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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피플

환경특집-야생동물들 '비운의 로드킬'

[환경 특집|변화된 도시생태계]

야생동물들 ‘비운의 로드킬’
23개 고속도로에서만 하루 평균 2.4마리 희생 … 이동통로 절대 부족, 그나마 유명무실
정용미·녹색연합 백두대간 보전팀장/ 사진·이용욱
 

도로를 건너려다 차에 치여 죽은 청설모, 너구리, 멧토끼(왼쪽부터). 작은 야생동물들에게 넓은 도로는 잔인한‘환경’이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도로를 건설한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뻗은 도로는 인간의 이동과 물류 유통에 큰 도움을 주지만, 커다란 딜레마도 안기고 있다. 야생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road-kill)’이 바로 그것. 요즘 1시간 정도 차를 몰고 국도나 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곳곳에서 차에 희생된 야생동물들의 시체를 보게 된다.

한국도로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1998년 로드킬 조사가 처음 시행된 이후 올 6월까지 전국 23개 고속도로(총연장 2778km)에서 6388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됐다. 이는 월 평균 71마리, 하루 평균 2.4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당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실제 로드킬 규모는 한국도로공사의 통계보다 훨씬 크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는 ‘2004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지리산권 도로 123km를 조사한 결과 1년 동안 3000마리의 동물이 로드킬 됐다’고 밝혔다. 종류도 너구리, 고라니, 삵, 하늘다람쥐, 무산쇠족제비 등의 천연기념물부터 양서류, 파충류, 조류까지 참으로 다양했다.

도로 곳곳에 동물 시체 … 관계기관 엉성한 조사

대표적인 로드킬 구간은 88고속도로 남원-함양 사이의 42km 구간이다. 7월 한 달 동안 100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죽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동안 88고속도로에서 일어난 로드킬 건수는 무려 783건. 하지만 한국도로공사가 1998년 6월 말부터 올 6월 말까지 83개월간 조사한 88고속도로의 로드킬은 589곳에 불과했다.

왜 도로공사의 조사는 서울대 조사보다 결과가 빈약할까. 한국도로공사 환경관리팀은 “고객지원단 순찰원들이 도로나 시설물 상황을 점검하는 업무를 하며 야생동물 로드킬을 조사하고 있다”며 “야생동물 전문가도 아니고 너구리, 고라니 등 중대형 종이 아니면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차에 치이면서 시체가 심각하게 훼손돼 파악이 안 되는 것도 있어 도공의 로드킬 규모가 작다”고 밝혔다.

9월20일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국도 및 지방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은 동물은 631마리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조사도 405군데에서 발견된 동물 시체만을 집계한 것일 뿐이다. 9월30일 전주지방환경청이 2003년 3월부터 2년간 도내 도로에서 조사한 로드킬 실태도 429마리에 불과했다. 환경계획연구소가 8개월 동안 88고속도로에서 조사한 783건의 로드킬 규모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는 관계기관의 로드킬 조사가 아직은 엉성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전국 도로에서 발생하는 연간 로드킬은 수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