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테크닉!
- 큰돈을 모금하는 과정
4R |
글 : 이원규(㈜도움과나눔 컨설팅사업부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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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들의 가장 큰 소망 중의 하나는 돈 걱정
없이 주어진 일에 혼신을 다해 정열을 쏟아붓는 것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고, 안정적인 큰 후원이 없는 문화예술계는 이 소망에 대한
간절함이 대학이나 복지기관에 비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비영리단체가 사용할 수 있는 모금
방법을 가장 단순하게 분류해 보면, 아주 많은 후원자로부터 소액을 후원받아 큰 돈을 모으는 것, 소수로부터 거액을 기부받아 든든한 재정 바탕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이 두 가지를 통합한 것이다. |
첫번째
유형의 모금을 연례기부(annual gift) 또는 월정기부(monthly gift)라 하고 두 번째 유형을 거액모금(major gift), 세
번째 유형을 집중거액모금캠페인(capital campaign)이라 한다.
모금을
추진하는 기관장이나 담당자는 첫번째 유형에 상당한 미련을 가지고 있다. '1만 명 회원 모집'이니 '회원 배가 운동'이니 해서 연회비 5천 원,
1만 원 내는 사람을 확보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을 통해 목표로 하는 성과를 얻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GreenPeace나 UNICEF는 이러한 방법(이들은 연례기부보다는 월정기부를 받고 있다)을 활용하여 성공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면에는, 회원 모집과 관리를 위한 심도 깊은 기획, 경제성을 바탕으로 한 투자, 그리고 회원관리와 보상을 위한 조직적
노력이 투입되고 있다.
거액모금은
연례기부에 비해 경제성이 10배 이상 높을 뿐만 아니라 단체의 재정 곤란을 일소해 주거나, 도약을 위한 큰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매력적인 모금방법으로 통한다.
거액모금을
위해서는 정교한 4단계의 접근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연구(Research)이다. 모금에
무슨 연구가 필요하겠느냐 하겠지만, 첫 단계의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거액모금은 대부분 실패한다. 연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지는데, 첫째, 우리(모금 주체)가 과연 기부를 받을 만한 명분과 상품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평가해 보는 것이다. 이는 기관과
단체의 미션이나 비전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을 구비하고 있는가, 그리고 기관 자체가
거액을 기부 받을 자격과 역량을 구비하고 있는가 하는 것과 관계가 깊다.
다음 연구
분야는 잠재기부자에 대한 조사와 평가이다. 우리의 명분과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큰 돈을 낼 만한 사람, 기업, 재단이 과연 있는가, 있다면
몇 명(개)이나 되는가, 그들은 얼마를 언제 기부할 수 있는가 등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연구 단계를 거액모금의
과학(science)이라고 부른다.
다음
단계는 잠재기부자와의 관계 개발(cultivation)이다. 우리의 모금 명분과 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잠재기부자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사업의 현장에 초대하며, 그들의 구체적인 관심사를 파악하고,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우와 보상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모금
분야에서는 이를 잠재기부자와의 로맨스(Romance)라고 한다. 이 로맨스는 짧게는 6개월에서 2년까지 소요되며 거액모금 성공의 60%가 이 과정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성질 급한 비영리 단체는 이 로맨스 단계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돈 좀 있어 보이는 잠재기부자를 알게 되면 바로 요청으로 들어가는데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거액모금은 실패하게 된다.
실례로 모
대학의 동문이 졸업 20년 만에 기업가로 성공하여 사회적으로 저명해지자 모교 총장이 저녁식사에 초대했는데, 생전 처음 직접 대면하는 총장이
식사도 시작하기 전에 학교를 위해 '큰 거 2장'을 요청했다고 한다. 식사 내내 '큰 거 2장'이 얼마인지 몰라 고민하며 소화불량에 걸린 동문은
나중에야 비서를 통해 그 액수를 확인할 수 있었고, 총장이 의미한 '큰 거 2장'의 10% 정도만을 기부한 후 학교와의 만남을 매우 거북해하고
있다.
충분한
로맨스 단계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요청(Request)의 단계로 접어든다. 잠재기부자가 이미 요청 규모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며 기부한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어떤 효과를 창출할 것인지 이미 알고 있을 정도로 관계가 성숙되어야 요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요청 후에도 얼마든지 협상이 가능한
여지는 남겨 놓아야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개발과 요청을 거액모금의 예술(arts)이라고 모금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따라서 거액모금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과학과 예술이 적절히 통합되어야 하며, 과학을 토대로 한 충분한 예술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요청에
따라 적정한 수준의 거액기부(또는 약정)가 이루어지면 예우(Recognition)
단계로 들어가는데, 여기에는 기부에 대한 감사 지속적인 관계의 유지, 기부금 사용에 대한
보고 등이 포함된다. 모 대학의 동문 기업가 중 한 사람이 장학금 2억 원을 기부한 적이 있는데,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로부터 감사편지 한 장
없었다며 다시는 학교에 기부하고 싶지 않다고 씁쓸한 심정을 토로한 적이 있다. 이런 기부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기부자
예우이다.
이렇게 4단계
Rs를 충분히 거쳐야 거액기부는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되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거액모금이
단체의 모금문화와 방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집중거액
모금캠페인은 거액모금과 소액모금이 통합된 방법인데, 일상적인 모금 액수의 4배 내지 10배에 해당하는 모금 목표를 세우고 정해진 기간 내에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관의 모든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대학이 개교 60주년을 맞이하여 3년 내 1천억 원을 모금한다든지,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2년간 500억 원을 모금한다든지 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방법을
통해 아주 큰 돈을 모금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초거액모금부터 실현시킨다는 점이다. 만약 캠페인의 목표가
1천억 원이면 100억 원 기부 1명을 가장 먼저 실현시키고 다음으로 50억 원짜리 2명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2005년도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약 2000억 원을 모금했는데 가장 큰 기부금은 삼성의 200억 원이었으며, 삼성이 기부를 약정한 후부터 모금 액수가 급격하게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004년도에는 삼성이 100억 원을 기부하고 1000억 원 정도를 모금했던 것도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둘째,
리더십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캠페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열정적인 리더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되도록이면 대표자), 이에 못지 않은
외부의 자원봉사 리더십이 모금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모금 캠페인 위원장과 위원이 되어서 자신이 상당 액수를 기부하고 다른 사람에게
거액기부를 당당히 요청할 리더십을 다수 확보하지 못한다면 캠페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 번째로
거액기부를 통해 전체 모금목표의 50~60%를 달성한 후 모금캠페인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대중모금으로 전환하다는 것이다. 공표 이전까지는 캠페인
위원이나 핵심적인 거액 잠재기부자를 대상으로 '조용한 거액 모금'을 추진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모금캠페인을 시작할 때 모금 만찬을 성대하게
베풀고 모금 목표를 발표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되는데 이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만약 캠페인 추진 중간에 어려움을 겪게 되어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단체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직원이나 캠페인 위원의 사기가 저하되어 단체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집중거액 모금캠페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거액모금의 원리와 단계가 동일하게 적용되면서도 상당한 수준의 조직적 준비를 요구한다. 모금
친화적이고 개방적인 이사회와 대표자, 기부금을 투명하고도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조직 관행과 절차, 모금을 이해하는 사업 책임자들, 전문성과 열정을
구비한 모금부서, 기부자를 관리할 수 있는 soft ware 등이 그것이다. 좋은 명분이나 상품을 가지고도 거액모금이나 집중거액 모금캠페인을
통해 모금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는 이와 같은 내부 준비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1년 동안 뉴욕대학(NYU)은 그 전해에 비해 약 900억 원이 증가한 약 3500억 원을 모금한 바 있다. 이렇게
놀라운 모금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학교 자체의 성과(교육과 연구)가 과거에 비해 놀랍도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 학교의
총장과 이사회가 모금에 헌신적인 리더십을 보여 준 점, 그리고 학장과 처장들의 협력을 꼽고 있다. 이처럼 조직의 비전과 전략이 확실하여 그에
따른 성과를 보여주고 최고 리더를 포함한 조직 구성원 전체가 노력할 때 모금이 가능한 것이다.
모금을
공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소액의 연례기부든 거액모금이든 상당한 연구와 투자, 그리고 노력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교한
모금 전략과 방법론을 구비하고, 단체 스스로가 기부자의 돈을 받을 만한 자격을 사업상으로나 조직상으로나 갖추어야만 기부를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