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학의 현주소]유럽대학들 '한국학' 구조조정 1순위 | ||
미국선 강좌개설 많아도 학위수여 30곳뿐 한국정부 무관심에 "독지가 찾는게 낫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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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과 독일에서 한국학 강좌를 폐지하는 대학이
잇따라 ‘유럽발 한국학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상당수 유럽 대학은 재정난과 외부 기부금 감소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동아시아학 중 중국학·일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문적 기반이 취약한 한국학이 ‘구조조정’의 타깃이 되고 있다.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가 10여년 이상 전략적으로 미국 주요 대학의 한국학 육성을 지원해 왔지만, 중국·일본학을 따라잡기에는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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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수수방관=영국에서 지난 1년 새 더럼대와 뉴캐슬대의 한국학 강좌가 문을 닫아 한국학 개설 대학이 5곳에서 3곳으로 줄어들었다. 독일에서도 5년 전 훔볼트대에서 한국학 과정을 폐지한 것을 시작으로 재정난 등을 이유로 한국학 과정이 축소되고 있다. 독일 튀빙겐대는 지난해 한국학 담당 교수가 은퇴하면서 아직까지 후임 교수를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진 학자 육성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현지의 한국학 전문가들은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면 한국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고 토로한다. 국제교류재단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지원하는 소액의 지원금으로는 전임강사직 하나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 6월 한국학 강좌가 폐지된 뉴캐슬대의 이미예(46) 교수는 “한국학 강좌를 살리는 데 정부의 지원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며 “차라지 독지가를 찾는 것이 빠를 것”이라고 정부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2002년 더럼대에서 1년간 파견교수로 있었던 숙명여대 이은자 교수는 “지난해 더럼대에서 한국학과가 폐지될 당시 정부의 반응이 너무 소극적이었다”며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강좌를 계속 유지할수도 있었는데 너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유럽 한국학 암울한 미래=지난 7월 영국 세필드대에서 열린 유럽한국학회(AKSE)에는 23개 국에서 150여명의 한국학 관계자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외적인 분위기와 달리 각국의 한국학자들은 한국학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한국학은 여전히 중국학과 일본학의 그늘에 있으며, 교수 자격을 충족하는 인력도 부족합니다.”(폴란드 바르샤바대 한국학 담당 교수) “한국학 규모 감축이라는 위험에 직면했을 때 일본학 학자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 “베를린 대학은 7년째 한국학 정교수를 채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내년에는 함부르크대의 한국학 교수가 정년퇴임하기 때문에 앞으로 3∼4년이 독일 학국학의 고비가 될 것입니다.”(독일 훔볼트대) 최근 유럽의 대학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수강생 수가 적은 교과나 학과 등을 과감하게 폐지하고 있다. 당연히 자생력이 약한 한국학과와 한국어 강좌는 폐지 1순위다. 일본학과와 중국학과의 지원 없이 한국학의 ‘자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강좌개설 대학 수만 늘어=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 한국학 관련 강좌를 운영하는 대학은 131개(캐나다 10개 대학)에 이른다. 1990년대 초 20여곳이었던 시절에 비해서는 부쩍 성장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학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은 30곳뿐이고, 다른 대학들은 한국어를 단순히 외국어 선택과목의 하나로 취급하고 있다. 한국학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인 센터나 연구소가 설치된 대학은 하버드대 등 9곳에 불과하다. 자립적 연구 기반을 갖춘 대학들도 중국학, 일본학에 비해서는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모두 45명인데, 이 중 한국학 전공 교수는 3명뿐이다. 이에 비해 중국학과 일본학의 전공 교수는 각각 12명이다. 예일대 동아시아도서관의 엘린 하먼드 관장은 “정규 교수직이 설치되면 관심도 늘고 보다 많은 한국 관련 도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메릴랜드대와 시애틀 워싱턴대는 한국학 과정이 여러 번 폐강 위기에 빠졌으나, 한국인 동문회와 교민들의 후원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한파 육성은 요원=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아끼는 지한파나 친한파 육성은 멀기만 하다. 하버드대의 마이클 푸드 동아시아학과장은 “중국학은 이미 워싱턴에서 정치·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전문가들을 배출하고 있다”며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한국 전문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김자현 한국연구센터 소장은 “지식산업에서 영어는 만국 공통어와 같고 영어권 자료는 세계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기획취재팀 specials@segy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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