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규창 기자]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국이 스타들의 무리한 출연료 및 지분 요구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SBS에서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들 중 자체제작하는 작품은 아침드라마인 '맨발의 사랑'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연속극인 금요드라마 '내사랑 못난이'를 포함해 전부 외주제작사가 제작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자체제작'과 '외주제작' 편성비율의 불균형은 언뜻 외주제작을 장려해왔던 정책과 같은 방향이어서 문제가 없을 듯 보이지만, 실상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스타들의 욕심.. 외주제작사와 방송사 지분까지 넘본다"
드라마를 외주제작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시청률에 따른 광고비로 수익을 얻는 방송사는 기대 시청률에 준하는 제작비를 지출해야 수지가 맞는다. 이 때문에 스타 캐스팅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미니시리즈라고 해도 편당 8000만~1억원의 예산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톱스타 남녀 주인공들이 2000만원대 출연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주연급 배역 4명을 캐스팅하는데만 벌써 제작비가 바닥이 나버린다. 그러나 자체제작을 할 경우에는 PPL은 물론 협찬 고지도 힘들어 추가비용 조달이 힘들고, 따라서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미니시리즈는 외주제작사로 넘길 수 밖에 없는 것. 그래서 자체 기획한 작품도 협찬 수익 등을 위해 '제작' 타이틀은 외주제작사에 넘겨주고, 외주제작사는 수수료 수준의 수익만 얻는 경우도 생긴다.
반면 외주제작사의 경우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협찬금과 해외 판권료 수익을 얻기 위해서 톱스타나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잘 아는 스타들은 통상 방송사에서는 해줄 수 없는 부분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생긴다.
SBS 드라마국 고위관계자는 "방송사 PD가 캐스팅하려 전화하면 스케줄이 안된다고 하는데, 외주제작사가 연락하면 방법이 생긴다. 그것은 출연료 이외에 수익과 판권 지분 등 방송사가 줄 수 없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가뜩이나 치솟는 출연료에다 2차 저작물과 해외판권에 대한 지분까지 요구하니 방송사는 감당이 안된다. 그러니 외주제작사에 맡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청률 위해 스타캐스팅 요구.. 스타 담보로 지분 요구.. 악순환
시청률이 방송사의 수익을 좌지우지하고, 그 시청률을 좌우하는 큰 요인이 바로 스타 캐스팅이다. 방송사는 안정적인 시청률 확보를 위해 스타 캐스팅을 필요로 하지만, 이미 방송사의 캐스팅 능력은 저하된 상태. 따라서 스타를 확보한 외주제작사의 드라마 기획안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반면 외주제작사는 방송사의 스타 캐스팅 요구에 맞추기 위해 출연료는 물론 제작사의 수익까지 나눠준다. 또한 해외판권 판매에 대한 지분은 물론, PPL 광고료와 제작사가 직접 CF 계약을 따내 주기도 한다.
이쯤 되니 나오는 이야기가 "배우들이 드라마를 날로 먹으려 한다"는 것. SBS 드라마국 고위 관계자는 "배우들의 욕심이 지나치다. 연기 등 실력의 뒷받침 없이 요구하는 것만 나날이 늘어간다. 제작사 지분은 물론 방송사의 몫까지 넘보는 지경"이라며 성토했다.
그러나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로부터 지탄을 받는 스타들의 매니지먼트사 역시 그다지 속편한 상황만은 아니다.
한 연예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사업 구조상 수익이 나기 힘들기 때문에 매니지먼트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며 "7대 3(연예인과 소속사의 수익 비율)은 물론이고 8대 2, 심지어 10대 0의 계약을 한 상태에서 출연료 만으로는 유지비를 대기도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드라마 외주제작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방송사는 자신들의 부담을 외주제작사로 넘기고, 매니지먼트사는 외주제작사의 수익을 탐내고 있다"며 "한 때 '한류' 붐이 일면서 드라마 수출로 수익을 보전했지만 그 지분마저 매니지먼트사와 나누고 있다. 최근에는 그나마도 수출이 거의 끊기면서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말했다.
시청률 20% 드라마도 적자.. '내사랑 김삼순' '마이걸' 사례 본받자
드라마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시청률 20%를 넘은 드라마들 중에서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출연료를 보전하려면 PPL 등의 수익이 필요한데, 드라마 전체적으로 시청률이 저하되면서 가격이 낮아졌다는 것.
또한 외주제작사들의 난립으로 경쟁이 심해지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스타들이 가져가는 몫이 커지는 만큼 드라마의 질은 저하되는 것이 상식이다. 미술비 등 고정비용은 어쩔 수 없으니 야외촬영 횟수를 줄이는 등 현장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몸값'이 비싼 1류 스태프 고용을 피하게 된다. 또한 주연급 연기자 이외의 조연과 주변 캐릭터들의 비중을 줄여 출연료 부담도 덜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스타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들은 주인공 남녀가 뻔한 장소에서 뻔한 행동을 반복하고, 주변 인물들이 단편적으로 그려지게 되는 것. 소수의 젊은 출연자와 한정된 예산으로 제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드라마는,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남녀가 사랑타령을 늘어놓는 뻔한 '멜로 드라마'다. 이 때문에 미니시리즈 편성이 '청춘 멜로'로 천편일률적이었던 것.
반면 스타들의 '무리한 요구'가 없었던 덕에 성공을 거둔 사례들이 있다. 지금은 출연 배우들의 몸값이 각자 몇 배로 치솟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MBC '내이름은 김삼순'은 당시 주연 배우들의 몸값이 비교적 저렴했다. 덕분에 이아현 권해효 김자옥 등 중량감있는 조연 배우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었고, 다양한 재미를 살릴 수 있었다는 평가다.
SBS '마이걸' 역시 이다해 이동욱 이준기 박시연 등 신인 연기자들을 주축으로 명랑쾌활하게 그려진 작품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준기는 영화 '왕의 남자'와 함께 '마이걸'의 인기로 톱스타로 급부상했고, 이다해 역시 이 드라마를 통해 '멜로 퀸'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스타 PD와 스타 작가, 당시 신인급이었던 주연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에 더해 중량감있는 조연들이 활약이 더해져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20% 중반의 시청률이 소위 '대박'에는 못 미치지만,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와 비교하면 수익성은 높았던 셈이다.
최근 SBS 드라마국 자체 선정한 우수작으로 뽑혔던 '그여자'는 연속극 수준의 제작비와 비교한 수익률 면에서는 최고로 꼽힌다. 심혜진을 비롯해 정성환 오윤아 장동직 등 출연진들이 소위 '청춘 스타'가 아니었음에도 이영철 촬영감독 등 우수한 제작진을 꾸려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승부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ryan@mtstarnews.com
↑스타 캐스팅 병폐 없이 성공한 드라마 MBC '내 이름은 김삼순'(왼쪽)과 SBS '마이걸' |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국이 스타들의 무리한 출연료 및 지분 요구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SBS에서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들 중 자체제작하는 작품은 아침드라마인 '맨발의 사랑'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연속극인 금요드라마 '내사랑 못난이'를 포함해 전부 외주제작사가 제작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자체제작'과 '외주제작' 편성비율의 불균형은 언뜻 외주제작을 장려해왔던 정책과 같은 방향이어서 문제가 없을 듯 보이지만, 실상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스타들의 욕심.. 외주제작사와 방송사 지분까지 넘본다"
드라마를 외주제작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시청률에 따른 광고비로 수익을 얻는 방송사는 기대 시청률에 준하는 제작비를 지출해야 수지가 맞는다. 이 때문에 스타 캐스팅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미니시리즈라고 해도 편당 8000만~1억원의 예산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톱스타 남녀 주인공들이 2000만원대 출연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주연급 배역 4명을 캐스팅하는데만 벌써 제작비가 바닥이 나버린다. 그러나 자체제작을 할 경우에는 PPL은 물론 협찬 고지도 힘들어 추가비용 조달이 힘들고, 따라서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미니시리즈는 외주제작사로 넘길 수 밖에 없는 것. 그래서 자체 기획한 작품도 협찬 수익 등을 위해 '제작' 타이틀은 외주제작사에 넘겨주고, 외주제작사는 수수료 수준의 수익만 얻는 경우도 생긴다.
반면 외주제작사의 경우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협찬금과 해외 판권료 수익을 얻기 위해서 톱스타나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잘 아는 스타들은 통상 방송사에서는 해줄 수 없는 부분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생긴다.
SBS 드라마국 고위관계자는 "방송사 PD가 캐스팅하려 전화하면 스케줄이 안된다고 하는데, 외주제작사가 연락하면 방법이 생긴다. 그것은 출연료 이외에 수익과 판권 지분 등 방송사가 줄 수 없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가뜩이나 치솟는 출연료에다 2차 저작물과 해외판권에 대한 지분까지 요구하니 방송사는 감당이 안된다. 그러니 외주제작사에 맡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청률 위해 스타캐스팅 요구.. 스타 담보로 지분 요구.. 악순환
시청률이 방송사의 수익을 좌지우지하고, 그 시청률을 좌우하는 큰 요인이 바로 스타 캐스팅이다. 방송사는 안정적인 시청률 확보를 위해 스타 캐스팅을 필요로 하지만, 이미 방송사의 캐스팅 능력은 저하된 상태. 따라서 스타를 확보한 외주제작사의 드라마 기획안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반면 외주제작사는 방송사의 스타 캐스팅 요구에 맞추기 위해 출연료는 물론 제작사의 수익까지 나눠준다. 또한 해외판권 판매에 대한 지분은 물론, PPL 광고료와 제작사가 직접 CF 계약을 따내 주기도 한다.
이쯤 되니 나오는 이야기가 "배우들이 드라마를 날로 먹으려 한다"는 것. SBS 드라마국 고위 관계자는 "배우들의 욕심이 지나치다. 연기 등 실력의 뒷받침 없이 요구하는 것만 나날이 늘어간다. 제작사 지분은 물론 방송사의 몫까지 넘보는 지경"이라며 성토했다.
그러나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로부터 지탄을 받는 스타들의 매니지먼트사 역시 그다지 속편한 상황만은 아니다.
한 연예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사업 구조상 수익이 나기 힘들기 때문에 매니지먼트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며 "7대 3(연예인과 소속사의 수익 비율)은 물론이고 8대 2, 심지어 10대 0의 계약을 한 상태에서 출연료 만으로는 유지비를 대기도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드라마 외주제작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방송사는 자신들의 부담을 외주제작사로 넘기고, 매니지먼트사는 외주제작사의 수익을 탐내고 있다"며 "한 때 '한류' 붐이 일면서 드라마 수출로 수익을 보전했지만 그 지분마저 매니지먼트사와 나누고 있다. 최근에는 그나마도 수출이 거의 끊기면서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말했다.
시청률 20% 드라마도 적자.. '내사랑 김삼순' '마이걸' 사례 본받자
드라마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시청률 20%를 넘은 드라마들 중에서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출연료를 보전하려면 PPL 등의 수익이 필요한데, 드라마 전체적으로 시청률이 저하되면서 가격이 낮아졌다는 것.
또한 외주제작사들의 난립으로 경쟁이 심해지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스타들이 가져가는 몫이 커지는 만큼 드라마의 질은 저하되는 것이 상식이다. 미술비 등 고정비용은 어쩔 수 없으니 야외촬영 횟수를 줄이는 등 현장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몸값'이 비싼 1류 스태프 고용을 피하게 된다. 또한 주연급 연기자 이외의 조연과 주변 캐릭터들의 비중을 줄여 출연료 부담도 덜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스타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들은 주인공 남녀가 뻔한 장소에서 뻔한 행동을 반복하고, 주변 인물들이 단편적으로 그려지게 되는 것. 소수의 젊은 출연자와 한정된 예산으로 제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드라마는,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남녀가 사랑타령을 늘어놓는 뻔한 '멜로 드라마'다. 이 때문에 미니시리즈 편성이 '청춘 멜로'로 천편일률적이었던 것.
반면 스타들의 '무리한 요구'가 없었던 덕에 성공을 거둔 사례들이 있다. 지금은 출연 배우들의 몸값이 각자 몇 배로 치솟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MBC '내이름은 김삼순'은 당시 주연 배우들의 몸값이 비교적 저렴했다. 덕분에 이아현 권해효 김자옥 등 중량감있는 조연 배우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었고, 다양한 재미를 살릴 수 있었다는 평가다.
SBS '마이걸' 역시 이다해 이동욱 이준기 박시연 등 신인 연기자들을 주축으로 명랑쾌활하게 그려진 작품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준기는 영화 '왕의 남자'와 함께 '마이걸'의 인기로 톱스타로 급부상했고, 이다해 역시 이 드라마를 통해 '멜로 퀸'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스타 PD와 스타 작가, 당시 신인급이었던 주연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에 더해 중량감있는 조연들이 활약이 더해져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20% 중반의 시청률이 소위 '대박'에는 못 미치지만,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와 비교하면 수익성은 높았던 셈이다.
최근 SBS 드라마국 자체 선정한 우수작으로 뽑혔던 '그여자'는 연속극 수준의 제작비와 비교한 수익률 면에서는 최고로 꼽힌다. 심혜진을 비롯해 정성환 오윤아 장동직 등 출연진들이 소위 '청춘 스타'가 아니었음에도 이영철 촬영감독 등 우수한 제작진을 꾸려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승부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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