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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공헌, 선택아닌 필수

by 인천싸나이 2006. 8. 14.
기업의 사회공헌, 선택아닌 필수

[세계일보 2006.03.03 17:05:11]

 

 

패스트푸드 전문점 맥도널드는 9·11테러 직후 뉴욕과 펜타곤 등 현장에 이동매장을 보내 7만명분 무료급식을 제공했다. 맥도널드 자선재단(RMHC)은 1994년부터 어린이 예방접종 사업을 하고 있으며, 2002년 ‘세계 어린이 날’에는 전세계 매장에서 모금을 벌여 4억달러(약 4000억원)를 기부했다. 맥도널드는 그동안 힘들고 배고픈 재해 현장이면 어디나 찾아가 시민과 함께했다. 맥도널드가 비만의 주범이니, 일회용품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니 하는 문제는 중요치 않았다. 이 때문에 맥도널드는 포천지 선정 ‘미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기업’에 거의 매년(2000∼2002, 2004) 뽑힌다.기업의 사회 참여 사업은 이제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안 하면 안 되는 일’이 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08년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국제표준을 만드는 중이고, 우리나라도 지난해 정부와 기업·시민단체 등 각계 120개 기관이 참여한 ‘사회적 책임 표준화 포럼’이 발족됐다. 앞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고 국제시장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임을 시사한다.‘착한 기업이 성공한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저자 필립 코틀러는 ‘현대 마케팅의 대부’라 불리는 마케팅 전문가. 그가 말하는 ‘착한 기업’은 공익 캠페인을 벌이고 자원봉사와 기부를 통해 사회 공헌에 힘쓰는 기업이다. 그러나 기업의 의무만 강조하지는 않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한 자선 활동 그 이상이며, 경제적 실익도 거두게 하는 비법이라고 주장한다. 착한 기업이 ‘성공하는’ 비결도 바로 여기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은 의무에서 전략으로 변하고 있다. 컨설팅 전문기관인 콘로퍼의 2002년 ‘기업 시민정신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가격과 품질이 비슷하면 사회적 공헌이 큰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펀드사와 개인 투자자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유능한 인재도 이런 기업에 모이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참여는 소비자와 투자자, 주주를 모두 만족시킬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략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비즈니스 실전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미 신용카드 회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2003년 12월 ‘자유의 여신상 복원 캠페인’을 벌였다. 소비자가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기금으로 적립해 두 달만에 170만달러를 모았다. 카드 사용률은 27%, 신규가입은 10% 증가했다.

에이즈 퇴치와 노숙자 지원 등 NGO활동을 후원해 온 유명 패션 브랜드 케네스콜은 공익광고 전략을 노골적으로 사용했다. 상류층 기호에 호소하는 경쟁사 구치와 에르메스와 달리 케네스콜은 ‘노숙인에게 낡은 신을 기증하면 가격을 할인해 준다’는 캠페인을 벌여 이미지 제고와 판매에 성공을 거뒀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강하다. 미 유명 침대·가구 기업인 슬립컨트리 USA의 최고경영자 앞으로 보낸 한 지역주민의 편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신네 광고는 역겹고 경영자는 메스껍습니다. 당신네 침대를 사느니 콘크리트 바닥에서 자는 게 낫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지역사회에서 펼친 봉사 활동 때문에 우리는 계속 당신 매장을 찾고 거래할 겁니다.”결국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이윤 추구에서도 앞서간다. 2002년 ‘비즈니스 에식스(BE)’ 조사 결과 시민정신이 뛰어난 100대 기업이 S&P가 선정한 500대 기업보다 우수한 경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코카콜라의 에이즈 예방 사업과 나이키의 환경보호 상품 혁신, 스타벅스의 친환경 커피콩 구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지역·계층 간 정보 편차 줄이기 사업 등이 ‘착한 기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혔다.

최근 삼성 이건희 회장이 8000억원이라는 거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기부 사상 최대 액수요 외국 사례와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은 기부금 출연이지만, 그 의도나 용처, 운용기관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착한 기업으로 성공하기’는 기부금 액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면죄부’를 사기 위한 기부가 아니라, 공동체가 시련에 빠졌을 때 먼저 도움 주는 공헌이라야 그 의미가 새겨지고 박수를 받게 된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9·11테러 현장복구에 나선 구조대원들이 맥도널드 이동매장에서 무료로 제공된 음식을 먹으며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