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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피플

환경특집-'생존 몸부림' 도심을 질주하다1

[환경 특집|변화된 도시생태계]

‘생존 몸부림’ 도심을 질주하다
멧돼지 잇단 출현 갈 곳 없는 동물 현주소 … 인간에 대한 생태계 파괴 마지막 경고
기획: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 글: 한상훈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관리팀 팀장
 

-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멧돼지들이 나타나고, 모기가 한겨울에 살인적인 공격을 하며, 바닷가 하늘은 까마귀와 철새들로 불길하게 뒤덮여 있다. 차에 치여 피를 흘리고 죽은 야생동물들의 시체는 점점 더 자주 인간을 불안하게 한다.
또한 도시의 밤을 지배하는 것은 고양이들이다. 도대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거대한 도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환경인식이 높아지고, 동물보호를 위해 노력한 결과일까. 아니면 빌딩 지하, 옹색한 도심의 녹지, 조용한 정화조와 인간이 만든 간척지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인간이 선의로 만든 각종 법안과 동물 이동통로는 자연과 동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갈라파고스에서 ‘자연선택’이라는 동물 진화의 메커니즘을 확인한 찰스 다윈이 살아 있다면 서울이라는 인공의 ‘섬’을 새로운 진화의 표본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도심에서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의 처절한 생존방식을 알아보았다.<편집자 주> -

서식지가 줄어들어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멧돼지가 소동 끝에 사살됐다

최근 인구 1000만명이 넘게 모여 사는 거대 도시 서울에 멧돼지의 출현 소식이 심심찮게 전해온다. 올해만 벌써 네 번이나 나타났으며, 수도권 구리에서도, 대전광역시에서도 멧돼지의 출현으로 소란이 있었다. 멧돼지를 사나운 맹수로 보는 오해와 더불어 멧돼지의 수가 증가하면서 먹이가 부족해 도심에까지 출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호랑이나 표범 등의 상위 포식동물이 사라졌기 때문에’라고 분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멧돼지는 1970년 수렵이 다시 허용된 이후 유해조수와 수렵대상 동물로 지정돼 전국적으로 매년 수천 마리가 포획돼왔다. 다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경기 일원은 총기 사용이 금지돼 있어 사실상 유해조수 구제와 수렵이 금지돼왔다. 다산동물인 멧돼지의 수가 30년 이상 증가해왔다면 서울을 위시한 경기 일원의 도심지에 예전부터 멧돼지가 출현해왔어야 하는데 왜 지금 갑자기 늘어난 걸까. 당연히 의문이 든다.

오늘날 멧돼지의 서식환경이 과거에 비해 더 좋아졌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계속되는 도로 건설에 의해 서식지는 조각조각 나뉘는 분단화가 심화되고, 서식지의 규모 또한 신도시 개발 등으로 감소돼왔다. 과도한 개발의 폐해를 막기 위해 일부 도심 외곽지대를 그린벨트로 지정해 그나마 완충지대와 생태축으로서 멧돼지들을 위시한 야생동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유지해왔으나, 이젠 그린벨트도 개발의 바람 앞에 마지막 안전지대로서의 구실을 상실했다. 더 이상 갈 곳 없는 동물들이 길을 잃고 도심에까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이 땅에 사는 야생동물의 현주소인 것이다.

과도한 개발, 동물 서식환경 갈수록 열악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안전한 서식공간과 충분한 먹이 공급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멸종을 면하기 위해서 유전적으로 건강하고, 적정한 개체군이 유지돼야 한다.

자연계에서 생태계의 유형은 다양하다. 산림, 하천, 산지, 극지, 열대, 사막, 해양 등. 이러한 생태계는 모두 지구가 수십억년에 걸쳐 만들어놓은 자연생태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