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의 잔재미들 ] 배낭 여행객의 추억이 서려있는 케밥 ( 터키 ) 정번식 |
유럽을 배낭여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케밥(kebab)이라는 이름의 먹거리는 매우 친숙할 것이다. 파리, 런던, 프랑크프르트 등 유럽의 대도시에서 양고기나 쇠고기를 얇게 저밀어 쌓은 후 가스 브로일러에 돌려가면서 굽는 케밥 전문점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대개의 케밥 가게들은 터키나 이슬람 계통의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 많고 드물게 백인들이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인 인상은 회교권 문화의 전통음식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브로일러에 빙빙 돌려가면서 굽는 고기를 긴 칼로 썰어 우리네 쓰레받기와 유사한 모양의 그릇에 받아내어 빵 사이에 끼우고 토마토, 양배추, 마늘 등의 야채와 함께 소스를 뿌려 준다. 케밥의 매력은 부담없는 가격과 우리네 입맛에 잘 맞는 매콤한 양념맛이다. 하루 한끼 식사로 햄버거, 샌드위치 등 간이식에 의존해야 하는 배낭여행객에게 케밥은 햄버거 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동물성 지방의 두텁고 기름진 맛을 산뜻한 야채와 소스 맛을 즐길 수 있으니 케밥은 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배낭객들에게는 매우 반갑고 친숙한 먹거리임에 틀림없다. 구이라는 뜻의 케밥은 터키의 전통요리에에서 비롯되었다. 기다란 쇠꼬챙이에 양고기나 쇠고기 닭고기를 꿰어서 숯불에 돌려 굽다가 익은 부위를 기다란 칼로 잘라내어 토마토, 양배추 등 채소와 함께 밀가루 전병인 페데에 싸먹는 되네르 케밥(Doener Kebab)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케밥의 원형이다. 이밖에도 되네르 케밥에 요구르트와 토마토 소스를 첨가한 이쉬켄데르 케밥(Ishkender Kebab), 양고기 또는 소고기 등을 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운 쉬쉬 케밥(Shish Kebab)등이 있다. 케밥은 코가 한치만 낮았어도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얘기되곤 하는 클레오파트라와 세기의 사랑을 했던 안토니우스 시저 두 사람을 위해 터키남부에서 만들어진 음식이라 전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움푹 패인 돌에 고기를 매달고 돌려 숯불에 익혀 먹었던 케밥은 채소와 고기를 꼬치에 끼운 산적의 일종으로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캐밥은 재료도 어떤 것이나 잘 어울리는 요리로 여러 가지 술에 모두 잘 어울리는 안주이다. 조개의 패주를 준비하여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 후에 양송이, 베이컨 등도 함께 꼬치에 끼워주면 근사한 요리가 된다. 피망과 파인애플 등의 야채도 함께 덧 끼워 주면 깔끔한 뒷맛도 느낄 수 있다. 케밥은 터키의 어디를 가건 즐기는 음식이지만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케밥의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큰 고기를 봉에 끼워 굽는 쉬쉬 케밥, 아다나 케밥, 파드리잔 케밥 등등 그 종류가 무려 200~300가지에 이른다. 유럽의 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간이식 케밥은 수 백 가지 케밥 중 하나일 뿐이다. 케밥이 유럽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대중적인 먹거리로 정착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6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을 구가하던 독일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이러한 노동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하여 당시 서독은 터키인들의 이민을 대폭 받아들이게 된다. 이 시기 약 200만 명 이상의 터키인들이 서독으로 이주하게 된다. 우리의 서독광부와 간호사 파견도 이 시기와 일치한다. 서독으로 이주한 터키인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전통음식인 케밥을 유럽에 전파하였고 다양한 형태의 케밥 종류 중 하나인 도너케밥이 하나 둘씩 유럽의 대도시로 퍼져나가 대중적 사랑을 획득한 것이다. 케밥이 우리네 입맛에 특히 잘 맞는 이유는 고기를 굽는 방식과 함께 먹는 야채와 양념에 있다. 고기는 주로 양고기와 소고기를 사용하는데 양고기는 강한 누린내 때문에 우리가 즐겨하는 고기가 아니지만 향신료를 사용하여 양념에 재운 다음 칸칸이 쌓아서 조리하기 때문에 양고기라는 선입견만 없으면 부드러운 육질에 맛을 즐길 수 있다. 고기를 굽는 방식은 측면에서 화기가 전해지는 가스 브로일러에서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굽는다. 이 과정에서 고기의 냄새와 느끼한 맛의 주범인 동물성 지방이 쏙 빠지고, 알맞게 구워진 부분만을 칼로 저밀어서 제공한다. 켜켜이 쌓여진 고기를 아래서 위로 자르기 때문에 실제 잘려진 모양은 가늘고 긴 형태가 된다. 아무리 질긴 고기일 지라도 이 정도면 부드러울 수 밖에 없다. 또한 고기와 함께 넣어주는 야채와 양념이 케밥의 맛을 더욱 살려준다. 소스는 여러가지를 선택할 수 있지만 매운 양념을 요구하면 실패의 확률이 낮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생마늘 저민 것을 넣어주는 집들도 많다. 6월을 지나 7월로 접어들면 유럽의 대도시들은 배낭객들에게 점령당한 느낌이다. 배낭을 등에 메고 한 손에는 지도를 거머쥔 젊은이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면서 여름의 낭만을 더해 준다. 사실 배낭여행은 그 이름만으로는 매우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실제 여행을 하다보면 피곤하고 배고픈 나날들의 연속일 경우가 많다. 제한된 예산에 볼 것도 많고 들릴 곳도 많은 유럽에서 긴축할 수 있는 부분은 잠자리와 먹거리뿐이다. 자연 먹는 곳에 소요되는 예산을 최소화하다 보면 저렴한 가격에 한계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먹거리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적과 인종을 초월하여 배낭객들에게 가장 친숙한 식사는 케밥이 아닌가 싶다. 어떤 사람은 맥도날드나 버거킹과 같은 햄버거를 가장 대중적인 식사로 얘기하지만 유럽에서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케첩 한 봉지도 따로 돈을 받고 크기 모양 조립법이 규격화된 햄버거보다는 주인의 넉넉한 인심이 묻어나는 케밥은 확실히 반가운 식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예전의 파리는 프랑스 요리의 화려함과 자존심으로 그 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허영심을 자극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파리 사람들마저 손쉽고 간편한 음식에 길들여져 가고 있다. 거리 곳곳에는 미국 문화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맥도날드 햄버거의 'M'자(字) 로고가 늘어가고 있고 햄버거 매장 안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세계 각국의 음식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라틴 거리의 먹자 골목을 가도 이런 인스턴트화된 음식점을 찾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격식 있는 레스토랑 보다는 브로일러에서 베어 낸 고기를 밀가루 전병에 싸서 파는 케밥 집 테이크 아웃 코너에 사람들이 몰려 있고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지금의 파리는 이전에 추구했던 멋과 품위보다는 실용적인 생활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특히 먹거리의 유행 패턴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인상은 변화하는 파리 사람들을 아주 가까이서 확인 할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이 배낭 여행을 떠난다면, 그것도 유럽 배낭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이면서 유럽의 관문이 되고 있는 파리에 들르게 된다면 노틀담
사원 부근에 있는 라틴 거리를 한 번 가 보라. 유독 캐밥 전문점이 눈에 자주 뜨일 것이고 그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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