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가면 언제 올까.” 군 복무를 마친 사람들이면
누구나 기억하는 말처럼 강원도 인제는 지역 전체 인구와 지역 내 장병 수가 비슷한 이색적인 지역이다. 하지만 산간오지인 이곳이 지금은 전국
최고의 레포츠 체험관광지로 변모, 사계절 관광객이 찾아들고 있다. 전체 면적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산림과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으로 각종 개발이
제한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연환경이 보호됐던 이곳이 이제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레포츠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환고향과 귀농을 하는 사람이
생겨 그동안 줄기만 하던 인구가 2004년부터 늘어나기 시작, 실의에 빠져 있던 주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만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도 속속 개선되고 있어 인제 지역은 2006년 말 44번 국도의 4차선 확·포장 공사가 마무리될 경우 수도권에서
1시간40분이면 접근이 가능하다. 또 동서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서울과의 거리가 92㎞로 단축돼 인제는 더 이상 감자와 옥수수로 대표되는 산골로
방치되지 않을 전망이다.
◆모험 관광지로 지역경제 회생=31일 오후 찾아간 인제군 곳곳에는 ‘모험 관광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관광객을 맞고 있었다. 인제군을
관통하고 있는 44번 국도 바로 옆에 위치한 합강정공원의 번지점프대에서는 늦은 휴가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국내 최고 높이인 63m에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여름 휴가철에는 하루 종일 번지점프를 하려는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막바지 휴가를 왔다는 관광객 김명한(41)씨는 “파란 내린천을 보고 뛰어내리는 순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달아나는 느낌을 받았다”며 “계곡이 깊고 공기가 좋아 매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제 지역에는 6∼20㎞ 길이의 다양한 래프팅 코스가 개발돼 있어 매년 이곳을 찾는 단골 관광객들이 증가하고 있다. 경치가
좋기로 이름난 내린천의 급류에서 펼쳐지는 래프팅은 모험 관광의 대표적인 레포츠로 자리 잡았다.
군은 내린천 일대를 전국적인 래프팅 명소로 만들기 위해 1998년부터 2000년까지 4억4500만원을 들여 래프팅 승·하선장 5개소와 전용
샤워장 2동을 신축하는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또 내린천의 하폭과 길이를 고려, 보트 등록대수를 300대 이하로 제한하는 보트총량제를 마련해 운영했지만 관광객 증가로 상남면 미사리에서
기린면 용포교까지 기존 코스 이외에 별도의 2∼5인 전용 래프팅 코스를 개발해 이용객을 분산시키고 있다.
또 산악자전거 동호인이 증가하자 인제읍 원대리 응봉산에 난이도별로 6개 코스 46.7㎞의 산악자전거 코스를 마련, 모험 관광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산악자전거 코스는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도를 최대한 활용했으며 울창한 소나무 숲을 달릴 수 있는 코스로 동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석산과 대통령 테마공원 개발=군은 특히 모험 관광지의 마무리 개발을 위해 인제읍 덕적리 일대에 추진 중인 한석산 종합개발에 온 행정력을
쏟고 있다.
이 사업은 203만평의 부지에 민자를 유치해 스키장과 골프장, 영상단지, 산악 동물원과 식물원 등이 들어서는 종합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군은 이를 위해 재정경제부에 이 일대를 모험 레포츠 특구로 지정해 줄 것을 신청해 놓고 있으며 올해 내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 밖에 군은 북면 용대리 2만1000여평의 부지에 사업비 50억원을 들여 전시관과 공원 등이 들어서는 대통령 테마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인제군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9명 가운데 5명이 이 지역과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어 이 공원을 조성할 경우 지역 명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50년대 초 3군단 포병여단장과 사단장으로 이곳과 인연을 맺었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은 80년대 말 백담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육군 을지부대의 소대장으로 근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61년 이곳에서 민의원에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으며, 노무현 현 대통령도 육군 을지부대에서 사병생활을 했다.
이에 따라 군은 지난 6월부터 역대 대통령들이 인제에 거주할 당시의 사진자료와 편지, 기념품 및 생활용품 등을 수집하고 있으며 9월 말쯤
대통령 물품 기증식을 열기로 했다.
대통령 테마공원은 2006년 하반기에 착공, 다음해 말 완공될 계획이다.
◆관광 인프라 구축 시급=군이 모험 관광지를 지역 발전의 테마로 삼아 전국의 관광객들을 유치한 결과 이곳은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매년 600여명씩의 인구가 줄어들었지만 지난해는 400여명이 오히려 늘었으며 인구증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군은 모험 관광지를 찾았던 관광객들이 이곳의 자연조건에 반해 이주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인제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 이곳이 동해안과 설악권으로 빠지는 경유지가 되면서 늘어나는 관광객 수에
비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래프팅 등 모험관광을 마친 뒤 호텔 등이 부족하자 설악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이 문제는 한석산 개발이 완료되어야만 풀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제=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
"줄기만 하던 인구늘어 정말 일할 맛 납니다”
김장준 군수 인터뷰
“전국에서 가장 낙후지역으로 알려진 인제군을 전국 최고의 모험 관광지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김장준(59·사진) 강원도 인제군수는 “주5일 근무제를 맞아 전국에서 래프팅과 번지점프 등 모험 관광을 즐기기 위해 인제를 찾는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어 앞으로 이곳을 휴양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인제군은 모험 관광지로 소문이 나면서 인구가 더 이상 감소하지 않고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처음으로 줄기만 했던 인구가
증가 추세로 돌아선 이후 올해도 계속해서 인구유입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미뤄 이제 인제의 진면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자랑했다.
|
|
김 군수의 집무실에는 래프팅과 산악자전거, 번지점프를 하는 관광객들의 사진이 걸려 있으며, 민원인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는 군이 역점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한석산개발사업의 조감도가 놓여 있다.
그는 한석산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그동안 250여차례나 서울 출장을 다녀와 민자 사업을 맡고 있는 회사 간부들이 군수의 열의에 혀를
내둘렀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열성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군수는 집무실을 방문하는 민원인들에게 모험 관광지의 소개는 물론 ‘돈버는 관광’, ‘잘파는 농업’, ‘포근한 복지’, ‘모시는
행정’이라는 군정방침을 소개하며 인제군의 나아갈 방향을 알리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동서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인제는 서울에서 1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하게 된다”고 말한 김 군수는 “사계절 모험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각종 체험시설이 갖춰진 데다 겨울철에는 빙어축제를 통해 이색 경험을 할 수 있어 이 지역이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제군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김 군수는 “모험 관광지 개발과 함께 인구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농업인들과 힘을 합쳐 수출농업 등 특화된
품목을 생산할 경우 전국에서 주목받는 인제군이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제=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