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해외 한국학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
해외 한국학 지원이 기업 홍보나 스포츠 마케팅처럼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데다 관련법 미비로 기부를 해도 제대로 조세 감면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1998년 이후 기업의 한국교류재단 지원금에 대한 조세 감면 혜택이 없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지정 기부금 출연은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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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원이 절실하다=한국학 학자들은 한국학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장학금, 프로그램 운영비 부족 등 재정 문제를 꼽았다. 세계일보
취재팀이 한국학을 연구하는 교수와 강사 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9명(37%·복수응답)이 이같이 답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LA)의 존 던컨 교수(한국학)는 “한국학 발전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국제교류기금과 기업 등이 지원하는 이 대학 일본학연구소의 기금은 700만달러다. 일본 측은 이 연구소에 300만달러를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학연구소 기금은 70만달러에 불과하다.
예일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최승자 교수는 “일본, 중국학과 달리 한국학만 박사 양성 프로그램이 없다”며 “일본은 스미모토재단,
중국은 사업가들이 여러 장학금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 기업으로부터의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컬럼비아 대학 김자현 한국학연구소장은 “한국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지원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중국학, 일본학과
경쟁력을 가지려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류에 못 미치는 지원=해외 한국학 학자들은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 민간 차원의 한국학 투자를 기대하지만 기업들은 냉담하기만 하다.
베트남의 경우 한류 열기와 한국 기업의 진출로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기업들의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베트남 국립 하노이대학 한국학과의 경우 국내의 한 기업이 학생 2명에게 연간 장학금으로 각각 100달러씩 모두 200달러를 지원하는 게
고작이다. 베트남 하노이 인문사회과학원 응오쑤언빈 원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한국학 연구 지원에 아예 관심이 없다”며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한국 기업과 관계를 전혀 맺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 브랜드가 기업 경쟁력인데=삼성전자는 올해 영국 명문 축구단 첼시와 후원 계약을 맺고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키로했다. LG 역시
올해부터 내년까지 영국 축구클럽 리버풀FC에 100만파운드(18억원)를 후원한다. 이들 기업은 그 대가로 유니폼, 경기장 등에 자사 광고 권리를
얻었다. 기업들이 이처럼 스포츠 마케팅에 막대한 자금을 쓰고 있지만 한국학 지원에는 관심이 없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제임스 루이스 교수는 “한국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받으려 했지만 인문학 분야여서인지 큰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일본학 지원에 적극적이다. 닛산자동차는 일찌감치 1976년 옥스퍼드대에 ‘닛산 일본학연구소’를 설립했고, 93년에는
600만파운드(108억원)를 추가로 기부했다.
김흥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장은 “기업들이 한국 브랜드가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한국 브랜드가 긍정적으로 형성돼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제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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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교류재단 서아정 부장은 “해외 한국학 과정을 지원하고 한국 전문가를 육성하는 작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바이 코리아(Buy
Korea)’로 이어지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의 ‘비경제적 부문의 해외투자’로 볼 수 있다”며 “민간 기부의 활성화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기업 기부금 조세 감면해야=한국 기업의 ‘국제교류 지정기부사업’은 1998년 이후 경제 위기로 조세 특례가 연장되지 못하면서 사실상
끊기다시피 했다. 조세특례제도가 있던 94년부터 5년간 국내 기업들이 이 사업을 통해 외국 한국학 사업에 지원한 돈은 2470만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조세 감면 혜택이 없어진 99년 이후 2004년 말까지 6년 동안 해외 한국학에 지원된 기업기부금은 160만달러에 불과하다.
권선택 열린우리당 의원 등 31명은 한국학에 대한 민간 기부 활성화를 위해 한국학 지원 기업에 조세 감면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 현재 법률안이 국회재정경제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제교류재단은 이번 정기국회 때 관련 법률안이 통과돼 한국학 지원 사업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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