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FILM2.0 2005. 09. 06
최근 공중파 방송 3사가 충무로 제작사와 적극적으로 영화를 공동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케이블 채널도
TV 영화의 가능성을 확대시키고 있다. 한 단계 도약하기 시작한 방송계와 영화계의 새로운 움직임을 진단한다.
여의도와
충무로, 제2라운드
영화계에
손 뻗는 방송사
2005.09.06 / 한선희
기자
지난 8월
23일 영화진흥위원회과 KBS가 함께 진행하는 ‘2005년도 방송(HD)영화제작지원’ 심사 결과가 발표됐다. 올해로 2년째를 맞이하는 이 사업은
HD라는 새로운 매체를 맞이해 방송계와 영화계가 공동으로 작품 제작을 지원하고 한국영화의 상영 창구를 확대하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지난해
선정작은 <비단구두 사가지고>(여균동 감독, 오리영화사) <모두들, 괜찮아요?>(남선호 감독, 마술피리) <밤의
유랑극단>(전계수 감독, 블룸인시네마) <피아노 포르테>(김의수 PD, KBS) 등 총 네 편. 이 영화들은 현재 제작이
완료됐거나 한창 촬영 중이거나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영진위와 KBS는 상당히 의욕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흥행성이 투자 제작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잣대가 되어가고 있는 최근 한국영화 시장에서 ‘문화의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사업 공고가 나간 뒤 총 36편의 시나리오가 접수됐으며, 그 가운데 5편이 최종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마이
제너레이션>에 이어 다시 한번 사랑스러운 청춘들의 꿈과 방황을 다루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노동석 감독, 청년필름),
무책임한 아버지와 집안을 드나드는 여자들 사이에서 열 살 소년의 시선으로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그리는 <즐거운 우리 집>(김진성
감독, 에그필름), 실제 배우인 이대근을 주인공으로 아내의 제삿날에 모여든 무관심한 자녀들의 헛소동과 가족의 숨겨진 비밀을 다룬 <이대근,
이 댁은>(심광진 감독, 영화사 윤앤준) 등은 특히 눈에 띄는 작품. 파리에서 유학 중인 29세의 여성이 옛 연인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돌아온 뒤 겪는 사랑과 추억의 스펙트럼을 그린 멜로드라마 <여름이 가기 전에>(성지혜 감독, 엠엔에프씨), 그리고 연예계 스타가 된
천사와 그를 보호하는 어느 교사의 판타스틱한 이야기를 통해 한국 방송계를 풍자하는 <자각몽>(김영조 PD, KBS)도 독창적인
이야기와 시나리오로 호평을 받았다. 올해의 심사 결과에 대해 영진위와 KBS 측은 모두 만족하는 표정이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KBS 이관형
PD는 “접수된 시나리오들이 지난해 보다 훨씬 TV 방영용으로도 적합하고, 적은 예산 범위 내에서도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작품이었다”면서,
“가족이 다함께 볼 수 있는 정서를 인간의 보편적인 소재에 담아내면서도 영화적인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핵심은 콘텐츠 생산력과 제작 노하우
충무로와 접촉한 건 비단 KBS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MBC와 SBS 등 공중파 방송 3사가 모두 영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물론 여의도 방송사가 충무로 한국영화에 일정 제작비를 투자한 지는 꽤 되었다. 하지만 요즘 방송국의 영화계 진출은 보다
적극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단순한 투자를 넘어서 공동 제작을 시도하거나, 독자적인 제작 프로젝트를 개발하기도 한다. 역량 있는 제작사의 저예산
HD영화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함께 제작함으로써 영화 제작 노하우를 쌓으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충무로 인력을 포섭해 독자적인 필름
영화 프로젝트를 준비하기도 한다. 케이블 및 위성 채널 확대와 디지털 TV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다양한 콘텐츠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공중파 3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영화계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곳은 MBC다. MBC는 계열사인 MBC 프로덕션 안에
영화기획부를 따로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이미 꽤 많은 한국영화에 투자해 왔다. 최근에만 해도 <주먹이 운다> <잠복근무>
<빈 집>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새드무비> 등에 모두 MBC 자본이 투입됐다. 뿐만 아니라
MBC프로덕션은 이미 한 발 앞서 한국영화를 직접 제작해 왔다. 1997년 ‘스타 프로듀서’인 황인뢰 감독이 연출한 <꽃을 든
남자>를 내놓았으며, 2002년에는 박상면과 소지섭 주연의 <도둑 맞곤 못 살아>에 전액 투자하고 단독 제작했다. 그러나 이 두
영화는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그다지 만족스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MBC프로덕션 영화기획부 김정호 부장은 “두 영화의 제작 프로세스를
돌이켜보면 MBC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진행했는데, 그건 요즘 영화 제작의 패러다임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면서, “어떤 일이든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라 시작 단계부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는 힘든 것 같고, 과거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내부 분석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MBC프로덕션의 새로운 영화 사업 진출 모델은 HD영화 공동 제작이다. MBC 프로덕션은 지난해 싸이더스 F&H를 파트너로
택해 HD영화 프로젝트 두 편을 함께 개발해 왔다. 싸이더스 F&H가 한 편을, MBC가 다른 한 편을 주도적으로 제작 진행하며,
MBC와 MBC프로덕션이 현금과 현물과 인력을 합해 10억 원 내외의 제작비를 투자하고 싸이더스 F&H가 마케팅 비용을 책임지는 식이다.
싸이더스F&H의 <달콤 살벌한 연인>과 MBC의 <가화만사성>(가제)이 바로 그 작품. <가화만사성>은
시나리오와 연출자 모두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달콤 살벌한 연인>은 8월 29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재밌는
영화> 시나리오를 썼으며 단편 <너무 많이 본 사나이>를 연출한 손재곤 감독이 연출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주인공은 사랑을
유치하게 생각해 한 번도 연애를 안 해본 서른 살 노총각. 그가 우연히 아파트에 이사온 여성과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 여성의 비밀스런
정체가 드러나면서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달콤 살벌한 연인>의 윤석준 PD는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가 혼성적으로
버무려져 있지만, 슬랩스틱이나 시추에이션 코미디보다는 우디 앨런 식의 재기 넘치는 대사를 이용한 고급스러운 코미디로 끌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영화는 MBC가 보유하고 있는 HD 관련 촬영 및 후반작업 장비와 시설을 사용할 예정이며, MBC 내에서 HD 촬영에 정통한 실력파로
알려진 하재영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는다. 윤석준 PD는 “HD영화도 단순히 저예산 예술영화가 아니라 충분히 좋은 흥행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MBC 프로덕션 역시 상업적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HD영화 공동 제작이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최소한의 수익을 맞춰야 생명력을 가지고 지속할 수 있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제작에 나서는 이들은 좀 더 거시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김정호 부장은 “방송사는 단순히 어떤 콘텐츠를 송출 편성하는 기능만 있는 게 아니며, 다큐멘터리든 드라마든 영화든 생산력을
쌓아가는 게 핵심”이라고 말한다. 김 부장은 “MBC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라이브러리에 비하면 공동 제작 영화는 사막의 모래”라면서, “영화
생산력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MBC의 영화 인프라를 결집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프로덕션이 소설 <오래된
정원>의 판권을 구매하고 임상수 감독에게 연출을 맡긴 것도 제작 노하우를 생산력으로 연결시키기 위함이다. MBC는 <오래된
정원>도 올해 안으로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한국영화 TV 방영권 확보가 우선
SBS에서 영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 역시 SBS프로덕션이다. 이 곳은 원래 <모래시계>
<야인시대> 등 SBS에 방영되는 드라마를 제작하거나, TV 방영 영화의 판권을 구매하는 사업을 해왔다. 한데 최근 TV 방영 영화의
판도가 바뀌면서 한국영화에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말은 물론이고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도 TV 영화는
외화가 대세였다. 판권료 역시 한국영화보다는 외화가 훨씬 비쌌다. 그러나 지난 1~2년 사이 사정이 달라졌다. 외화보다 한국영화 시청률이 한결
높으며 광고도 더 많이 붙는다. 지난 설 연휴 때만 해도 영화 프로그램 시청률 10위권 안에 외화는 단 두 편뿐이었으며 나머지는 한국영화로
채워졌다. 그러다 보니 한국영화 판권 구매를 두고 방송사들이 경쟁을 벌이게 됐다. SBS 프로덕션은 한국영화에 투자함으로써 방송 판권 우선
협상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영화 투자 및 구매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은향 차장은 “한 편의 영화에 대해
방송 3사가 비슷한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 일부 금액을 투자해 우선 협상권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댄서의
순정> <간큰가족> <아파트> <음란서생> 등에 제작비를 투자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최근 SBS프로덕션은 처음으로 공동 제작에 나섰다. 화인웍스픽쳐스와 함께 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내 사랑,
마음이>(가제)를 개발하기로 한 것. 신인 박은형 감독(단편 <흡연모녀> 프로듀서)이 연출하는 이 작품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
마음이가 외톨이 소년과 맑고 순수한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동물을 소재로 흥행에도 성공한 사례가 많았지만, 국내에서 이런
종류의 영화가 본격 기획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영화는 <벤지> <베토벤>처럼 단순히 인간과 동물이 교감하는 가볍고 착한
드라마를 그리지는 않을 예정. 개와 소년이 세파에 시달리며 죽을 위기에 처하는 등 보다 강렬한 드라마 라인으로 이끌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더구나
이 영화는 저예산 HD영화가 아니라 총제작비 40억 원이 투입되는 필름 영화다. 화인웍스 픽쳐스 김민기 대표는 “최근 방송 3사에서 동물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많은 인기를 끌면서 SBS 측에서 이 아이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프리프로덕션을 함께 진행하면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으며, 올 가을 본격 크랭크인에 들어가면 기술적인 부분이나 마케팅 면에서 SBS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BS프로덕션 측은 <내 사랑, 마음이>를 토대로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일단 TV 방영에도 적합한 동물 소재의
휴먼 드라마인 만큼 TV 방영 우선 협상권을 확보하고, 극장 개봉 이후의 수익도 꽤 기대하는 중이다. 본사인 SBS는 공익성에 초점을 맞춘
사업을 많이 하는 반면, SBS프로덕션은 방송 콘텐츠를 이용한 수익 사업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 물론 SBS 프로덕션도 영화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노하우를 배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은향 차장은 “미국의 방송사들은 대부분 영화사와 함께 복합 거대 미디어 기업을 이루고
있다”면서 방송과 영화의 밀월관계가 세계적인 추세임을 강조했다. 김 차장은 “극장 개봉 즈음에는 SBS의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이용해 홍보를 적극
돕고, 국내외에서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캐릭터 사업이나 머천다이징 사업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TV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
OCN은 최근 두 번째 TV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폐업을 앞둔 병원에서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을 다룬 5부작 미스터리 스릴러 <코마>가 바로 그 영화다. OCN은 지난해 가을 영화사 매니아21과 함께 처음으로 본격 TV
영화 <동상이몽>을 제작했다.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봉만대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영화 제작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섯 가지 사랑 이야기를 퍼즐처럼 엮었다. 다섯 편을 모두 봐야 완성된 하나의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배려했으며, 충무로 인력과 HD 카메라를
이용해 제작했다. OCN 내부에서는 <동상이몽>에 대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정해진 방송 시간에 맞추느라 제작 일정이
빡빡하긴 했지만, 시청률도 높았고 반응도 좋았던 것. <동상이몽> <코마>를 진행하는 OCN의 박호식 PD는 “이전에는
없었던 ‘TV 영화’라는 장르를 표방했기 때문에 선점 효과가 있었으며, 충무로 인력을 TV로 끌어들이면서 많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코마>는 <동상이몽>의 성공에 힘입어 다시 한 번 기획된 TV 영화 프로젝트다. 제작비는 25억
원으로 늘어났으며 새로운 제작 방식을 시도한다. 총 5부작으로 방영될 이 작품은 <알포인트>의 공수창 감독이 총감독을 맡으면서 두
편을 만들고, 단편영화로 주목받은 유준석, 조규옥, 김정구 감독이 각각 한 편씩 연출한다. 영화는 <동상이몽>과 마찬가지로 다섯 편의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OCN이 기획과 투자를 책임지고 구체적인 개발 과정은 <주먹이
운다> <야수와 미녀>의 제작사 시오필름이 담당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박호식 PD는 “다섯 편을 모두 합치면 300분에
달하는 영화가 되는데, 이런 시도는 극장보다는 방송에 적합하다”면서,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TV 드라마와 달리 보다 치밀하게 공들여 작업하는
충무로 인력을 영입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OCN은 TV 영화를 개척하는 이유에 대해 “시청자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대의를 내세운다. 영화 채널 시청자들은 대중영화에 치중해 방영하면 재방송이 많다고 투정하고, 고전부터 현대물까지 다양하게
배치하면 낯설어 한다. 따라서 오리지널 TV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시청자의 변덕스런 입맛을 달랠 수 있는 괜찮은 대안이라는 것이다. 박호식
PD는 “사실 TV 방영용 영화는 극장 개봉작에 비하면 수익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면서, “따라서 이 장르에 투자하고 개발하는 이유는
수익보다는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목표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이는 역설적으로 최근 케이블TV 시장의 고민을 입증하는 말이다. 자체 콘텐츠가
없어도 방영 시간을 채울 정도의 적정한 작품을 수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면 케이블TV 시장 규모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OCN은 TV 영화를 개척함으로써 케이블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전망이다.
시행착오는 결실로
승화돼야
이런 다채로운 시도는 고무적이지만, 시행착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방송가와 영화계의 이해 관계가 다르고
TV와 영화관이라는 소프트웨어 유통 채널의 차이 때문에 불협화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영진위와 KBS가 함께 진행하는 방송(HD)영화제작지원
사업은 지난 1년 동안 자잘한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먼저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진행하는 제작사들에게 3억 원이라는 지원액은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비단구두 사가지고> 스탭들이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국회 상영을 저지한 배경에는 바로 이런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3억 원은 현금과 현물을 포함한 액수이기 때문에 제작 살림살이는 더욱 쪼들릴 수밖에 없었던 것. KBS 이관형 PD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소한 현금 5~6억 원 정도를 지원해서 제작 파행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방송사 입장에서 영화가 본업이 아니다 보니 지원
재정을 늘리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극장 개봉을 생각하지 않고 TV 방영용 영화로 직접 만들기도 난감한 일이다. 현행 영화법은
극장 개봉 영화만을 ‘한국영화’로 규정하고 있고, 방송사는 25%의 한국영화 의무 편성 비율을 지켜야 하기 때문. 따라서 극장에 개봉하지 않은
작품을 직접 방영하는 것은 방송사로서도 큰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이 PD는 “법률적인 규제가 조금 완화된다면 지원작들이 값비싼 P&A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극장 개봉을 추진하지 않고 브라운관에서 더 좋은 관객을 직접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선정된
작품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원 받기를 포기하거나, 진행상의 실수로 혼선을 빚는 경우도 있다. <모두들, 괜찮아요?>의 경우 처음부터
HD 프로젝트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진위 측의 착오로 제작 지원작에 선정된 작품. CJ엔터테인먼트가 나머지 제작비를 투자하는 이 작품은 HD
카메라가 아니라 슈퍼 16mm 필름으로 촬영하고 있다. 하지만 KBS에 TV 방송용으로 납부할 때는 HD 포맷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또 다른 HD영화는 원래 이 사업의 지원작으로 발표됐으나, 사회적인 물의를 빚어 KBS 출연 제재를 받은 배우가 캐스팅되는 바람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KBS는 이 영화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으나, 영진위는 사업 주관 기관으로서의 공신력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단독으로
2억 원을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KBS와 영진위는 올해 선정작부터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KBS 역시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디지털 방송 시대를 맞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영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육성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방송가와 영화계의 협력이 보다 풍성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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