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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교수의 TV워치]TV는 연예인 공화국

분야 : 문화/생활   2006.6.14(수) 03:08 편집

[김우룡 교수의 TV워치]TV는 연예인 공화국


TV의 지나친 스타 시스템이 식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아나운서의 연예인화는 이미 옛 이야기다. 놀이 프로그램에 나온 아나운서가 다음 날 아침에는 뉴스 진행을 맡는다. 뉴스의 권위가 손상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신력도 떨어지게 된다. 재미를 추구하는 프로그램과 진실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은 본질적으로 다른 탓이다. 게다가 아나운서는 표준어를 구사해 국민 언어를 순화시키는 언어운사(言語運士)이기 때문에 연예인과는 구별돼야 한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 기준에 따르면 TV 프로그램은 크게 둘로 나뉜다. 가벼운(light) 프로와 진지한(serious) 프로그램이다. 대체로 가벼운 프로에 나오는 이들이 연예인이고 진지한 프로에 나오는 사람들이 저널리스트이다. KBS1의 ‘역사스페셜’이나 ‘TV 책을 말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은 진지한 프로에 속한다. 흔히 프리랜서 자격으로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취재를 맡아 소개하는 이들을 ‘리포터’라고 하는데 이는 뉴스를 담당하는 ‘기자’와 구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왜 이 기본적인 룰조차 깨지고 있을까. 시청률 지상주의 때문이다. 스타 시스템 때문이다. 스타 시스템이란 원래 영화용어로서 작품성보다는 지명도가 높은 슈퍼스타를 기용해 그 인기에 편승해서 관객을 모으려는 전략을 말한다. 지금 TV가 ‘연예인 공화국’이 된 것 역시 천박한 상업주의의 산물일 것이다.

무슨 독점 카르텔을 형성한 듯이 방송 3사의 TV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일부 개그맨 가수 탤런트 아나운서들이 독점하고 있다. 여기에 ‘역사스페셜’과 같은 진지한 프로그램조차 연예인의 차지가 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사정보, 정치경제, 역사 프로그램을 왜 연예인이 진행해야 하는가.

정연주 KBS 사장은 취임 이전인 1999년에 쓴 ‘KBS, 죽어야 산다’는 칼럼에서 “KBS의 또 다른 문제는 피투성이의 시청률 경쟁을 주도하는 약탈적 형태”라고 비판한 바 있다. KBS는 상업성을 죽이고 시청률 조사라는 허망한 종잇조각도 버리고 공영 언론의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스스로 주장했는데, 정 사장의 KBS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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