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승보의 미술관기행 ] 팔라조 그라시 미술관; 소장품 한점 없는 현대미술 메카 ( 이태리 베니스 ) 전승보 |
대규모 기획전에 세계가 주목 베니스에서 곤돌라를 타고 대운하를 가로지르다 보면 물위에 뜬 미술관 팔라조 그라시를 만나게 된다. 유명한 이탈리아 자동차 메이커인 피아트에서 운영하는 이 미술관은 기업의 예술 지원에 대한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팔라조 그라시는 원래 귀족 그라시 가문의 궁전으로 당대의 거장 조르지오 마사나의 설계로 20년간의 공사를 거쳐 1758년 완공된 건물이다. 1984년 폐허화된 궁전을 피아트가 인수, 건축가인 가에 아우렌티가 미술관으로 개조했다. 1천5백만달러를 들여 복구한 미술관은 피아트의 기업 홍보와는 별개로 운영돼, 순수한 지원이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팔라조 그라시에는 영구 소장품이 단 한점도 없다. --------------------------------------------------------------------------------------------------- 팔라조 그라시는 소장품 전시나 현역작가 전시를 열지 않음으로써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 20세기초 이후 근현대 미술품을 제대로
수집하지 못한 이탈리아에서는 현대 미술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팔라조 그라시는 만약 지금 작품을 수집한다면 막대한 비용도 문제지만, 산적한 현대
미술품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보여주는 일이 뒤로 미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관전도 20세기 현대 미술의 장을 연 이탈리아 작가들의「미래파」
전을 열었다. 20세기초 세계미술에 영향을 준 이탈리아를 조명한 셈이다. 국가 이미지가 곧 상품 이미지가 된다는 것과 함께 고급문화의 이미지가
국가와 기업, 그리고 국가간의 경쟁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극소수의 인력과 소장품 한점 없는 미술관으로 이를 이루어낸 것은 소장품 구입을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미술관의 기능에 중점을 둔 피아트 문화재단 사람들의 안목에 힘입은 것이었다. 미술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존작가들의 전시를 피함으로써 객관적인 미술사적 평가에 접근하는 자세 또한 팔라조 그라시가 현대미술의 메카로 불리는 데 일조했다. 이탈리아의 옛 영화를 복구시키고자 하는 기업의 문화사업 현장인 팔라조 그라시. 가장 힘들게 가는 길이 가장 영화로운 길이라는 신념 아래 조건없는 미술관 운영으로 세계 유수의 미술관으로 자리잡은 팔라조 그라시는 피아트 그룹의 또다른 얼굴이다. --------------------------------------------------------------------------------------------------- |
'♣Ita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럽/이태리] 물의 도시,베니스 (0) | 2006.05.15 |
---|---|
[유럽/이태리] 티볼리와 빌라 에스데 (0) | 2006.05.15 |
베네치아 여행을 100배 즐기는 법 ( 이태리 ) (0) | 2006.05.15 |
르네상스의 넋, 피렌체 ( 이태리 ) (0) | 2006.05.15 |
이태리야, 너는 뭐 먹고 사니 ( 이태리 ) (0) | 2006.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