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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피플

[커버스토리]표창원 경찰대 교수 인터뷰

[커버스토리]표창원 경찰대 교수 인터뷰




“피해자 유족 지원시스템 가동 절실” … “수사 시스템도 아쉬워”

표창원 경찰대 교수(범죄학·범죄심리학·피해자학)는 지난해 희대의 살인마에 대한 범죄 수사와 심리분석을 한 ‘한국의 연쇄살인’(랜덤하우스중앙)의 저자다. 표 교수는 “1970년대 두 건에 불과했던 연쇄살인사건이 요즘엔 매년 한 건 이상씩 터지고 있는 게 우연이 아니기에 두렵다”며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이 늘고 있지만 가정이나 학교, 사회 분위기나 시스템이 전혀 뒷받침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연쇄살인을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은 무엇인가.

“미래의 연쇄살인범이 아예 싹트지 않도록 하는 구조적이며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 지금 당장 잠재적 피해자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범죄사각지대를 없애고 여성이나 어린이 실종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대개 연쇄살인사건은 처음부터 연쇄살인으로 알려지지 않는다. 유영철이 많은 여성을 살해, 암매장했음에도 그가 검거되기 전까지 피해여성이 살해된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우리나라는 여성이나 어린이가 실종될 경우 살인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는 역량이나 시스템이 안 돼 있다.”

- 저서 ‘한국의 연쇄살인’에 대해 김해선이 자신의 사진을 실은 것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피의자 보호의 한계도 있을 텐데.

“모든 범죄자의 신원이 알려지는 것은 안 되겠지만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친 특이한 범죄자는 신원을 일반에 알리는 게 국제적 관례다. 범죄자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범죄예방은 물론 또 다른 범죄자의 의지를 꺾는 효과가 있다.”

- 연쇄살인의 피해자 가족은 평생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유족 보호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어느 수준인가.

“정남규에 의해 피해를 입은 봉천동 가정의 경우 자매가 사망했고 한 아이는 중상, 또 한 아이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용의선상에 올라 심하게 조사를 받았다. 집을 팔아 돈을 마련하려고 해도 살인사건이 난 주택인 탓에 팔리지 않는다. 단란했던 가정은 한 범죄자에 의해 이렇듯 심리적·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는다. 유영철에 의해 죽임을 당한 피해자의 동생은 자살까지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원책이 거의 없다. ‘범죄피해자구조법’이 있지만 매우 소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피해자 유족에게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심리상담 등 지속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이들이 하루빨리 정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한국 연쇄살인범만의 특징이 있나.

“뒤틀린 심리상태, 성장과정의 문제 등 개인적 동기 외에 사회적 불만을 추가 동기로 가지고 있다. 지존파, 온보현, 유영철 등에서 보듯 자신의 실패와 좌절을 사회 탓으로 돌린다. 사회가 부패했으니 날 때부터 돈 없고 백 없는 자신들은 범죄를 저질러 썩은 사회를 단죄하려 했다는 식이다.”

- 화성부녀자연쇄살인사건은 진범이 검거되지 않은 채 얼마 전 10차 사건의 공소시효(15년)마저 만료됐는데.

“살인 등 특히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라는 것을 없애야 한다. 미국, 영국 등 대다수 선진국에는 공소시효라는 것이 없다. 그래서 40, 50년이 지난 후 범인을 잡는 경우도 있다.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당시엔 해결 안 된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소시효가 만료되면 사건 관련 증거자료를 더 이상 보관하지 않게 돼 끝내 범인을 잡을 수 없다. 설령 범인이 공소시효 만료 후 자백을 한다고 해도 수사나 재판을 할 수 없다. 잔혹한 범죄자는 그가 죽은 후 무덤을 파헤쳐서라도 밝혀내 역사에 남겨야 한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