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이야기 | |
티벳에 다녀왔습니다. 중국 정부 초청이었죠. 영문을 잘 모르고 갔는데 올해가 중국이 티벳을 자기 영토로 완전히 편입한지 40년 되는 해였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자신들의 지배 성과를 외부에 자랑하고 싶어 외국 기자들을 불렀습니다.
1. 티벳 라사의 포탈라궁입니다. 달라이라마가 1959년 중국의 강점을 피해 인도로 야반도주하기전까지 티벳 정치 행정의 중심지이지요. 주인을 잃고 비어있는 '슬픈 포탈라궁'입니다. 붉은 색인 '홍궁' 과 흰색의 '백궁'으로 포탈라궁은 구성되어 있는데, 백궁이 달라이라마의 집무공간입니다. 현 14대 달라이라마는 포탈라궁의 백궁 맨위층을 침실이자 집무실로 사용했습니다.
2. 여기는 어딜까요? '서장 자치구 인민정부'란 글시가 정문에 쓰여져 있습니다. 그럼 정문 뒤편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건물이 낯설지 않습니까? 방금 위에서 본 포탈라궁입니다. 중국은 자신들이 티벳을 지배하기 위한 행정기구를 바로 포탈라궁 앞에 지은 것입니다. 정복자들은 어쩌면 그렇게 비슷합니다. 경복궁 앞에 버티고 서있던 일제의 조선총독부 건물이 떠오릅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정문에 서있는 군인 아저씨가 길건너편에 있는 저를 향해 소리를 꽥 지르더군요. 관공서 앞에서 허락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느냐는 것이죠. 이 사진도 하마트면 빛을 보지 못할뻔 했습니다.
3. 티벳의 라사 공항 모습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탑승구를 빠져 나오면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청두에서 타고온 비행기 외에는 안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공항이 아니라 섬같군요. 햇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고, 공항 바로 옆의 산은 풀 한 포기없이 황량했습니다. 해발고도 4000미터이라서 나무가 없다는 군요. 하지만 하늘을 보십시요. 무공해 하늘이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쪽빛이라고 할까요, 시야가 무한대로 뻗어나가는데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1킬로 밖도 잘 안보이는 것을 생각하면 눈이 시원합니다.
4. 호텔에 도착하니 일행을 환영해줬습니다. 왼쪽 첫번째 아가씨와 두번째 아가씨 사이에 놓여있는 건 '미싯가루'같은 겁니다. 두번째 아가씨가 들고 있는 건 술이구요. 세번째 아가씨가 들고 있는 것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역시 술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환영식' 전통문화가 아마 없지요. 손님을 환영하는 티벳인의 마음씨가 느껴졌습니다.
5. 호텔 객실에 있는 이상한 물건입니다. 다른 여행지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죠. 산소발생기입니다. 해발고도가 높아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면 고산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로 일행의 절반 정도는 처음 3일간 초죽음이 됐습니다. 극심한 두통에, 불면증, 구토까지...배우자와 함께 이곳을 여행하시는 분에게는 '처음 3일간은 거시기가 절대 금지'입니다라는 경고를 합니다.
5. 티벳대학교 수업에 들어가봤습니다. 강의를 방해해서 미안했습니다. 아직 시골학교같은 분위기이고, 대학교수들도 먼데서 온 손님이라고 생각해 배려해서 인지 강의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책상위에 모두 그날짜인지 모르나 '서장일보'신문을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집기는 열악하고 학생들 옷차림은 꼬질꼬질했지만 눈은 반짝반짝했습니다. 정부 관영지를 놓고 '중국 밑에서 조용히 잘 살자'는 걸 배우는지 모르겠습니다.
6. 티벳의 주인이 누군지 알았습니다. 죽은 마오쩌둥의 사진이 강의실 앞 벽에 붙어있는 걸 보고 말입니다. 이 대학 학생의 70%는 티벳, 30%는 한족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보고 앞자리에는 여학생이 많군요. 그건 서울이나 비슷하게 보입니다.
7. 조캉사원 앞입니다. 티벳 불교의 본산이라고 말해도 될 것입니다. 라사 시내 한 복판에 있습니다. 절이 산속에 있는 건 우리의 사정이구요, 이 나라는 중심에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모두 이곳에 옵니다. 안에 들어가서 보고, 밖으로 나와 사원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가서 사원을 뒤로 한바퀴 돌아 오른쪽으로 나옵니다. 사원 순례 코스입니다. 티벳인들은 유명한 오체투지를 합니다. 일종의 절인데, 우리처럼 무릎을 땅에 대고 이마를 바닥에 대는 식이 아니고, 엎드리듯이 절하는거죠.
8. 티벳인들입니다. 한 여름인데, 두터운 옷을 입었죠. 햇볕은 따갑지만 습도가 높지않아 덥지 않습니다. 할머니들의 옷 색채감이 화려하고 좋습니다. 깨끗하기만 하다면...라사 방문중 만난 친중파 티벳인들은 모두 '티벳 불교'를 욕하더군요. 티벳인의 생활이 궁핍한 건 수입의 대부분을 사원에 갖다바치기 때문이래요. "바보같은 사람들이 중들에 속아 넘어가고 있다"는 식이지요. 한편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만, 그들의 말속에 달라이라마로 대변되는 과거 티벳지배층에 대한 반감도 느껴졌습니다. (할머니들 오래 사세요!!!)
9. 조캉사원 내부입니다.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노란색이 어울린 색채감이 좋았습니다. 재질은 흙벽돌과 나무입니다. 이 사람들은 높은 건물을 세우는 걸 좋아합니다. 땅이 좁아서 일까요? 이 안에 어디에 서기 7세기에 당나라와 토번(티벳의 옛 왕국)이 맺은 평화협약 비석이 서있다고 하는데 보이지 않습니다. 일반에 보여주질 않는거죠. 두 나라가 영원히 평화롭게 지내자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당초 3개의 비석을 만들었는데, 하나만 라사의 조캉사원 안에 남아있다고 합니다. 중국에도 만들어놓았겠죠. 하지만 그게 남아있을 턱이 있겠습니까?
10. 조캉사원 지붕에서 바라본 사원 앞 광장입니다. 광장 양쪽에는 노점상이 길게 늘어서있죠. 천개 이상 될 겁니다.
11. 오체투지하는 60대 할머니. 뭘 그리 기원하시는지요?
12. 호텔 앞에 '임시 입경'이라는 임시 번호판을 단 차가 서있었습니다. 닛싼 차인데 번호판을 보니 로마에서 온 차였습니다. 로마에서 티벳까지 오려면 유럽을 관통해 중앙아시아를 지나...수십만리입니다. 주인장은 못봤지만 멋진 사내(아가씨?)입니다. 저는 오토바이 타고 한번 그걸 해봤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13. 라사에서 차를 타고 지방으로 갔습니다. 설산이 즐비합니다. 경치가 환상입니다. 저는 가이드에게 "이 산 이름이 무엇이냐, 저산 이름은 무엇이냐"고 계속 물었습니다. 가이드의 답은 "이름이 없다"는 것입니다. 산이 너무 많아 그렇다네요. 다 이쁘지만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산들에게는 이름을 붙여줘야하는 것 아닙니까? 그것이 문명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지요. 차를 타고 가면서 나타나는 설산에 저는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렀습니다. 제가 제일 반한 산은 다음에 나오는 사진속 산입니다.
산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더군요. 라사에서는 사실 관광으로서는 시쿤둥했는데, 이 아름다운 설산들을 보며 티벳에 완전히 빠졌습니다. 해발 6000미터가 넘습니다.
저도 해발 5013미터 까지 올라가 봤습니다. 차를 타면서 고개를 넘은 거죠. 산은 고산반응으로 조금만 걸어올라가도(여기서 조금이라는 건 100, 200미터가 아니고 10, 20미터입니다) 100미터를 전력질주해온 사람처럼 숨을 헐떡거리죠. 엄두를 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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