생겨 연일 강행군을 계속하게 한다. 비로 인해 느려진 일정을 맞추기 위해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운행하는 동안 대원들의 피로는 쌓여만 간다.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팍쇼(八宿)을 지나면서 초원이 펼쳐지고 구릉을 넘어서면 굵직굵직한 아름드리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이내 밀림이 우거진 협곡 사이를 빨려가듯 달리게 된다. 이곳이 티베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삼림이 우거지고, 운무에 휘감긴 풍경도 아름답다. 바로 ‘티베트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강샹(崗鄕)자연보호구’다.
 계곡 아래에는 얄룽창포(雅魯藏布) 대협곡으로 흐르는 린즈니아허(林芝尼亞河)가 있어 울창한 숲과 구름은 흐르는 물과 함께 변화무쌍한 새 경관을 만들어 낸다. 뽀미(波密)에서 시작하는 이 길고 긴 협곡의 향연은 린즈를 지나 빠이(八一)까지 이어진다. 마치 숲 속의 오솔길처럼 난 318번 국도 또한 포장공사가 한창이었는데 해발 3000m가 넘는 고지대지만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오는 바람이 푄현상을 일으켜 비가 많이 오고 그래서 도로유실이 잦기 때문에 포장공사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유실된 도로를 보수하는 공사라기 보다는 길을 넓히고 비포장도로를 정비하는 작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아 오히려 318번 국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느낌을 받는다. 하긴 이 길은 라싸로 가는 유일한 길도 되지만, 반대로 칭하이(靑海)성과 스촨(四川)성, 윈난(雲南)성을 잇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풍광의 뽀미 지역을 지나면서 도로는 한층 위험해지기 시작했다. 잦은 비와 안개 등으로 도로 전방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절벽 위의 난간처럼 좁은 도로는 항상 긴장하게 한다. 교행차량이 있을 때마다 암벽등반이라도 하듯 절벽쪽에 최대한 차를 붙이느라 여간 애를 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에 도착한 통마이(通麥)대교.
 크고 작은 산사태는 천장공로(川藏公路)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재해다. 특히 통마이 대교 일대는 빙하지대가 있어 산사태가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여름이면 호우로 인해 도로유실이 잦고 밀려 온 토사와 돌에 종종 다리가 훼손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말 전쟁터 같은 지역이다.
 더구나 우리 탐험대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중국감독관은 무전으로 군사보호지역이니 일절 촬영을 금지하라는 주문을 한다. 라싸로 가는 유일한 통로이기에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곳. 그래서 다리 양쪽으로 군인들이 통행차량과 사람을 검문검색을 한다. 한쪽은 중국 군인이 또 다른쪽은 티베트출신 군인이 각각 경비를 서는 것이 이채롭다. 다리 입구에는 수 십대의 차량이 늘어서 있었는데 다리 건너편 도로에 낙석이 쏟아져 군인들이 치우고 있는 중이었다. 작업 중인 장비와 군인들이 건너와야 통행이 가능하다. 오도 가도 못하는 외길에서 쫄쫄 굶으면서 대기하기를 한 시간여 만에 다리를 건넌다. 차 한 대 정도가 겨우 지날 수 있는 나무다리를 건너자마자 만나는 도로는 탐험대원들을 바짝 긴장하게 한다. 오른쪽은 깎아지른 절벽이요 왼편은 까마득한 낭떠러지. 비탈진 좁은 도로는 빗물에 미끄러워 자칫하면 황천행이다. 이런 아슬아슬한 길을 달려 당도한 곳은 루랑(魯郞).
 곱게 포장된 아스팔트도로를 달려 써지라산(色季拉山, 4730m) 고개를 오르기 시작한다. 써지라산은 린즈동쪽에 위치하며, 녠첸탕구라(念靑唐古拉) 산맥 동쪽 끝으로, 니양허(尼洋河) 지역과 파이롱짱뿌(俳隆藏布)강 지역을 나누는 분수령이다. 산 고개에는 운해와 끝없이 이어지는 삼림바다의 신비로운 자태가 한 폭의 그림처럼 유유자적하다. 멀리 산 밑에는 운무 사이를 뚫고 린즈가 보인다.
 린즈는 원래 원시 산림지대였는데 개발 이후 인근의 빠이(八一)와 함께 신흥공업도시로 탈바꿈하였다. 니양허의 삼각주 변에 위치한 마을로서 해발이 3,000m가 넘는데 눈부신 만년설산과 나무바다가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린즈를 지나 10여 분 쯤 더 가자 티베트의 현대도시 빠이가 있다. 빠이는 린즈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도시다. 빠이시 중앙에 위치한 샤먼(厦門)광장부터 깔끔하고 시원하게 도시 정비가 되어 있어 과연 이 곳이 티베트 지역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현대도시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빠이는 원래 ‘라르가(拉日伽)’라고 하는 조그마한 촌락이었는데 1951년 중국인민해방군이 주둔하기 시작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해 지금의 린즈지역 중심도시가 된 것이다. 그래서 도시 이름도 인민해방군 창군기념일인 8월1일인 빠이(八一)이 되었다고 한다. 린즈와 함께 신흥공업도시라고는 하나 질서정연하게 정비된 중심도로와 관공서, 길게 늘어선 식당가들 사이로 공업도시라는 느낌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번듯한 공안국 건물, 지역 군부대 사령부 그리고 한족이 장악한 시내 식당가가 철옹성처럼 구축되어 있어 티베트인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족, 그들만의 도시라는 인상이 훨씬 강하다.
 라싸로 가는 길에 언제부터인가 동반하게 된 니양허가 에메랄드 빛을 반짝이며 따라오고 있다. 라싸로 가는 길에 마지막 고개인 미라쉐산(米拉雪山, 해발 4900m)에서 발원한 니양허는 얄룽창포강의 5대 지류 중 하나. 맑고 푸른 니양허와 물가에 선 백양나무 단풍의 조화는 하루에 열 시간 이상 이동하는 탐험대의 피곤함을 잊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선사하고 있다. 이 니양허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마을이 있다. 바로 니양허를 젖줄 삼아 자리한 콩포지얌다(工布江達)현이다. 이 마을이 주목 받는 것은 티베트에서 유명한 귀족가문인 ‘아페이, 아왕진메이(阿沛,阿旺晋美)’의 고향인 까닭도 있다. 아페이는 중국이 침략하기 전 이 지역의 영주였다.
 그러나 티베트가 중국의 속국이 되면서 중국중앙위원회의 위원이 되어 입신하는 등 티베트인 출신 중에서 가장 성공한 대표적 인사가 됐다. 현재도 92세로 생존해 있으나 북경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아페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동네사람들에게 물었더니 ‘이 지역에 수력발전소와 다리를 놓아 주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한다. 좀 짓궂게 예전 아페이 영주시절과 비교해 가장 많이 바뀐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한참을 망설이던 동네 처녀가 “해방 전까지만 해도 이 일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걸이에 족쇄까지 한 노예 신분이었는데 해방 후 그런 것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 말 속에 숨은 뜻인 무엇인지 곱씹어 본다. 어쩜 이들은 중국이니 티베트니 하는 국가개념보다도 누가 인민들에게 잘 해주느냐가 더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 티베트의 젊은 처녀는, 중국이 티베트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해방’이라는 단어를 전혀 거리낌 없이 쓰고 있었다. 하긴 아페이 마을은 우리 탐험대가 지나 온 수 백km에 이르는 동부 티베트 지역의 마을과는 확연히 다른 마을이었다. 이 두메산골의 조그마한 마을에는 왠지 낯 선 듯한 빌라식 건물과 마을회관, 그리고 포장도로. 어쩜 아페이는 고향에 진 마음의 빚을 갚으려고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탐험대는 마지막 힘을 다해 미라쉐산(米拉雪山)을 오른다. 천장공로 중 마지막 산고개다. 산고개를 넘어 150km정도 더 가면 라싸가 있다. 미라쉐산을 경계로 티베트 풍경은 완전히 달라지는데 산 고개를 넘어서면 더 이상 삼림은 구경할 수 없게 된다. 해발 5,200m 고개를 향하던 중 아쉽게도 가을이 끝나버렸다. 산마루에 올라서자 진눈깨비가 쏟아지더니 하얀 설산의 봉우리들이 성큼 다가선다. 라싸가 바로 코앞에 다가 선 것이다./글·사진=백민섭 경인지역 새방송 창준위 지원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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