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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상하이를 가다 6

상하이를 가다 6

 

위위안으로 들어가는 시창거리.

 

거듭난 명청시대의 정원, 위위안


상하이는 명청시대의 고건축과 1900년대 초반 개항시대의 유럽식 건물과 현대의 첨단 마천루가 공존하는 말 그대로 과거와 근대, 현대가 조화롭게 어울린 도시라 할 수 있다. 근대의 유럽풍 건물이 즐비한 와이탄 풍경과 푸동지구의 현대식 마천루는 황푸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고, 명청시대의 대표적인 정원으로 손꼽히는 위위안(예원) 또한 와이탄과 황푸 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해 있어 관광객 입장에서는 이 서로 다른 풍경과 매력을 근거리에서 모두 돌아볼 수가 있다. 특히 위위안은 상하이에서는 주저없이 으뜸으로 꼽는 볼거리이자 대표적인 관광명소이다.

위위안의 고건축 단지. 이 안으로 들어가야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위위안 정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위위안 시창거리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인사동 거리처럼 전통 상품과 전통 먹거리 등을 주로 팔고 있는 이 거리 또한 볼거리가 넘쳐난다. 이 시창거리가 끝나는 지점에 웅장하고 화려한 위위안 고건축 단지가 위용을 드러낸다. 4층으로 지어진 비교적 최근 건물인, 기와지붕의 힘찬 곡선이 하늘을 찌르는 건축 단지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비로소 옛빛이 그득한 건물들이 연못을 중심으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하나같이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이다. 물론 이 건물들이 모두 명청시대의 건물은 아니다. 거의 대부분은 현대에 와서 복원했거나 새로 지은 건물들이다.

 

위위안은 정원 안쪽과 바깥이 담장으로 구분돼 있다. 정원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정원 바깥은 연못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데, 대부분의 구경꾼들은 이 연못을 중심으로 몰려 다닌다. 또한 연못에는 지그재그로 다리를 놓아 물을 건너도록 해놓았고, 이 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념사진을 찍는 장소로 각광을 받는다. 주말이면 위위안은 말 그대로 발을 들여놓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상하이 사람들에게도 이곳은 가장 즐겨 찾는 나들이 코스인 것이다.

 

  정원으로 가는 길.

 

그런 만큼 위위안 주변은 먹거리의 천국, 음식 백화점으로 통하기도 한다. 연못을 둘러싼 상당수의 중식 건물 중 대부분이 식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찾아들어간 한 식당은 원하는 메뉴를 골라 담는 뷔페식이었는데, 딤섬의 종류가 너무 많아 현지인이 가장 빈번하게 집어가는 메뉴를 골라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을 먹고는 느끼해 죽는줄 알았다. 이들 딤섬과 만두의 상당수는 내용물이 다진 고기로 채워져 있어 그것을 먹을 때는 느끼함을 각오해야 한다. 또한 고기와 생선요리 또한 실로 다양하지만, 웬만한 건 기름에 튀겨내고 볶아낸 요리여서 느끼하지 않은 요리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식당 앞에서 피리를 불며 호객을 하고 있다.

위위안 연못 다리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조선족 모녀.

 

테이크아웃용이나 마찬가지인 어떤 만두는 만두피에 빨대를 꽂아 고기국물을 빨아먹고, 나머지는 우적우적 씹어먹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이것을 상하이에서는 ‘바오쯔’라 하는데, 소는 게살과 돼지고기로 만들었다. 상하이에서 워낙에 유명한 만두라 외국 관광객들도 한번쯤 맛보곤 하지만, 그 육수의 느끼함은 말 안해도 알 것이다. 상하이 요리는 ‘상차이’라 불리며 북경식, 사천식, 광동식 요리와 더불어 중국의 대표요리로 통하고, 많은 사람들이 감탄한다고 하는데, 내게는 뭐 그리 인상적인 요리가 없었다. 위위안에서는 '남상소농만두점‘이 유명하다.

 

상하이의 대표 먹거리 바오쯔. 게살과 돼지고기로 소를 넣었다.

 

본래 위위안은 중국에서도 알아주는 명원으로 통했다. 처음 정원이 생긴 것은 명나라 때인데, 당시에도 담장을 용으로 장식해 이곳이 단순한 정원이 아님을 과시했다고 한다. 원래 용장식은 황제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으나, 정원을 지은 ‘반윤단’이란 인물은 용의 발톱을 3개만 넣어 황실의 정치적 의심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청 시대에 이르러 이 곳은 태평천국의 난이 일어나면서 반란군의 본거지 노릇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위위안 또한 본모습을 대부분 잃고 만다. 지금의 위위안은 무너지고 파괴된 옛모습을 복원한 것이니, 복원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왜곡이 있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제껏 위위안은 상하이의 심장부에서 상하이를 숨쉬게 하는 허파 노릇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위위안은 명청시대의 전통정원이지만, 1950년대 복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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