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를 어느 정도하고 나면 코라(탑돌이처럼 성지를 도는 것)를 하게 된다.
코라는 조캉사원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도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서있으면
인파에 밀려 저절로 돌 정도다.
한 바퀴 돌면 사소한 죄가, 세 바퀴 돌면 이번 생의 업 (業 )이 소멸된다고 한다.
이생에서의 죄업을 정화한 다음에 깨끗해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조캉사원으로 돌아와
오체투지를 하려는 것이다.
탐험대원들도 서로의 죄가 없어지길 기대하며 티베트 사람과 함께 코라를 돌아 본다.
바코르 광장 좌우로는 규격화된 노점상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마니차와 경전 등
불교용품과 티베트 사람의 전통옷,악세서리,보석, 그리고 청바지 등 없는 것이 없다.
티베트 사람은 죄업을 씻기 위해 돌고 관광객은 도대체 뭘 사야 좋을지 몰라 흥정하느라 돌고.
바코르 순례길은 그렇게 야단법석이다.
그 중 눈에 띠는 오체투지자가 있다. 늦가을 날씨에도 반소매 차림으로 오체투지를 하는
소년은 어제 조캉사원 대법당 앞에서 한줌의 돈을 세던 그 친구였다.
하긴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저마다의 사연이 다를 터였다.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흔쾌히 응해 준다.
라싸에 온지 벌써 8년이 됐다는 짜시쯔던은 열여섯살의 소년이었다.
“조캉사원에 참배하러 왔던 가족이 자동차 사고를 당해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지금까지
병원에 입원해있다”고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매일 조캉사원을 돌며 관광객이나 신자들이 시주하는 돈으로
아버지 병원비뿐 아니라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고 했다.
어제부터 내내 가지고 있었던 ‘오체투지를 하며 돈벌이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선입견이 부끄러워 기념사진을 찍었다. 짜시쯔던의 이마 가운데 생긴 굳은 살에서
새삼 그의 신심을 느껴본다. 아버지 병원비에 보태라는 심정으로 약간의 돈을 시주했더니
조금은 주춤하더니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준다. 몇 번이고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나눈 소년은
다시 시끌벅적한 바코르 광장으로 오체투지를 하며 사라진다.
예의 바코르의 여기저기에서도 애벌레처럼 연신 오체투지를 하며 아름다운 윤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느것 하나 똑같은 이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각양각색이지만 오직 하나,
부처를 향한 신심만큼은 어느 티베트 사람이든 모두 똑같아 보였다.
어느 시간 어느 공간에서도 부처를 향한 불심이 함께하고, ‘옴마니반메훔’속에
나의 건강과 가족의 건강과 이웃의 사랑과 세상에 널리 불법이 퍼져 평온하기를 바라는
그들의 순박하고 순수한 열정이 마음을 울리는 곳. 그것이 티베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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